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찰없는 진료비 반환 마땅

법원, 환자에 승소판결 … 무더기 소송 잇따를 듯

지역내일 2001-03-20 (수정 2001-03-20 오후 9:58:59)
파업중인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원측이 받은 외래진료비는 부당하므로
환자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최근 의약분업 시행이후 의료계의 진료
비 수입급증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파업중에 받은 진료비 수령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어서 앞으로 관련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1단독(임범석 판사)은 2월 9일 의사 진찰없이 고지혈증 치료를 받은
한창규(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씨가 서울중앙병원을 상대로 낸 외래진료비 등에 대한 부당이
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외래진료비는 부당이득임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반환할 의무가 있
다”며 원고일부 승소판결을 했다. 임씨는 이전 진찰 때 받은 처방전대로 인근 약국에서 약
을 받았다.
이 판결은 원·피고 모두 항소를 하지 않아 3월 13일 최종 확정돼 한씨는 외래진료비 3700
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임 판사는 판결문에서 “진료비는 의사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한 대가이다. 원고에게는 의사
의 진료급부가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낸 진료비는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
라고 밝혔다.
또한 “피고는 진료비에 외래병원관리 및 진찰권 발급에 소요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나 진료비는 주된 급부가 의사의 진료 및 치료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임 판사는 또 장기투약자의 경우 비대면 간접진료에 의한 반복처방이 가능하다는 병원측 주
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씨는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진찰비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의사에게 직접 진료를 받
을 수 있는 환자의 권리를 되찾고, 의료계 파업중에도 병원이 환자들에게서 부당이득을 취
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씨는 또 “4개월 동안 병원파업 가운데 의사 진찰없이 진료비를 낸 환자가 전국적으로 수
십만명은 될 것”이라며 “우선 의사의 진찰없이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사례에 대해 서울지
역의 4개 대형병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98년 3월 서울중앙병원 심장내과에서 고지방혈증으로 진단을 받은 뒤 계속해서 문진
과 혈압검사, 투약을 해오다가 예약진료를 받기 위해 2000년 8월 서울중앙병원을 찾았으나
의사 파업으로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외래진료비, 원외처방료 등 1만3550원을 납부하게 되자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소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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