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이랑 지원이가 책을 읽어준대요”
김 영 희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장 알짬어린이도서관장)
대전에는 ‘알짬, 모퉁이, 짜장, 짝꿍, 해뜰, 또바기’ 등 이름도 독특한 마을어린이도서관이 있다. 이들이 모여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도 만들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이들 작은 도서관에서는 하루하루 작지만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수연이랑 지원이가 책을 읽어준대요” 도서관에 들어서는 걸음이 무섭게 도서관지기가 자랑을 한다. 수연이랑 지원이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준다는 것인지. 원! 앞뒤 다 잘린 자랑이 궁금하다. 얘기인즉, 1학년 아이들이 조용해서 슬쩍 들여다봤더니 수연이랑 지원이가 1학년 아이들을 옆에 끼고 감정을 담아 책을 읽어주고 있더란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이왕이면 책 읽어주는 활동을 꾸준히 하라고 권했더니 너무 신나하더란다. 내가 움직이는 대로 졸졸 따라다니며 자랑하는 도서관지기(도서관상근봉사자)는 흥분상태였다.
수연이와 지원이는 우리 도서관이 생긴 해 1학년이었다. 수연이는 맞벌이 하는 부모 덕에 알짬 터줏대감이 되었다. 매일 왔다 갔다 하는데 많이 놀아줄 수 없어 미안했다. 그래서 미안함을 덜어내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책 읽어주는 일을 했다. 그저 읽어주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커서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주, 수연이와 지원이는 책 읽어주는 일을 하지 못했다. 3시에 왔더니 1학년 아이들이 집에 가고 없더란다.
“그런데요, 그 녀석들 기특해요. ‘꼭꼭 숨어라’를 읽어주고 운동장에 가서 숨바꼭질하려 했대요. 신통하죠. 우리는 바람맞을 때 속상했는데….” 또 도서관지기의 자랑이 늘어진다.
도서관, 학교 밖 공교육기관
“실망했겠네.”
“아니요, 1학년 아이들 많은 시간에 온다고 다음주부터 1시에 온대요.”
도서관에서 책 읽어 주는 일은 수연이와 지원이에겐 특별한 일과가 아닌 일상이다.
“수진이 왔어요?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 오늘 여기서 1반 모임 하기로 했는데, 저쪽 방 써도 되죠?” “샘, 이것 좀 해줘요.” 도서관에서 들리는 소리들이다.
꼭 책을 보러 도서관에 오는 것은 아니다. 마을 속에 있는 도서관은 상담실도 되고, 모임방도 되고, 탁아소도 된다. 마을 속에 있는 도서관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학교 밖의 공교육기관이다.
누구나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성이다. 일상성을 가진 공교육기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생활권역 속에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꼭 도서관에 책만 읽으러 오지 않는다. 놀다가 심심해져야 겨우 책을 보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책을 펼치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이 책을 스스로 찾고 자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생기는 순간이다. 자유롭다 못해 시끄러운 도서관이지만 책 읽는 친구가 불편함을 얘기할 땐 잠시 멈추기도 한다. 이렇게 도서관이 관계 속에서 질서와 예의를 자연스레 알게 되는 곳일 수 있는 것은 일상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이 일상에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마을마다 도서관이 필요하다. 몇 개의 도서관으로 일상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공간만 있는 도서관을 도서관이라 할 수는 없다. 그 속에 살아있는 주민의 결합이 필요하다.
엄마들이 만드는 기적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소속 자원활동가들이 바쁜 활동 속에서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도서관의 생명력을 넣을 전문성을 갖추기 위함이다.
현재 도서관협의회와 시민사회연구소가 진행 중인 ‘반딧불터 사업’ 또한 그렇다. 50여명의 엄마들이 매일 아침 모여 도서관을 얘기하고, 도서관을 만들고, 도서관을 운영한다. 그렇게 모인 엄마들이 서로의 재주를 나누고 서로의 관심사에 따라 동아리를 이루면서 또 하나의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떻게 우리가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할까 스스로 믿지 못했던 엄마들이 “본능적으로 함께 해보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는 어이없는 명제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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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희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장 알짬어린이도서관장)
대전에는 ‘알짬, 모퉁이, 짜장, 짝꿍, 해뜰, 또바기’ 등 이름도 독특한 마을어린이도서관이 있다. 이들이 모여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도 만들었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이들 작은 도서관에서는 하루하루 작지만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수연이랑 지원이가 책을 읽어준대요” 도서관에 들어서는 걸음이 무섭게 도서관지기가 자랑을 한다. 수연이랑 지원이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준다는 것인지. 원! 앞뒤 다 잘린 자랑이 궁금하다. 얘기인즉, 1학년 아이들이 조용해서 슬쩍 들여다봤더니 수연이랑 지원이가 1학년 아이들을 옆에 끼고 감정을 담아 책을 읽어주고 있더란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이왕이면 책 읽어주는 활동을 꾸준히 하라고 권했더니 너무 신나하더란다. 내가 움직이는 대로 졸졸 따라다니며 자랑하는 도서관지기(도서관상근봉사자)는 흥분상태였다.
수연이와 지원이는 우리 도서관이 생긴 해 1학년이었다. 수연이는 맞벌이 하는 부모 덕에 알짬 터줏대감이 되었다. 매일 왔다 갔다 하는데 많이 놀아줄 수 없어 미안했다. 그래서 미안함을 덜어내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책 읽어주는 일을 했다. 그저 읽어주는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커서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주, 수연이와 지원이는 책 읽어주는 일을 하지 못했다. 3시에 왔더니 1학년 아이들이 집에 가고 없더란다.
“그런데요, 그 녀석들 기특해요. ‘꼭꼭 숨어라’를 읽어주고 운동장에 가서 숨바꼭질하려 했대요. 신통하죠. 우리는 바람맞을 때 속상했는데….” 또 도서관지기의 자랑이 늘어진다.
도서관, 학교 밖 공교육기관
“실망했겠네.”
“아니요, 1학년 아이들 많은 시간에 온다고 다음주부터 1시에 온대요.”
도서관에서 책 읽어 주는 일은 수연이와 지원이에겐 특별한 일과가 아닌 일상이다.
“수진이 왔어요?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 오늘 여기서 1반 모임 하기로 했는데, 저쪽 방 써도 되죠?” “샘, 이것 좀 해줘요.” 도서관에서 들리는 소리들이다.
꼭 책을 보러 도서관에 오는 것은 아니다. 마을 속에 있는 도서관은 상담실도 되고, 모임방도 되고, 탁아소도 된다. 마을 속에 있는 도서관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학교 밖의 공교육기관이다.
누구나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성이다. 일상성을 가진 공교육기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생활권역 속에 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꼭 도서관에 책만 읽으러 오지 않는다. 놀다가 심심해져야 겨우 책을 보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말처럼 책을 펼치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이 책을 스스로 찾고 자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생기는 순간이다. 자유롭다 못해 시끄러운 도서관이지만 책 읽는 친구가 불편함을 얘기할 땐 잠시 멈추기도 한다. 이렇게 도서관이 관계 속에서 질서와 예의를 자연스레 알게 되는 곳일 수 있는 것은 일상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이 일상에 있게 하기 위해서는 마을마다 도서관이 필요하다. 몇 개의 도서관으로 일상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공간만 있는 도서관을 도서관이라 할 수는 없다. 그 속에 살아있는 주민의 결합이 필요하다.
엄마들이 만드는 기적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소속 자원활동가들이 바쁜 활동 속에서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도서관의 생명력을 넣을 전문성을 갖추기 위함이다.
현재 도서관협의회와 시민사회연구소가 진행 중인 ‘반딧불터 사업’ 또한 그렇다. 50여명의 엄마들이 매일 아침 모여 도서관을 얘기하고, 도서관을 만들고, 도서관을 운영한다. 그렇게 모인 엄마들이 서로의 재주를 나누고 서로의 관심사에 따라 동아리를 이루면서 또 하나의 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떻게 우리가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할까 스스로 믿지 못했던 엄마들이 “본능적으로 함께 해보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는 어이없는 명제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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