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네티즌이 움직인다

지역내일 2007-06-04
‘교통안전’ 네티즌이 움직인다
회원 1만명 베스트카페 ‘교통사고 확 줄이자’
온·오프라인 종횡무진 교통사고 줄이기 활동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에 있는 카페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특이한 점은 직업도 연령도 각양각색이라는 점. 대학생과 가정주부도 있고, 보험회사 보상직원과 어린이 교통안전물품 제작사 대표도 있다. 알고 보니 인터넷에서 카페활동을 하는 회원들의 정모(정기모임) 날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소속 된 인터넷 카페의 명칭. ‘교통사고 확 줄이자’가 카페 명칭이다. 사진, 게임, 댄스, 스포츠 등 다양한 취미활동과 관심사에 따라 생겨난 수많은 인터넷 카페들 사이에서 ‘교통사고를 확 줄이자’는 공익 카페라니…. 과연 제대로 운영이나 될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회원수가 1만명이 넘는 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베스트 카페에도 선정된 경험이 있는 저력이 있다. 참석한 회원들의 태도가 여간 진지한 게 아니다.
이날의 ‘정모’에서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 회원은 카페회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으므로 자동차 운전도중 직접 체험한 안전한 길, 위험한 도로, 꼭 한 번 가봐야 할 길 등 전국 도로망을 소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험한 지역인 경우 직접 사진을 찍어서 올리자는 의견이 뒤따랐다.
또 회원들의 사고경험담을 공유해 사고발생시 대처요령을 알리자는 의견,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나 시민기자단 등을 통해 도로상황이나 교통사고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밖에 보험회사나 대법원 판례 등 일반과실 사례를 수록한 뒤 사고처리 매뉴얼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 차량동호회나 자동차 정비 등 교통관련 다른 카페와의 교류도 추진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때론 전문가 못지않은 의견도 나온다. 이날 모임에서는 책임보험의 문제점이나 외국에 비해 낮은 범칙금 문제, 스쿨존 개선사업의 정체 등이 집중 거론됐다.
카페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도 공유했다.
‘어린왕자’라는 아이디를 쓰는 회원은 “매주 2회씩 올라오는 전문가 칼럼을 관리하고 있는데 사고예방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아이디어 발굴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 ‘맑은 샘물’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회원은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나 경찰청 등 관계기관 홈페이지 등에 평소 느낀 교통안전개선을 위한 의견을 자주 제시하는데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해당 기관에서 귀찮아하거나 오해를 하는 경우까지 생겨 섭섭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처럼 크고 작은 고민과 부족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 회원들은 카페 활동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비록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활동들이지만 모이고모여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이 카페 회원들이 펼치고 있는 주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가 ‘신문고’ 활동이다. 카페 홈페이지의 한 코너이기도 한 신문고는 교통안전과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제도나 법률, 언론에 비쳐진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하는 활동이다. 최근 주제는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량한 사람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면 음주운전자에 대해 지금보다 무거운 처벌을 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하고, 다양한 관계기관 인터넷 게시판에 수시로 올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륜차 운전문화 개선을 주제로 비슷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2004년 10월 당시 교통사고줄이기실천협의회가 모태가 돼 출발한 이 카페는 다양한 캠페인 활동은 기본이고, 어린이자전거 안전운전면허증 실시, 드라이빙스쿨 체험이벤트, 교통안전해외견학, 안전한 스쿨존 신청하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네이버 베스트 카페에 선정되기도 했고, 지금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 든 것으로 보도되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주로 재테크 등에 치우치면서 예전만큼 호응이 높지 않은 것이 최대 고민이다. 보험회사 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한 회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사망사고는 줄었지만 여전히 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교통사고 예방 활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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