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매각이 정권 발목 잡는다

해외매각 추진한 국가들 집권당 지지도 하락

지역내일 2000-10-09
어깨 : 대우차 처리의 파장(1)
GM이 대우차를 일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포드의 인수포기를 기점으로 대우차를 제값에 팔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우차를 일단 정상화한 후 상품가치를 높여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GM과의 매각협상이 빨라야 내년 2월 이후에나 끝날 것이란 예상들이 나오고 있어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차를 GM에 매각할 경우, 매각결과에 따라 ‘국민의 정부’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업체를 해외에 매각한 국가들은 공장폐쇄 , 대량해고 등으로 집권당이 어려움을 겪고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포드의 인수포기로 미국에 빠졌던 대우차 처리문제가 GM-피아트 컨소시엄이 인수의사를 밝힘으로써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우차 매각이 GM-피아트 컨소시엄과 사실상의 수의계약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수의계약의 경우, 대우차는 헐값매각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전후방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대우차 처리의 결과가 ‘국민의 정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 GM의 의도 = 대우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9일부터 GM-피아트 컨소시엄과 대우차 인수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과 GM-피아트 컨소시엄이 협상과 함께 예비실사를 겸할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승용차부문을 포함, 매각대상 법인 전체를 일괄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서는 GM이 대우차 관련 매각대상 법인 전체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수계약은 GM의 예비실사, 정밀실사, 가격협상 등을 모두 마친 내년 2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9일 LG증권은 ‘GM의 대우차 일괄인수 제의 영향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GM이 쌍용차 대우캐피탈 등 일부 계열사를 인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GM은 구속력 없는 인수의향서를 통해 일괄인수를 제의함으로써 협상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GM은 이를 통해 실사 등을 통해 시간을 끌어 결국 가격, 고용 등 인수조건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1차 협상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두 달간의 실사를 마친 GM이 다시 예비실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 그 반증이라고 보고 있다.

◇ 닛산의 사례 = 자동차업계에서는 GM에 인수된 대우차에서도 일본 닛산과 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닛산은 지난 99년 3월 프랑스 르노에 인수됐다. 닛산을 인수한 르노는 99년 10월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닛산에 파견된 카를로스 곤 최고집행위원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으로 명명된 재건책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닛산은 1145개의 부품업체를 2002년까지 600개로 줄여 비용을 20% 삭감한다. 또 닛산은 240만대 생산체제를 165만대 체제로 줄여 가동률을 53%에서 77%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개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24개 플랫폼을 2004년까지 12개로 줄일 방침이다. 특히 닛산은 14만8000명에 이르는 종업원 중 2만1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 삼성차 재판될 수도 = 재계 일각에서는 GM의 전략이 성공하면 정부·채권단은 인수에서 제외된 기업의 처리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새로 구성된 대우차 노동조합은 강성노조로 알려져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차 노조 집행부는 선거운동기간 중 분리매각 반대, 공장 축소 폐쇄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또한 GM이 인수를 포기한 국내 사업장이 있는 지역의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우 부평공장의 경우, 인천 지역경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평공장이 현상태로 유지돼지 않을 경우, 삼성차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부산의 민심이반현상이 인천을 중심으로 경인지방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시 자료에 의하면 대우차와 관련 협력사는 전체 제조업을 기준으로 고용 기준 11.2%, 매출기준 18.4%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대우차가 인천지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며 “최근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대우차 처리에 따른 불안감이 팽배해있다”고 말했다.
정부·채권단은 포드와의 협상에서 실패하고 대우차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채권단은 조기 매각이 대우차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채권단은 매각이 늦어질수록 대우차의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 경제계 인사는 “대우차의 가치하락에는 살리기 보다는 매각에만 치중한 정부·채권단의 책임도 크다”며 “대우차가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 마당에 정상화한 후 상품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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