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침묵 … 흔들리는 강한 여당론

여권 관계자 “국민들의 개혁불신 두렵다” “민주당 정책담당자들도 자성해야”

지역내일 2001-03-22 (수정 2001-03-22 오후 1:40:15)
건강보험 재정파탄에 강한정부·강한여당론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월 김대중 대통령이 강한정부
를 표방하며 그동안 의욕적으로 진행해온 일련의 개혁 마무리 작업이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라
는 암초를 맞은 것이다.
야당은 모처럼의 호기를 잡았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은 준비안된 정권에
의한 예고된 참사”라며 무차별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대중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22일 국무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침묵’
으로 ‘분노’를 표시했다. 중산층과 서민의 보호, 국민 건강권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
해온 의약분업이 정권 최대 위기로 떠올랐는데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문제인식은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와 관련, 여권의 관계자들이 정말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개혁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이로 인해 이후의 개혁 마무리 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21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들어 모처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는데 그 흐름이 무너질
까 걱정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또한“건강보험 자체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자칫 그동안 국민의 정
부가 애써왔던 개혁작업들이 부실로 비춰질까 무척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직 임기가 1년 8개월이나 남았지만, 내년은 대통령 선거 시기라고 본다면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올 한해밖에 없는데, 그동안의 개혁을 마무리할 가장 중요한 시기를 국민의 불신과 야당의 저항속에
손놓고 보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또 다른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민심의 이반”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불편을 참아달라고 호소하며 의약분업을 강행했는데, 1년도 안돼 재정파탄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서
다시 국민의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대로는 내년 지자체선거
도 대선도 물건너간다”는 우려가 공공연하게 얘기되고 있다.
한편 여권 내부에서는 이 기회에 개혁저항 세력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와 관련,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경우 장관뿐만 아니라 핵심 실
무책임자인 국장급까지 경질할 방침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인사는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 등 일부 부처의 경우도 자리만 지
키고 있는 일부 철밥통 관료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작업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인사는 “건강보험 재정파탄 문제는 관료의 복지부동뿐만 아니라 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개혁이라
고 밀어붙인 민주당의 정책담당자들도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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