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사교육비 실태조사의 몇가지 의문점

지역내일 2001-04-04 (수정 2001-04-04 오후 4:51:35)
3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사교육비로 7조원 이상 지
출됐고, 다수 학생이 현재도 과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7조원이라는 비용은 물론 어마어마한 액수지만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교육부가 현상을 현상대로 분
석하지 않고, 축소에 급급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과외 경험률을 묻는 질문에서 현재 과외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55.8(초등학생 64%)%라고 발표했
다. 하지만 같은 보고서 뒷편에는 현재 과외를 받는 학생이 60.6%(초등학생 80.1%)라고 밝히고 있다.
전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고, 후자는 학생들이 응답한 내용이다. 동일항목에 학생과 학
부모의 답변이 현저히 다르다는 점도 조사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지만 교육부는 아무런 설
명도 없이 학부모 답변을 일방적으로 선택, 전체 현상으로 발표했다.
또 현실여건의 한계라는 이유로 초등학교 1·2·3학년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저학년일수록 과
외 교습률이 높다는 자체 분석에 따르더라도 이들 학생을 포함했을 경우 과외비율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과외비용 항목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자료를 통해 서울 강남·서초·송파지역의 연간 과외비용이
133만5000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월별로 계산하면 11만1250원이다.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 강동지역에 위치한 모 사회과학탐구 전문학원의 경우 16회 강의(1주일에 두 번씩 두달
간)에 10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또 매월 수 천 만원대 고액과외를 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
고, 일부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조사 분석 역시 과외를 받고 있는 학생에 대한 통계는 없이 과외를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하
는 전체평균을 제시함으로써 비용을 축소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의도는 사교육비 실태 발표시기와도 연관된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조사 결
과를 발표할 계획으로 기자간담회 날짜까지 잡아 놓았다가 갑자기 연기했다. 그러다 지난 주 갑자기
발표 날짜를 잡았고, 교육부총리도 없는 상황에 서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총리는 OECD교육장관 회
의 참석차 프랑스 방문중이다.
공교육 위기니, 교실 파괴니 교육정책에 대한 갖은 비판 여론속에 사교육비 증가 사실을 밝히는 게
그렇게 부담스러웠을까.
이번 조사의 목적은 사교육비 부담 경감 대책 등 교육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찾는 데 있었
다. 사실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현상을 현상대로 받아들일 때 참다운 대안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교
육부 관계자들은 잊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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