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엄마, 오현정씨의 육아휴직 통한 아이사랑

아이키우기 고충 실감, 그래도 즐거워요

지역내일 2007-09-03
“육아휴직 당당하게 신청하는 분위기” … 직장 탁아시설 부족한 점 개선과제

올해 27살인 오현정씨는 지난 1월 둘째 아이를 낳고 지금은 집에서 아이 키우기에 열심이다. 오씨는 얼마전까지 한 화재보험회사의 협력회사에서 일했다. 커리어 우먼으로 직장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나름대로 일에 대한 만족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첫째 준호에 이어 올해 둘째 진석이를 낳고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첫째 아이는 친정어머니가 돌봐줘 어렵지 않게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 육아문제를 그럭저럭 해결했지만 둘째가 태어나고는 상황이 바뀌었다. 더 이상 친정어머니한테 의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오씨는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회사에서 제가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많이 도와줬어요.” “사장님도 그렇고 주변에서 많이 권장하는 분위기예요.” 오씨가 육아휴직을 쓰는데 직장에서 배려해준 게 컸다. 예전 같으면 2~3개월 출산휴가 쓰는 것도 눈치가 보였지만 이제 기업들이 그만큼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징표다.
실제로 오씨의 사무실에서도 다른 한명이 더 육아휴직을 사용중이라고 한다. “수당도 50만원으로 오르고, 애기 분유 값하고 기저귀 값은 되니까요.” “무엇보다 애기는 엄마들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오씨는 요즘 아침 일찍부터 두 아이와 하루 종일 지내면서 새삼 친정어머니에게 고마움도 느끼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절감하고 있다.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부터 젖 먹이고, 혹시나 아기가 잘못될까 온종일 신경 쓰는 것 까지 이제야 부모 된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크는 모습을 보고, 가끔씩 예쁜 짓이라도 하면 함께하는 시간이 힘든 줄 모른다.
“친정엄마가 나를 이렇게 키웠고 큰 아이도 힘들게 키웠구나 생각하면 가슴이 찡해요.” “정말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이와 함께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씨는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5년 넘게 일했다. 어떤 때는 집에서 아이만 보려는 평소 활동적인 성격에 맞지 않아 갑갑할 때도 있다. 실제로 그는 9월 하순이면 다시 회사로 출근을 해야 한다. 아직 두 아이 모두 엄마 품을 떠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오씨 입장에서는 회사일도 당장 오랫동안 비워두기에는 여건이 허락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만한 여건이 절실하다. 직장 내 탁아시설이든 직장 근처에서 아이가 노는 걸 가끔씩 확인만 할 수 있어도 일하는 데 훨씬 신이 날 것같다.
“사실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데가 있었으면 육아휴직을 안 썼을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활동적이어서 일하는 게 좋거든요.” “육아휴직도 현재 1년으로 아주 짧은 것 같지는 않지만 좀 길면 좋겠고, 수당도 점점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나름대로 적지 않은 월급을 받던 오씨 입장에서 월 50만원의 육아휴직 수당은 전체적인 가정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오씨는 얼마 남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정성을 다하고 있으며, 우리사회가 좀 더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좋은 여건을 갖춰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씨는 “우리아이들이 행복하게 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직장과 가정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오씨의 모습에서 저출산 사회 정부정책과 기업의 책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돼야 할 듯 하다.
김현경 기자 bluedit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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