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가압류 법적용 '멋대로'

대기업엔 ‘네 맘대로’ 소기업엔 '내 맘대로' … 서민권리 뒷전

지역내일 2001-02-27 (수정 2001-02-27 오전 8:39:42)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법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잣대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귀
족과 서민에 적용하는 잣대도 다르다. 수뢰공직자에 대한 처벌은 관대한 반면 단순절도 등 이른바 서
민 범죄에는 엄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 부도후 경기도 고양시 ‘경성 큰마을’아파트 2588세대 주민들은 졸지
에 날벼락을 맞았다. 한화파이낸스는 최초 시행사였던 경성에 250억원을 대출해주고 원금을 돌려 받
기 위해 이 아파트에 가압류를 설정했다. 이 때문에 고양시가 준공검사를 해주지 않아 주민들은 소유
권이전등기 등 일체의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됐다.
그러나 이 반대 경우가 있어 법적용의 형평성 논란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가압류된 아파트에 준
공검사를 해주는 바람에 오히려 중소하청업자들이 큰 피해를 본 사실이 발생, 법 정의가 크게 훼손되
고 있다. 두 사례 모두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법원은 가압류를 이유로 준공검사를 해
주는 것이 적법한지, 그 반대의 경우가 적법한지 판단을 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다.
파주시는 가압류된 금촌 경신아파트 440가구에는 경신주택의 하청업체들이 설정한 가압류권을 말살
하고 일방적으로 준공검사를 내주었다. 경신주택은 98년 부도, 권리관계가 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
(당시 주택공제조합)으로 이관됐다. 파주시는 입주자 피해 등 사회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수십
개 하청업체가 134억원 공사대금을 받을 목적으로 설정한 가압류권을 말살했다.
두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대기업인 한화파이낸스의 가압류권은 존중해 주면서 이름도 없는 소규모
건설하청 업체의 권리는 무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은 채권단과 입주자 합의 있으면 가압류 부
동산도 소유권 이전등기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파장은 입주가구가 5배 많은 경성큰마을이 경신아파트보다 훨씬 크다. 경성큰마을 주민들이 소
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화파이낸스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
나 파주시는 이들 채권단이 합의를 해주지 않았는데도 법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준공검사를 해주었
다. 큰업체와 작은업체를 대하는 행정기관의 편파성이 극에 달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다 대한
주택보증마저 법으로 정해진 보증의무를 외면, 이들 중소업체 대부분은 도산했다. 주택보증사가 있
으나마나 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경성큰마을의 경우에는 보증사인 한부신이 99년7월 입주잔금 300억원을 받고 임시사용 승인 없이 입
주시켰으며, 고양시가 가압류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 지
방 행정기관의 무능과 편파성이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반 서민과 이른바 귀족을 대하는 법의 얼굴도 다른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법원은 최근 2000
만원짜리 호피를 받은 박상희 의원에 대해 1000만원을 추징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법이 더 엄격하
면 의원직 박탈 등이 우려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99년 전체기소자 중 실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26.7%였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고위공직자는 14.3%만이
실형을 받았다. 사회정의나 공명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법질서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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