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적성 교육봉사자 조영혁(曺泳赫)<353호/생활>

사람의 도리를 일깨우는 '살아있는 인생지침서'

지역내일 2000-10-03
오늘도 어김없이 냉천 초등학교에선 한자예절 교육이 진행된다.
일주일에 두 번, 평소엔 한자를 보기만 해도 어렵기만 해 고개를 슬그머니 돌리고 마는 아이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는 다른 학교와 달리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친절하게 한자예절을 가르쳐 주시는 교사가 있다.
조영혁(曺泳赫, 72) 할아버지 선생님.
열 여덟의 젊은 나이로 교사생활을 시작해,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후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신 지 어언 10년. 이제는 어린 손주 같은 아이들과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준다.
예전엔 특별활동 교육으로 불리던 특기적성 교육시간.
공부시간에 살금살금 뒷문으로 기어나가는 개구쟁이도 있고, 아예 네 활개를 펴고 오수(午睡)의 즐거움을 누리는 터프가이도 있다. 1학년생 코흘리개부터 6학년생까지 모두 한 교실에 모아 놓고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한 아이, 한 아이 개별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허허, 어쩌겠습니까? 달래고 구슬려서 한 자라도 깨우치게 해야지. 야단이요? 요즘 아이들 야단치면 되레 큰소리칩니다. 야단맞으러 학교 온 거 아니니 다시 가겠다고 나가버리죠. 많이 변했어요, 세상이....."
교직생활 46년, 반세기 동안 교육자로서 지나온 세월은 결코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집안이 기울어 더 배우고 싶은 욕망을 접고 남보다 이른 나이에 교직에 뛰어든 길. 정년퇴직을 하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우여곡절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지도 끝자락에 있는 소흑산도에서의 교사시절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뼈아픈 경험으로 남는다.
학교에서 지역 학부모들을 위한 한자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 적이 있었지만 단 한사람도 신청하지 않아 무산된 적이 있다고 토로하는 조영혁 교사. 인간으로서 사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한자만이라도 알아야 사회가 바로 선다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따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책자 '신세대 한자'의 내용이 자연편과 인간편으로 나뉘어 있다.
조영혁 할아버지의 한자예절 봉사는 초등학교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 초·중등교사들을 대상으로 여러 학교를 다니면서 일정기간 동안 교육봉사를 한다. 이 교육과정은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운 질문도 많고 동양철학 등 매일 꾸준한 공부를 통한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영혁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 시작은 아침 5시. 무엇보다 건강이 보장되어야 하고싶은 봉사를 할 수 있다며 건강관리를 제1순위로 꼽는다. 실내 여가운동과 2시간 동안의 게이트볼 운동은 필수. 몰려오는 낮잠도 물리치고 소식과 채소 위주의 식단도 유지한다. 그런 규칙적인 생활이야말로 호수공원에서의 미화작업 봉사와 청소년 선도활동, 그리고 대한노인회 고양시 일산구지회 등 지역 노인들의 사회참여와 권익보호를 위한 일까지 젊은이 못지 않게 앞장서서 해결할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인생은 황혼부터' 라는 말을 전혀 무색하지 않게 실천하고 있는 분. 조영혁 할아버지야 밀로 우리 곁에 '살아있는 인생지침서'가 아닐까.
이영란 리포터 dazzle77@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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