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한걸음씩 다가가니 평화 왔다”

지역내일 2007-03-08
경기고속 우리은행 KSS해운 포스코 유한킴벌리

문패-‘화해상생마당’ 기업별 사례보고

“노사간 평화와 상생은 기업경쟁력의 원천입니다.”
회사-노조간 상생을 실현해 주목받은 5개 기업 노사대표가 8일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은행 경기고속 유한킴벌리 포스코 KSS해운 등은 이날 ‘화해상생마당(운영위원장 이부영)’이 마련한 포럼에서 기업경쟁력을 위한 노사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기업은 어떻게 노사간 평화를 누렸을까.
◆28년 무분규 경기고속 = 28년간 무분규 무파업을 실현해온 경기고속은 노사간 협력과 상생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경영 문제를 공개하고, 인사를 포함한 실질적인 경영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노조는 노사화합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기고속 허명회 회장은 수준높은 노사상생 요인으로 △투명경영 △철저한 약속이행 △이익분배 △인간적 예우 △근로자 가족중심 운영 △근로자 경영참여 등을 꼽았다. 실제로 허 회장은 근로자들에게 한번도 반말을 한 적이 없고, 비정규직을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으며, 하루 한 끼는 조합원과 식사하고 있다. 경기고속 박용덕 노조위원장은 “허 회장은 아직 골프를 모르고, 비행기도 타보지 않았으며, 20년전부터 10부제 운행을 지키고 있다”며 “버스운송사업을 시작한 이후 37년간 부모 상을 당했을 때 이외엔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솔선수범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한 우리은행 = 우리은행은 지난해 노사간 합의로 지난 1일 사내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우리은행 김창호 부행장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배경에는 오랜 기간 노사간 신뢰관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노사가 화합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에서 축적됐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과정을 거쳐 탄생했는데, 양 노조도 짧은 시간에 통합작업을 마쳤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2000년 말 노사는 은행을 살리기 위해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우리은행 마호웅 노조위원장은 “정규직화를 실현한 것은 내부에 나눔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의 아픔을 나누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단초가 될 것”고 기대했다.
◆KSS해운 2대째 전문경영인 = KSS해운은 창업주의 경영철학에 따라 창업주 이래 2대째 전문경영인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 이 회사는 ‘바른 자본주의의 실천’과 ‘정도경영’을 강조해왔다. KSS해운 장두찬 회장은 노사화합의 경영이념에 대해 “족벌경영을 배격했고, 우리사주조합을 장려하는 등 근로자를 회사의 주인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윤리경영을 확립하면서 임직원들의 도덕적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SS해운 문철수 노조위원장은 “최근 수년간 임금협상을 사측에 백지위임하고 있지만, 임금상승률은 국내기업의 평균보다 높다”며 “회사가 어려울 때일수록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계적 노경협의회 운영하는 포스코 = 포스코 유동준 상무는 지난 1968년 창립 이래 누려온 노사관계 안정에 대해 “△선진적 지배구조를 통한 투명경영 △직원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경영진의 노력 △전사적으로 열린 의사소통과 솔선수범 활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체계적인 노경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사협의회 이외에도 10개의 부문협의회, 55개 부 협의회, 126개 공장협의회를 두고 있다. 노경협의회는 애사심, 합리성,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직원의식과 인간존중을 앞세운 회사의 노사관계 기본이념에 따르고 있다. 포스코 백인규 노경협의회 대표위원은 “노사협력이 기업존립과 고용안정의 필수조건”이라며 “노경협의회가 주도해 직원 관심사항을 모으고 회사 발전방향을 모색한다”고 설명했했다.
◆유한킴벌리 = 지난해 ‘가족친화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유한킴벌리는 한국능률협회로부터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뽑혔다. 이는 노사안정을 통이 이룬 성과다. 최근 10년간 임금협상에서 무교섭 타결한 이 회사는 13년전 노사갈등을 겪은 이후 지금까지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이어왔다.
유한킴벌리의 노사평화는 무엇보다 가족친화경영 때문이다. 특히 회사측은 탄력적인 근무제도와 출산・육아제도 지원, 사원가족 지원, 가족친화문화 조성 등으로 근로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유한킴벌리 문국현 회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용 유연성보다 기능・직무의 유연성”이라며 “평생학습과 4조 근무제도를 도입,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한킴벌리 신성태 노조위원장은 “경영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다양한 대화기구가 있어 투명경영을 실현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공정한 보상, 고용안정 등을 기반으로 노사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관계본부장은 “우리나라 노사갈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며 “국내 10여개의 기업에서 발생한 분규가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어 대부분은 국내 노사관계는 안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람직한 노사관계는 분규 여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화합과 신뢰를 구축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사례를 보고한 5개 기업의 경우 학문적으로도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은 “더 이상 노사관계가 기업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상생의 노사관계를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만이 지속적 성장과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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