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률 낮지만 법정 가득 메운 사람들 … 경매전문가 지망생 현장연수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경매 시장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법원의 경매 법정은 사람들로 가득차고 있지만 입찰률은 저조하다. 하지만 ‘경매만한 재테크가 없다’는 기대심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발길을 경매 법정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3·9계 부동산 경매법정에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방청객들이 150여 좌석을 메우고 좌우 통로에도 들어차 200여명이 넘었다.
하지만 입찰률은 매우 낮았다. 이날 경매물건 216건 중 입찰 된 물건은 36건으로 16%에 불과했다. 강남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는 김 모(45)씨는 “요즘은 아파트 경매도 1차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경매시장이 썰렁해진 지 제법 됐다”고 말했다.
◆매도가 35억대 아파트, 29억400만원에 낙찰 =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강남의 고가 아파트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72평형 아파트가 경매물건으로 나와 1차는 유찰되고 이날 2차에서 낙찰됐다. 낙찰가는 29억400만원. 감정가는 32억5000만원이었고 강남 부동산 중개소에 내놓은 다른 타워팰리스 72평형의 매도 호가는 35억원이다. 매도호가 대비 82%에서 경매가가 정해진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김씨는 “예전에는 아파트의 경우 경매가가 감정가와 비슷했다”며 경매시장의 열기가 식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현대빌라트는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차이가 더욱 심했다. 82평형 감정가는 15억원이었지만 1·2차에서 유찰되고 이날 3차에서 11억6111만원에 낙찰됐다.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는 49평형으로 감정가가 16억원이었다. 하지만 두 번 유찰되고 3차에서 13억5255만원에 경매됐다.
잠원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는 박 모(47)씨는 “요즘은 감정가가 시가와 비슷하다”며 “감정가의 80% 선에서 경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시장은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얼어붙었다”며 그 영향을 받는 경매시장 역시 썰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 어려워지자 대출알선업자들 활개 =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인 압구정동 미성아파트와 타워팰리스가 입찰에 부쳐진 지난 5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은 한산했다. 경매 대출 홍보용 명함을 나눠주던 이 모씨는 “자고 나면 집값이 몇 천만원씩 뛰던 1월까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사람이 줄기 시작한 건 2월 후반부터”라며 싸늘해진 체감 경기를 전했다.
법정에 나온 이들 중 실제 입찰에 참가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미리 현장에서 실전 감각을 쌓아두려는 이들이다. 법정 한쪽에선 경매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의 현장 연수도 한창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경매 강의를 수강 중인 교육생들. 실습을 이끌던 경매 교육 전문업체 ‘지지교육원’ 권성안 팀장에 따르면 “수강생은 갈수록 느는 추세”라고 한다. “경매를 건전한 재테크로 보는 인식이 높아지고, 고학력자의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경매 전문가가 하나의 직업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경매 공부’에 뛰어든 지 6개월째라는 자영업자 박 모(38)씨는 “확실히 매물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그래도 잘만 고르면 경매만한 재테크가 없다”며 관심 물건들의 명세서 열람에 나섰다.
법정을 나서는 낙찰자에게는 이른바 ‘대출 딜러’들이 몰려가 겹겹으로 에워싸고 명함을 전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출 규제로 인해 경매시장은 얼어붙었어도 대출을 알선하는 개인영업자들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구직난과 경기 불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무용 오피스텔에 입찰자 몰려 = 이날 경매가 진행된 총 85건 중 32건만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중 15건은 같은 상가 건물 내의 물건들을 한 사람이 ‘싹쓸이’로 매수했다. 그 외 물건 17건 중 혼자 응찰해 낙찰 받은 경우가 8건이나 된다. 나머지도 응찰자가 대개 3명 내외에 머물렀다.
반면 역삼동에 있는 업무용 오피스텔들에는 입찰자가 몰려 대조를 이루었다. 임대 수익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감정가를 상회하는 가격에 낙찰됐다. 감정가 1억원 미만의 연립 및 다세대 주택들에도 재개발을 염두에 둔 수요자들이 몰려 경쟁을 벌였다.
한편 1회 입찰인 압구정동 미성 2차 32평형(감정가 8억5000만원)은 8억9300만원을 써낸 단독 응찰자가 매수에 성공했다.
이는 현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나, 자칭 ‘경매 전문가’라는 낙찰자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관심을 모았던 도곡동 타워팰리스 66평형은 또 유찰돼 내달 3일, 다시 입찰에 부쳐진다.
김세라 리포터 문진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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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경매 시장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법원의 경매 법정은 사람들로 가득차고 있지만 입찰률은 저조하다. 하지만 ‘경매만한 재테크가 없다’는 기대심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발길을 경매 법정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3·9계 부동산 경매법정에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방청객들이 150여 좌석을 메우고 좌우 통로에도 들어차 200여명이 넘었다.
하지만 입찰률은 매우 낮았다. 이날 경매물건 216건 중 입찰 된 물건은 36건으로 16%에 불과했다. 강남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는 김 모(45)씨는 “요즘은 아파트 경매도 1차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경매시장이 썰렁해진 지 제법 됐다”고 말했다.
◆매도가 35억대 아파트, 29억400만원에 낙찰 =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강남의 고가 아파트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72평형 아파트가 경매물건으로 나와 1차는 유찰되고 이날 2차에서 낙찰됐다. 낙찰가는 29억400만원. 감정가는 32억5000만원이었고 강남 부동산 중개소에 내놓은 다른 타워팰리스 72평형의 매도 호가는 35억원이다. 매도호가 대비 82%에서 경매가가 정해진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김씨는 “예전에는 아파트의 경우 경매가가 감정가와 비슷했다”며 경매시장의 열기가 식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현대빌라트는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차이가 더욱 심했다. 82평형 감정가는 15억원이었지만 1·2차에서 유찰되고 이날 3차에서 11억6111만원에 낙찰됐다.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는 49평형으로 감정가가 16억원이었다. 하지만 두 번 유찰되고 3차에서 13억5255만원에 경매됐다.
잠원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는 박 모(47)씨는 “요즘은 감정가가 시가와 비슷하다”며 “감정가의 80% 선에서 경매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시장은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얼어붙었다”며 그 영향을 받는 경매시장 역시 썰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 어려워지자 대출알선업자들 활개 =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인 압구정동 미성아파트와 타워팰리스가 입찰에 부쳐진 지난 5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은 한산했다. 경매 대출 홍보용 명함을 나눠주던 이 모씨는 “자고 나면 집값이 몇 천만원씩 뛰던 1월까지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며 “사람이 줄기 시작한 건 2월 후반부터”라며 싸늘해진 체감 경기를 전했다.
법정에 나온 이들 중 실제 입찰에 참가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미리 현장에서 실전 감각을 쌓아두려는 이들이다. 법정 한쪽에선 경매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의 현장 연수도 한창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경매 강의를 수강 중인 교육생들. 실습을 이끌던 경매 교육 전문업체 ‘지지교육원’ 권성안 팀장에 따르면 “수강생은 갈수록 느는 추세”라고 한다. “경매를 건전한 재테크로 보는 인식이 높아지고, 고학력자의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경매 전문가가 하나의 직업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경매 공부’에 뛰어든 지 6개월째라는 자영업자 박 모(38)씨는 “확실히 매물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그래도 잘만 고르면 경매만한 재테크가 없다”며 관심 물건들의 명세서 열람에 나섰다.
법정을 나서는 낙찰자에게는 이른바 ‘대출 딜러’들이 몰려가 겹겹으로 에워싸고 명함을 전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출 규제로 인해 경매시장은 얼어붙었어도 대출을 알선하는 개인영업자들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구직난과 경기 불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무용 오피스텔에 입찰자 몰려 = 이날 경매가 진행된 총 85건 중 32건만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중 15건은 같은 상가 건물 내의 물건들을 한 사람이 ‘싹쓸이’로 매수했다. 그 외 물건 17건 중 혼자 응찰해 낙찰 받은 경우가 8건이나 된다. 나머지도 응찰자가 대개 3명 내외에 머물렀다.
반면 역삼동에 있는 업무용 오피스텔들에는 입찰자가 몰려 대조를 이루었다. 임대 수익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감정가를 상회하는 가격에 낙찰됐다. 감정가 1억원 미만의 연립 및 다세대 주택들에도 재개발을 염두에 둔 수요자들이 몰려 경쟁을 벌였다.
한편 1회 입찰인 압구정동 미성 2차 32평형(감정가 8억5000만원)은 8억9300만원을 써낸 단독 응찰자가 매수에 성공했다.
이는 현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나, 자칭 ‘경매 전문가’라는 낙찰자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관심을 모았던 도곡동 타워팰리스 66평형은 또 유찰돼 내달 3일, 다시 입찰에 부쳐진다.
김세라 리포터 문진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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