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복지보건학부 입학한 할머니 신입생 정 정(62. 여)씨

"나는 당당한 2001학번"

지역내일 2001-03-02
원광대학교 복지보건학부에 새내기로 당당히 입학한 정 정(62. 여)씨는 뒤늦게 학문의 꿈을 이뤘다는 기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다.
1939년 여산면장을 하시던 아버님 슬하에서 9남매중 다섯째로 출생한 정 여사는 남존여비 사상이 엄격한 유교집안의 가풍을 따라 부득이 초등(국민)학교만을 졸업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들의 교육에만 신경을 썼던 부모님이 미웠지만 현실이 그런걸 어쩔 수 없었다.
아버님께 상급학교에 진학시켜 줄 것을 요청했지만 어린 정 정의 마음을 아버님은 들어주지 않았다. 집에서 하는 가사일과 신부수업만을 강요하셨던 아버님의 뜻에 반기를 들고 18세가 되었을 때 마침내 집을 뛰쳐나와 전주에 있는 양재학교와 미싱자수학원에서 의상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정 정은 당시 대학생 신랑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이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을 사별하고 혼자서 세상을 극복하며 살아가야 했던 정 여사는 서울에서 30여년간 침구류 가게를 운영해 왔다. 그동안 돈도 꽤 벌었고 부동산도 마련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공허감은 어쩔수가 없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확신이 섰고 56세가 되던 해인 1995년 서울의 송파구에 있는 <한림여중>에 들어가 정 여사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어려운 공부를 하기 사작한다. 중학교 과정을 어렵게 마친 정 여사는 내친 김에 1998년 <한림여고>에 진학했고 남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영어와 수학 등 수능고사를 차근차근 준비하여 드디어 2001년 그토록 꿈에서도 그려왔던 대학에 당당히 합격함으로써 영예로운 입학식장에 서게 된 것이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성실하게 마친 정 여사는 금년 2월 고교졸업시 개근상과 공로상 등 4개의 상장을 받았으며, 특히 3년간 사회봉사를 몸소 실천한 봉사부장으로써 재학중에도 대통령표창 등 20개의 상장을 받았다.
남은 여생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했다는 정씨는 졸업후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해볼 생각이다.
"절대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기할 것 같으면 시작도 안했을 거예요. 뒤늦게 시작한 10년의 공부가 절대로 헛되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 나처럼 나이많은 사람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젊은 학생들도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정씨의 각오가 다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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