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건은 우리사회에 ‘불신’이라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당대 최고의 생명공학자로 존경받던 황 교수의 ‘거짓말’로 국내 과학계는 아직까지도 심한 충격에 넋이 빠진 상태다. 더욱이 유례가 드문 ‘논문통째 조작’으로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에 대한 ‘불신의 벽’은 극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국내 과학계가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세계적인 과학지에 논문을 실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을 정도. 심사과정에서 “믿을 수 없다, 실증결과를 보자” 며 논문 게재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문제는 황 교수 파문이 단순하게 과학지 논문 게재와 발표 기회의 감소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벨상 접근 등 무형의 자산손실과 궁극적으로는 한국 과학계가 공들인 연구물의 국제적 특허,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악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시간과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불신의 벽을 허물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거짓말의 대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고 불편하고 혹독한 셈이다.
검증·감시 위한 규제·절차 늘어 사회경제적 손실 눈덩이
집 매매때 기본서류 10가지 창업땐 16단계 48개 서류 필요
◆거짓말 감시·검증에 안써도 될 비용 들어 = 신정아씨의 거짓말(학력위조) 역시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신 씨의 학력위조 파문은 감시장치가 허술한 외국 대학학위 제도를 악용한 일종의 사기극.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력위조 풍토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지만 ‘감시와 검증’을 위한 만만찮은 사회적 부담을 낳게 했다.
실제 200개 4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에 따르면 최근까지 정부기관 기업 은행 사설학원 연구소 등 각 분야에서 수천건의 학력 학위 검증신청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앞으로 학력검증을 위해 증명서류 뿐아니라 증명서류의 확인을 거치는 기구를 교육부 산하에 별도로 두기로 했다. 거짓말을 감시하고 검증하기 위해 새로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거짓말이 만연한 사회에서 치러야할 경제적 대가는 엄청나다. 우선 금융거래, 특히 우리나라 은행대출 과정에서 거짓말을 차단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은 만만찮다.
미국 등 선진국이 신용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간단한 서명(사인)만으로 은행 대출이 바로 처리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갖춰야 할 서류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또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겨우 대출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불신의 금융관행이 여전한 탓이다.
담보대출의 경우 등기권리증,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소득증빙자료, 근저당설정계약서, 대출약정서 등 필요한 서류는 줄잡아 7가지. 신용대출은 여기에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등을 추가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인감 대신 서명(사인)으로 대체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지만 서류들을 모두 갖추기 위해선 며칠에 걸쳐 발품을 팔아야 하고 때론 가외비용까지 나가기 일쑤다. 중소기업 대출은 이보다 더 심하다.
은행 대출에 앞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중소기업들은 2중 3중으로 서류를 갖다 바쳐야 어렵사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못미더워 까다롭고 복잡한 대출 시스템을 갖춰 놓았음에도 빚 안갚는 중소기업들은 줄지 않는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 서준 기업대신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대신 갚아 준 대위변제 발생액은 지난 2003년 1조7594억원에서 2004년 1조9550억, 2005년 1조9452억원, 2006년 1조4146억원. 기술신보의 사고율도 지난 2004년 10.3%, 2005년 10.3%, 2006년 6.1%로 지난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또 집이라도 사거나 팔려하면 갖춰야할 서류는 줄잡아 10여가지가 넘는다. 집을 거주목적이 아니라 재테크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네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많다. 부동산을 사고팔 때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기권리증, 인감도장은 필수며 때에 따라 은행대출 부금통장, 양도신고 확인서, 말소등기, 근저당설정계약서, 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거짓말을 막기 위한 인위적 장치’들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업들의 설립 비용마저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인을 설립하려면 미국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서류가 필요하고 비용은 2배나 더 든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은 법인을 설립하려면 발기인 구성부터 상호 중복여부 검색, 공증, 채권매입, 등기신청, 설립신고까지 무려 16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13단계지만 법인자격을 취득한 6단계 이후는 60일안에 보고만 하면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기설립 방식으로 주식회사를 출범시키려면 정관, 이사회 의사록,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등 33종류, 48개의 서류가 필요하다. 7개 정도면 되는 미국보다 무려 7배나 많다. 일본도 정관 잔고증명서 등 22개 서류만 있으면 법인설립이 가능하다.
법인설립 비용의 경우 우리나라(자본금 5000만원 기준)가 서류공증 10만원, 등록세 24만원, 법무사대행수수료 53만원 등 모두 99만5000원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56만5000원, 캐나다는 57만4000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세계은행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2008 기업환경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하기 좋은나라’ 순위는 조사대상 178개국 가운데 30위. 지난 2006년과 2007년 연속으로 23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7단계나 하락했다.
특히 창업환경의 경우 지난해보다 9단계나 하락한 110위에 그쳤다. ‘거짓말 사회’가 결국 기업과 국가경쟁력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개인 신용회복 위해 사회비용 급증 = 우리사회가 거짓말로 인해 치르는 대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계속 감소하면서 신용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신용사회가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발생한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른 적도 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은 한 측면에서 보면 금융거래를 하면서 자신의 신용을 믿는 금융회사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이다.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았다.
재정경제부가 대통합민주신당 문석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채무불이행자는 2002년말 263만6000명에서 카드사태가 본격화한 뒤인 2003년말 372만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6월말 현재 금융채무불이행자는 모두 270만5000명으로 4년 반만에 사실상 신용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2년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을 위해 지난 2002년 10월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신용회복지원(개인 워크아웃)에 나서는가 하면 개인파산(회생)제도를 도입했다.
현재에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치유가 진행되고 있다. 9일 신용회복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올 6월말까지 3개월 이상 연체한 뒤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한 개인채무자는 66만4645명에 이른다.
이들중 신용회복지원이 확정된 숫자는 61만9350명에 달한다. 개인 워크아웃이 확정되면 채무에 대한 발생이자를 감금하거나, 원금도 일부 감면해주고 최대 8년까지 분할 납부토록 하고 있다. 게다가 법원의 판단으로 개인파산자가 되면 채무가 모두 없어진다.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용사회로 가는 과도기 = 비록 많은 비용을 치렀지만 우리 사회도 점차 신용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8월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연대보증인 제도를 폐지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의 기업 및 개인 고객에 대한 신용대출 가운데 1만6000여건에 이르는 연대보증 신용대출이 대출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점차 무보증대출로 바뀌고 있다.
연대보증인 입보제도란 기업은 물론 가계의 신용대출 때 채무상환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자격요건이 되는 제3자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도록 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때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하는데 따른 고객의 불필요한 노력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대보증인 입보제도’를 전격 폐지했다”며 “앞으로 고객의 신용만으로 대출 여부가 가려지는 선진화된 대출 관행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기업주와 공동경영자, 과점주주인 임원’ 등 실제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소호창업대출 등 대출 특성상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상환 책임 강화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연대보증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신용사회로 가기 위해 개인들은 신용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이들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이는 2002년 카드사태의 교훈에서도 알 수 있다. 신용대란을 불러왔던 카드사태의 이면에는 신용카드사들이 과당경쟁을 하면서 개인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 없이 카드를 남발했던 이유가 숨어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렵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많으면 신용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선진 신용사회로 가기위해 아직도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많이 보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신용사회로 가기 위해서 신용평가에 대한 시스템이 선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병수 김선일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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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감시 위한 규제·절차 늘어 사회경제적 손실 눈덩이
집 매매때 기본서류 10가지 창업땐 16단계 48개 서류 필요
◆거짓말 감시·검증에 안써도 될 비용 들어 = 신정아씨의 거짓말(학력위조) 역시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신 씨의 학력위조 파문은 감시장치가 허술한 외국 대학학위 제도를 악용한 일종의 사기극. 우리사회에 만연한 학력위조 풍토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지만 ‘감시와 검증’을 위한 만만찮은 사회적 부담을 낳게 했다.
실제 200개 4년제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에 따르면 최근까지 정부기관 기업 은행 사설학원 연구소 등 각 분야에서 수천건의 학력 학위 검증신청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앞으로 학력검증을 위해 증명서류 뿐아니라 증명서류의 확인을 거치는 기구를 교육부 산하에 별도로 두기로 했다. 거짓말을 감시하고 검증하기 위해 새로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거짓말이 만연한 사회에서 치러야할 경제적 대가는 엄청나다. 우선 금융거래, 특히 우리나라 은행대출 과정에서 거짓말을 차단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은 만만찮다.
미국 등 선진국이 신용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간단한 서명(사인)만으로 은행 대출이 바로 처리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갖춰야 할 서류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또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겨우 대출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불신의 금융관행이 여전한 탓이다.
담보대출의 경우 등기권리증,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소득증빙자료, 근저당설정계약서, 대출약정서 등 필요한 서류는 줄잡아 7가지. 신용대출은 여기에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등을 추가해야 한다. 최근 들어 인감 대신 서명(사인)으로 대체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지만 서류들을 모두 갖추기 위해선 며칠에 걸쳐 발품을 팔아야 하고 때론 가외비용까지 나가기 일쑤다. 중소기업 대출은 이보다 더 심하다.
은행 대출에 앞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중소기업들은 2중 3중으로 서류를 갖다 바쳐야 어렵사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못미더워 까다롭고 복잡한 대출 시스템을 갖춰 놓았음에도 빚 안갚는 중소기업들은 줄지 않는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 서준 기업대신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대신 갚아 준 대위변제 발생액은 지난 2003년 1조7594억원에서 2004년 1조9550억, 2005년 1조9452억원, 2006년 1조4146억원. 기술신보의 사고율도 지난 2004년 10.3%, 2005년 10.3%, 2006년 6.1%로 지난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또 집이라도 사거나 팔려하면 갖춰야할 서류는 줄잡아 10여가지가 넘는다. 집을 거주목적이 아니라 재테크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네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많다. 부동산을 사고팔 때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기권리증, 인감도장은 필수며 때에 따라 은행대출 부금통장, 양도신고 확인서, 말소등기, 근저당설정계약서, 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거짓말을 막기 위한 인위적 장치’들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업들의 설립 비용마저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인을 설립하려면 미국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서류가 필요하고 비용은 2배나 더 든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은 법인을 설립하려면 발기인 구성부터 상호 중복여부 검색, 공증, 채권매입, 등기신청, 설립신고까지 무려 16단계의 절차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13단계지만 법인자격을 취득한 6단계 이후는 60일안에 보고만 하면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기설립 방식으로 주식회사를 출범시키려면 정관, 이사회 의사록,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등 33종류, 48개의 서류가 필요하다. 7개 정도면 되는 미국보다 무려 7배나 많다. 일본도 정관 잔고증명서 등 22개 서류만 있으면 법인설립이 가능하다.
법인설립 비용의 경우 우리나라(자본금 5000만원 기준)가 서류공증 10만원, 등록세 24만원, 법무사대행수수료 53만원 등 모두 99만5000원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56만5000원, 캐나다는 57만4000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세계은행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2008 기업환경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하기 좋은나라’ 순위는 조사대상 178개국 가운데 30위. 지난 2006년과 2007년 연속으로 23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7단계나 하락했다.
특히 창업환경의 경우 지난해보다 9단계나 하락한 110위에 그쳤다. ‘거짓말 사회’가 결국 기업과 국가경쟁력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개인 신용회복 위해 사회비용 급증 = 우리사회가 거짓말로 인해 치르는 대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계속 감소하면서 신용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신용사회가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발생한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른 적도 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은 한 측면에서 보면 금융거래를 하면서 자신의 신용을 믿는 금융회사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이다. 이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았다.
재정경제부가 대통합민주신당 문석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채무불이행자는 2002년말 263만6000명에서 카드사태가 본격화한 뒤인 2003년말 372만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6월말 현재 금융채무불이행자는 모두 270만5000명으로 4년 반만에 사실상 신용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2년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을 위해 지난 2002년 10월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설치해 신용회복지원(개인 워크아웃)에 나서는가 하면 개인파산(회생)제도를 도입했다.
현재에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치유가 진행되고 있다. 9일 신용회복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올 6월말까지 3개월 이상 연체한 뒤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한 개인채무자는 66만4645명에 이른다.
이들중 신용회복지원이 확정된 숫자는 61만9350명에 달한다. 개인 워크아웃이 확정되면 채무에 대한 발생이자를 감금하거나, 원금도 일부 감면해주고 최대 8년까지 분할 납부토록 하고 있다. 게다가 법원의 판단으로 개인파산자가 되면 채무가 모두 없어진다.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용사회로 가는 과도기 = 비록 많은 비용을 치렀지만 우리 사회도 점차 신용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8월 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연대보증인 제도를 폐지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의 기업 및 개인 고객에 대한 신용대출 가운데 1만6000여건에 이르는 연대보증 신용대출이 대출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점차 무보증대출로 바뀌고 있다.
연대보증인 입보제도란 기업은 물론 가계의 신용대출 때 채무상환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자격요건이 되는 제3자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도록 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 때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하는데 따른 고객의 불필요한 노력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대보증인 입보제도’를 전격 폐지했다”며 “앞으로 고객의 신용만으로 대출 여부가 가려지는 선진화된 대출 관행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기업주와 공동경영자, 과점주주인 임원’ 등 실제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소호창업대출 등 대출 특성상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상환 책임 강화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연대보증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신용사회로 가기 위해 개인들은 신용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이들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
이는 2002년 카드사태의 교훈에서도 알 수 있다. 신용대란을 불러왔던 카드사태의 이면에는 신용카드사들이 과당경쟁을 하면서 개인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 없이 카드를 남발했던 이유가 숨어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렵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많으면 신용이 높은 사람으로 평가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선진 신용사회로 가기위해 아직도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많이 보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신용사회로 가기 위해서 신용평가에 대한 시스템이 선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병수 김선일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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