세계화 시대 한국인의 이중성

화교 5년마다 비자갱신 … 영주권 부여 입법해야

지역내일 2001-03-28 (수정 2001-03-29 오후 4:18:23)
“한국에서 40년을 한국인과 함께 살아 왔다.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
리는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 재한 화교 왕충식(39)씨의 말이다.
화교를 비롯 재한 외국인은 아무리 오랫동안 한국에 살고 있어도 국내법상 내일이라도 한
국을 떠나야 하는 방문객의 지위에 있다. 국내법에는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영주권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지나친 국수주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이미 세계화 시
대에 접어든 지구촌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일동포의 법적지위 향상을 일본에 요구하고 있지만 재일한국인이 국내 화교의 지위보다
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재일동포에게 참정권 부여를 요구하면서도 재한 화교
에게는 영주권도 부여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거주 외국인 처지= 올 2월 현재 국내 거주자격 취득 외국인은 2만3000여명. 이중
95%인 2만2000여명이 중국 산동성 등에서 건너온 화교다.
한성화교협회 유국흥 회장은 “5년에 한번씩 비자를 갱신하지 않으면 바로 벌금을 내야 한
다”고 말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3년이었다.
화교는 백화점 회원카드 신청을 할 수 없고, 휴대폰 가입도 본인 이름으로 되지 않는다. 인
터넷 회원으로 가입되지 않아 그 흔한 이메일 주소도 무료로 갖지 못한다. 주민등록증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대출도 못 받고 부동산 소유도 98년 이전에는 거주목적의 220평만 소유할
수 있을 뿐이었다. 화교학교는 정식교육기관으로 인정되지 않아 대학진학이 어려웠다.
전남대 교수로 있던 미즈노 페이씨도 국내거주 외국인에 대한 활동상의 법적 제한에 시달린
끝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영주권 도입 필요성= 서울차이나타운개발 추진위원회 양필승 건국대 교수는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에 대해 시혜적 조치가 아닌 한국인 스스로
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 한국인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활동중인 강재언 일본 화원대학 교수는 28일 의원회관에서 열
린 ‘세계화와 인권 : 영주권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하여 “국내 화교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재일동포 지위향상을 일본정부에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
다. 재일동포의 인권을 위해서도 영주권도입은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대철(민주당) 의원도 “차이나타운이 없다. 외국에 나가려는 숫자는 느는데 반해 국내에서
살려는 외국인은 없다”며 내부의 세계화를 위해 영주권 도입을 주장했다.
박은경 YWCA 부회장은 “세계로 퍼져나간 동포들이 주재국에서 법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
기 위해서라도 영주권 도입이 필요하다”며 동의했다. 중국거주 조선족과의 형평성을 고려
해야 한다.

◇입법추진=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초기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한국화교의
참정권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영주권 지위도 보장되지 않은 마당에 참
정권부터 부여한다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
현재 외국인의 참정권부여를 내용으로 한 <장기거주외국인에 대한="" 지방선거권="" 등의="" 부여에="">
관한 특례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와 별도로 정대철·이부영 의원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는 장기거
주 외국인에게 금융거래와 건강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각종 사회보장, 교육부문에 내국인대
우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장기체류외국인의 영주권="" 취득과="" 그=""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 이르면 4월중 법안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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