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쓰레기 대란 4000여톤 쌓여

강남구의회와 구청간 기싸움, 지역주민 반발로 적치장에 방치

지역내일 2001-03-18 (수정 2001-03-19 오후 1:42:24)
쓰레기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임명 문제를 둘러싼 서울 강남구의회와 일원동 일대 주민간의 갈
등으로 1010억원을 들여 만든 일원동 소각장이 무용지물이 돼 강남구 일대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
다.
일원동 소각장 지역 주민들은 구 의회가 지난 14일 열린 임시회에서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협의체
위원 후임 6명을 임명하는 안건을 처리하지 않은 데 반발, 16일부터 쓰레기 반입을 저지하고 나섰다.
이에따라 하루평균 150여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일원동 쓰레기소각장 주변에는 현재 수십여대의 5
톤 쓰레기차가 주민들의 소각장으로의 반입저지로 방치돼 있으며 소각장 쓰레기 적치장에는 약 4000
여톤의 쓰레기가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
더욱이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어서 하루 최대 250여톤의 쓰레기가 나오는 강남구 일대가 쓰레기로
인한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주민들이 왜 반입을 저지하고 나섰나 = 사태의 발단은 강남구의회가 쓰레기소각장 주민지원협의
체를 임명하지 않은데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다.
주민대책위 홍귀표 위원은 "임기만료된 대책위원들이 위촉될 때까지 16일부터 쓰레기 반입을 막고 소
각장 가동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구청과 구의회간 기싸움이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강남구는 최근 소각장 주변 2934가구에 의회의 승인 없이 주민복지증진금 명목으로 총 40여억원의 현
금을 지급했다.
구 의회는 이에 대해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 지난 8일부터 열린 임시회에서 구청장의 해명
을 요구했으나 권문용 구청장은 바쁘다는 이유로 2차례나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따라 구의원들은 구청의 성의있는 답변없이는 주민대표를 선정할 수 없다고 해 이번 사태가 벌
어졌다.

◇ 구의회와 구청·주민의 입장 = 구 의회는 일단 강남구청의 현금지원 경위 등에 관한 설명을 듣기
전에는 임명안을 처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박춘호 강남구의회 의원은 "의원직을 그만두더라도 구청장과 전면전 벌이겠다"며 구청을 상대로 잔
뜩 벼르고 있다.
윤정희 의원은 "기금심의위원회 임기가 지난해 12월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1월에 주민복지증진금 명목
의 돈을 주민들에게 지급했다"며 "권한이 없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로 돈을 뿌린 것은 명백한 잘못"이
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대책위는 일원동 주민 2900여가구를 대상으로 박 의원 등 구의회 의원들에 대한 명예
훼손과 손해배상 등을 가지고 서명운동을 벌여 현재 800여가구의 서명을 받았다.
또 구청측은 "의회가 주민대표 선정을 보류시킨 것은 현금지원과는 관계가 없고 주민대표 1명과 구의
원 1명간 사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의회가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
다.

◇ 전망 = 주민들은 협의체 위원 선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쓰레기 반입 감시 업무 등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 반입을 계속 저지할 수 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 구 의회는 "구청측이 주민민원을 돈으로 해결하려한 부분을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고,
구청측은 "의회는 제 할일이나 하라"며 감정적으로 맞서고 있어 사태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
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강남구와 의회가 구청 청사 이전 문제 등을 놓고도 갈등이 계속됐던 점을 들
어 권 구청장의 독특한 업무스타일이 이번 사태를 빚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강남구는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쓰레기를 일단 수거해 세곡동 적환장과 각 동사
무소에 쌓아놓은 뒤 김포쓰레기 매립지로 반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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