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무인민원발급기, 이용자도 '무인'

동사무소, 백화점 등 45대 설치 … 1일 대당평균 4명꼴 이용

지역내일 2001-04-10 (수정 2001-04-10 오후 6:51:15)
대당 5200만원이나 나가는 무인 민원발급기가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는 등 자치단체에서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민원업무 정보화 사업이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10일 서울 강남구 등에 따르면 현재 강남구에만 45대가 설치돼 있는 무인민원발급기 하루 이용건수
가 대당 평균 4건 정도에 그치고 있어 글자 그대로 '무인 기계'가 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 8월 "일선 구청에서는 최초로 서울시와 행자부 망을 연계한 무인 민원서류 발급기
103대를 민자유치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일선 동의 민원업무가 감소
하는 것은 물론 연간 220억원의 기회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이에따라 강남구는 현재까지 45대의 무인민원발급기를 각 동사무소와 테헤란로 주변은행, 대단위아
파트 관리사무소 등 주요기관에 설치했으나 발급기 45대가 하루에 발행하는 증빙서류는 평균 200여건
미만으로 대당 고작 하루 4장에 그치고 있다.
강남구측은 현행법상 지자체가 발행하는 민원증명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민등록과 호적등
초본 등 주요 민원증명을 뗄 수 없는데다 발급기의 과반수가 집중 설치돼 있는 일선 동사무소에서 발
급기 활용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강남구 지적과 관계자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도 주민등록 등본 등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
이 행자부에서 통과되면 130만건에 이르는 등본 발급 건수의 30% 정도인 50만건 정도는 무인증명발급
기를 통해 처리될 것"이라며 "오는 6월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발급기 이용이 저조한 것은 이용률이 높지않은 곳에 설치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동사무소의 경우 직원을 통해 손쉽게 민원서류를 뗄 수 있는데 구태여 자동발급기를 이용할 필요가
없으며 기계가 설치된 백화점과 은행, 한국감정원 등도 주민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도 "백화점 이용객들은 물건에만 관심이 있을 뿐 무인민원발급기가 있는지조차 모른
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객들의 외면과 관리자들의 관리소홀로 인한 잦은 고장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강남구에 따르면 동사무소 직원 등이 퇴근할 때 코드를 뽑아버려 네트워크상 문제 때문에 다음날 부
팅이 안되고 발급기에 사용되는 특수지가 기계에 걸리는 등 관리미숙으로 인한 잔고장이 많이 발생,
일선 공무원들만 고생하고 있다.
이렇듯 민원자동발급기가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자 '광고수익'을 바라보고 무료로 장비를 설치
해 준 업체에서도 광고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장비 설치회사인 지한정보통신 관계자는 "이용률 저조로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며 "동사무소 보
다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등에 설치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라고 불평했다.
이때문에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행정자치부의 행정정보화사업 지침에 따라 앞다퉈 무인 민원발급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설치업체가 계약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원업무 정보화 사업 도입
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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