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고등학교 동창회 모임이 있었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다가 한 친구가 책은 잘 팔리는지를 물었다.
얼마 전 내놓은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금융교육="">이라는 필자의 책을 두고 하는 얘기다. 책이 영 팔리지 않는다는 필자의 푸념에 친구가 그 원인을 족집게처럼(?) 짚어주었다. 일단 독자층을 잘 못 골랐다는 것이다.
금융교육을 주제로 한 책이라면 누구보다 ‘여자’를 독자로 써야 했다는 것이다. 이어진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돈을 밝히는데…”라는 친구의 너스레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듣고 보니 마냥 허튼 소리만은 아니다. 실제 요즘 서점가에 <돈 밝히는="" 여자가="" 아름다운="" 이유="">, <왕비 재테크="">, <나는 남자가="" 적금통장보다="" 좋다="">, <부자아빠는 아내가="" 만든다=""> 등 여성이 여성을 위해 쓴 재테크 책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들의 재테크 열풍은 한편으로는 돈에 관한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사실 예전부터 돈 관리 능력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탁월했다. “결혼을 해야 돈을 모은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돈 관리는 여자(아내)가 해야 제격이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실제 여성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돈 관리’를 책임지는 가정이 69%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가정의 돈 관리에서 남성이 ‘주인공’이라면 여성은 남성을 돕는 ‘조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돈과 여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편견도 큰 몫을 한듯하다. “여자는 투자에 약하다”, “큰돈은 남자가 관리해야 된다”등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돈 문제에도 예외가 없다.
그러나 여성이 투자에 약하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편견에 불과하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자신의 아내를 ‘주식투자의 스승’이라고 불렀다. 아내가 들려주는 제품과 기업 정보를 토대로 투자종목을 골랐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팬티스타킹 ‘레그스’를 써보니 좋더라”는 아내의 귀띔에 제조사인 헤인즈 주식을 사들여 6배의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이론적인 뒷받침만 없을 뿐 주부들이 경제를 읽는 안목은 탁월하다. 대충대충 물건을 고르는 남자들과 달리 주부들은 제품의 장쪾단점을 꼼꼼히 따져 까다롭게 쇼핑한다. 그래서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머지않아 그 분야의 일등기업이 될 때가 많다. 한마디로 생활경제에 밝은 주부들이 소위 ‘가치투자’의 정석을 체득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이 부동산, 특히 집을 고를 때의 안목은 대단하다. 여자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이 살기도 편하고 또 나중에 되팔 때도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좋은 집이다. 교육환경이며 주거환경을 속속들이 꿰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우리사회의 편견과는 달리 여성들은 타고난 투자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성이 투자에 약하다는 얘기가 마냥 편견만은 아닌듯하다. 남성보다 투자정보나 지식이 부족하기 쉬운 여성은 투자 얘기만 나오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금융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여성이 투자에 있어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성이 금융에 대해 어둡고 잘 모르는 것은 그저 남성에 비해 금융문제를 접할 기회가 적고 금융교육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들이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면 결과는 전혀 딴판일 것이다. 이미 기회는 활짝 열려있다. 언론사나 백화점, 그리고 금융기관 등에서 여성을 위해 준비한 금융교육 강좌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타고난 투자감각에다 금융교육의 기회까지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여성들의 자신감이다. 이젠 여성 스스로가 ‘여성과 돈’에 대한 편견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여성만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남성과 사회에 당당할 수 있다. 또 이런 여성이 우리 가정과 사회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이끈다. 여성들이 타고난 투자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 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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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놓은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금융교육="">이라는 필자의 책을 두고 하는 얘기다. 책이 영 팔리지 않는다는 필자의 푸념에 친구가 그 원인을 족집게처럼(?) 짚어주었다. 일단 독자층을 잘 못 골랐다는 것이다.
금융교육을 주제로 한 책이라면 누구보다 ‘여자’를 독자로 써야 했다는 것이다. 이어진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돈을 밝히는데…”라는 친구의 너스레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듣고 보니 마냥 허튼 소리만은 아니다. 실제 요즘 서점가에 <돈 밝히는="" 여자가="" 아름다운="" 이유="">, <왕비 재테크="">, <나는 남자가="" 적금통장보다="" 좋다="">, <부자아빠는 아내가="" 만든다=""> 등 여성이 여성을 위해 쓴 재테크 책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들의 재테크 열풍은 한편으로는 돈에 관한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사실 예전부터 돈 관리 능력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탁월했다. “결혼을 해야 돈을 모은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돈 관리는 여자(아내)가 해야 제격이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실제 여성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돈 관리’를 책임지는 가정이 69%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가정의 돈 관리에서 남성이 ‘주인공’이라면 여성은 남성을 돕는 ‘조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돈과 여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편견도 큰 몫을 한듯하다. “여자는 투자에 약하다”, “큰돈은 남자가 관리해야 된다”등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돈 문제에도 예외가 없다.
그러나 여성이 투자에 약하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편견에 불과하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자신의 아내를 ‘주식투자의 스승’이라고 불렀다. 아내가 들려주는 제품과 기업 정보를 토대로 투자종목을 골랐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팬티스타킹 ‘레그스’를 써보니 좋더라”는 아내의 귀띔에 제조사인 헤인즈 주식을 사들여 6배의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이론적인 뒷받침만 없을 뿐 주부들이 경제를 읽는 안목은 탁월하다. 대충대충 물건을 고르는 남자들과 달리 주부들은 제품의 장쪾단점을 꼼꼼히 따져 까다롭게 쇼핑한다. 그래서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머지않아 그 분야의 일등기업이 될 때가 많다. 한마디로 생활경제에 밝은 주부들이 소위 ‘가치투자’의 정석을 체득하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이 부동산, 특히 집을 고를 때의 안목은 대단하다. 여자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이 살기도 편하고 또 나중에 되팔 때도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좋은 집이다. 교육환경이며 주거환경을 속속들이 꿰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우리사회의 편견과는 달리 여성들은 타고난 투자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성이 투자에 약하다는 얘기가 마냥 편견만은 아닌듯하다. 남성보다 투자정보나 지식이 부족하기 쉬운 여성은 투자 얘기만 나오면 위축되기 마련이다. 금융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여성이 투자에 있어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성이 금융에 대해 어둡고 잘 모르는 것은 그저 남성에 비해 금융문제를 접할 기회가 적고 금융교육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들이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면 결과는 전혀 딴판일 것이다. 이미 기회는 활짝 열려있다. 언론사나 백화점, 그리고 금융기관 등에서 여성을 위해 준비한 금융교육 강좌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타고난 투자감각에다 금융교육의 기회까지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여성들의 자신감이다. 이젠 여성 스스로가 ‘여성과 돈’에 대한 편견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여성만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남성과 사회에 당당할 수 있다. 또 이런 여성이 우리 가정과 사회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이끈다. 여성들이 타고난 투자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 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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