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맛 현대적 감각으로 탈바꿈
내실 다져 글로벌 기업으로
“돈보다 더 중요한 부가가치를 전해주는 기업. 직원들이 높은 행복감을 느끼고 소비자들이 좋은 기업으로 인식해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60년 기업 전통을 가진 박진선(사진) 샘표식품 사장의 기업관이다. 발효식품 전문기업인 샘표는 1946년에 창립해 60년동안 한길을 걸어온 전통기업이다. 샘표는 규모보다는 내실이 튼실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부채가 없고, 적자가 없고, 노사분규가 단 한번도 없었던 3무(無)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이 직접 경영의 키를 잡은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박 사장은 10년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고 했다. 박 사장이 관심을 가진 것은 마케팅이다.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온 샘표는 제품력은 월등히 우월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세련된 마케팅을 구사하지 못했다. 지난 50년동안은 제품력으로 승부했지만 박 사장이 재임했던 10년은 제품력에 마케팅이 더해졌다. 박 사장은 전문인력을 확대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을 도맡았다.
유통채널별로 전문 팀제를 구성하고 브랜드 매니저를 도입하는 등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했다. 또 연구실을 연구소로 확대하고 국제공인식품안전센터를 설립해 제품의 품질을 더욱 높였다. 박 사장은 제품이 출시될 때 제품의 맛을 보지 않는다. 자신의 맛보다는 소비자의 맛이 중요하다고 판단, 전문가인 직원들이 만들어낸 균일한 맛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은 매출로 결실을 맺었다. 박 사장 취임하던 97년 80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2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
◆소비자와 직원이 함께 행복해 하는 기업 = 박 사장은 “샘표는 1등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소비자들에게 많은 행복감을 주는 회사로 인식되고 싶다”고 늘 강조한다.
이런 박 사장의 생각은 소비자 요리교실, 주부모니터, 공장견학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미원(知味園)’이라는 요리공간을 열어 매주 요리 강습과 실습을 병행한다. 이곳에는 주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건강식 만들기 등 다양한 요리 강습을 접할 수 있어 인기다.
샘표스페이스는 경기도 이천의 샘표 간장 공장에 위치한 갤러리다. 공장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대안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간장공장 미술수업’ 등은 문화예술로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예술적 ‘끼’를 살려주고 있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더 잘 해줄까 고민을 달고 다닌다.
본사 건물을 임대해서 쓰고 있지만 직원들 휴식공간만큼은 여느 기업 부럽지 않게 꾸몄다. 남녀직원간에 어떠한 차별도 없다. 오히려 우수한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없이 다닐 수 있는 일터라고 자부한다. 육아휴직은 1년동안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원하면 사이버외국어교육이나 리더십 교육비 등을 회사가 아낌없이 지원한다. 지방출신 인재를 등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배려라는 박 사장의 소신에서 출발한다.
박 사장은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열정과 정직함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샘표가 커지면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는 맛을 실고 = 박 사장은 샘표가 단순히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기 보다는 우리의 맛과 문화를 전파하는 기업으로 커 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우리문화를 모르면 “무식하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우리문화에 대한 학습이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학습의 일환으로 ‘된장학교’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페스트푸드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된장의 참맛을 알려주고 효능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콩 재배에서부터 장 담그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박 사장은 미국식 음식문화에 익숙한 자녀들에게 된장의 맛을 가르쳐 주기 위해 매일 된장을 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국악에 한국적인 맛을 접목해 세계에 전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악의 해외공연 후원에 적극적이다. 이번달에도 러시아에서 있을 국악공연을 후원한다.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는 국악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한국의 맛을 세계인들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문화를 알아야 맛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확신한다.
현재 샘표의 제품은 러시아와 중동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짠맛에 익숙한데 콩을 주원료로 삼고 있는 간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육류를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꼬치요리 등에 발라 먹기도 한다. 중동지역에서도 샘표의 제품력이 인정을 받아 판매량이 늘고 있다. 박 사장은 “우리 문화와 음식을 가지고 세계인을 즐겁게 하고 싶다”며 “샘표가 제품만 잘 만드는 회사에서 우리의 맛을 현대적으로 살려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은
50년생인 박진선 사장은 창업주 고 박규회 선대사장의 장손으로 박승복 회장의 큰 아들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전자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를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특이한 전력을 가졌다. 90년 박승복 회장의 권유로 샘표에 입사해 사내 전산망을 구축했고, 97년 사장으로 취임해 전통 이미지가 강했던 샘표를 역동적인 식품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푸근한 철학자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오너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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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다져 글로벌 기업으로
“돈보다 더 중요한 부가가치를 전해주는 기업. 직원들이 높은 행복감을 느끼고 소비자들이 좋은 기업으로 인식해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60년 기업 전통을 가진 박진선(사진) 샘표식품 사장의 기업관이다. 발효식품 전문기업인 샘표는 1946년에 창립해 60년동안 한길을 걸어온 전통기업이다. 샘표는 규모보다는 내실이 튼실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부채가 없고, 적자가 없고, 노사분규가 단 한번도 없었던 3무(無)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이 직접 경영의 키를 잡은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박 사장은 10년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고 했다. 박 사장이 관심을 가진 것은 마케팅이다.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온 샘표는 제품력은 월등히 우월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세련된 마케팅을 구사하지 못했다. 지난 50년동안은 제품력으로 승부했지만 박 사장이 재임했던 10년은 제품력에 마케팅이 더해졌다. 박 사장은 전문인력을 확대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을 도맡았다.
유통채널별로 전문 팀제를 구성하고 브랜드 매니저를 도입하는 등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했다. 또 연구실을 연구소로 확대하고 국제공인식품안전센터를 설립해 제품의 품질을 더욱 높였다. 박 사장은 제품이 출시될 때 제품의 맛을 보지 않는다. 자신의 맛보다는 소비자의 맛이 중요하다고 판단, 전문가인 직원들이 만들어낸 균일한 맛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은 매출로 결실을 맺었다. 박 사장 취임하던 97년 80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200억원대로 크게 늘었다.
◆소비자와 직원이 함께 행복해 하는 기업 = 박 사장은 “샘표는 1등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소비자들에게 많은 행복감을 주는 회사로 인식되고 싶다”고 늘 강조한다.
이런 박 사장의 생각은 소비자 요리교실, 주부모니터, 공장견학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미원(知味園)’이라는 요리공간을 열어 매주 요리 강습과 실습을 병행한다. 이곳에는 주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건강식 만들기 등 다양한 요리 강습을 접할 수 있어 인기다.
샘표스페이스는 경기도 이천의 샘표 간장 공장에 위치한 갤러리다. 공장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대안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간장공장 미술수업’ 등은 문화예술로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예술적 ‘끼’를 살려주고 있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더 잘 해줄까 고민을 달고 다닌다.
본사 건물을 임대해서 쓰고 있지만 직원들 휴식공간만큼은 여느 기업 부럽지 않게 꾸몄다. 남녀직원간에 어떠한 차별도 없다. 오히려 우수한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없이 다닐 수 있는 일터라고 자부한다. 육아휴직은 1년동안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직원들이 원하면 사이버외국어교육이나 리더십 교육비 등을 회사가 아낌없이 지원한다. 지방출신 인재를 등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배려라는 박 사장의 소신에서 출발한다.
박 사장은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열정과 정직함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샘표가 커지면 직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는 맛을 실고 = 박 사장은 샘표가 단순히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기 보다는 우리의 맛과 문화를 전파하는 기업으로 커 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우리문화를 모르면 “무식하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한다. 우리문화에 대한 학습이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학습의 일환으로 ‘된장학교’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페스트푸드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된장의 참맛을 알려주고 효능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콩 재배에서부터 장 담그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박 사장은 미국식 음식문화에 익숙한 자녀들에게 된장의 맛을 가르쳐 주기 위해 매일 된장을 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국악에 한국적인 맛을 접목해 세계에 전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악의 해외공연 후원에 적극적이다. 이번달에도 러시아에서 있을 국악공연을 후원한다.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는 국악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한국의 맛을 세계인들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문화를 알아야 맛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확신한다.
현재 샘표의 제품은 러시아와 중동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짠맛에 익숙한데 콩을 주원료로 삼고 있는 간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육류를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꼬치요리 등에 발라 먹기도 한다. 중동지역에서도 샘표의 제품력이 인정을 받아 판매량이 늘고 있다. 박 사장은 “우리 문화와 음식을 가지고 세계인을 즐겁게 하고 싶다”며 “샘표가 제품만 잘 만드는 회사에서 우리의 맛을 현대적으로 살려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샘표식품 박진선 사장은
50년생인 박진선 사장은 창업주 고 박규회 선대사장의 장손으로 박승복 회장의 큰 아들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전자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를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특이한 전력을 가졌다. 90년 박승복 회장의 권유로 샘표에 입사해 사내 전산망을 구축했고, 97년 사장으로 취임해 전통 이미지가 강했던 샘표를 역동적인 식품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푸근한 철학자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오너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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