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요즘 가계 살림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계 빚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년 3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13조3,217억원이나 증가했다. 신용카드나 백화점 외상매출을 뜻하는 ‘판매신용’도 5,306억원 늘어났다. 결국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 열풍과 헤퍼진 씀씀이가 가계 빚 증가의 주원인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9월 말 현재 전체 가계 부채 규모가 558조원에 달했다. 지난 2001년 말 341조원 정도였으니 5년 여 사이 2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가구 당 평균 3,470만원 정도의 빚더미에 깔려있는 셈이다.
빚이 늘더라도 갚을 능력이 있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8년간 개인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평균 4.7%였다. 외환위기 이전 8년간 평균 14.7%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소득이 느는 속도보다 빚이 느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11.15 부동산 종합대책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을 ‘저금리’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빚진 입장에서는 언제나 ‘저금리’란 없다. 이자는 늘 비싸게 느껴지고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한숨소리는 높아져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은행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의 카드대출 이용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양산과 카드회사의 부실이라는 악순환이 다시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지나친 가계부채가 국가금융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2002년 한국의 신용카드 사태를 꼭 꼬집어 가계부채 급증의 폐단을 경고한 사실이 우리로서는 영 씁쓸한 대목이다.
사람들의 기억력은 형편없다. 그래서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금부터 불과 몇 년 전에도 우리경제는 가계부채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었다. 월드컵 4강의 기쁨에 온 나라가 들떠있던 지난 2002년 여름으로 돌아가보자. 정부의 경기부양정책과 맞물려 신용카드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거품소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여기에 사상최초로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을 돌파하면서 2002년 한해에만 가계부채가 약 100조원이 늘어났다. 이렇게 과도한 가계부채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을 사이에 두고 또 다시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살다 보면 누구나 빚을 져야 할 때가 있다. 집을 사고 자동차를 바꾸기 위해 그리고 꿈꿔왔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 모두 어느 정도의 빚을 지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이렇게까지 큰 규모로 늘어난 데는 빚을 바라보는 우리 시각에도 문제가 있는 듯하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한달 수입보다 많은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신용’을 정확히 표현하면 ‘빚’이다. 보통 ‘신용’은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 사용하는 말이고, 신용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신용을 통해 제공받은 ‘빚’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카드의 정확한 이름은 ‘빚 카드’다. 그러나 ‘신용카드’라는 그럴싸한 이름에 현혹된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소득인양 거리낌없이 소비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빚을 부추겨서 자연스러운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있는지 모른다.
물론 ‘빚’을 무조건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는 “‘좋은 빚’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고 ‘나쁜 빚’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고 했다. 사실 무리 없이 상환이 가능한 빚, 갚아야 할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빚은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활동과 사회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라는 말이 있다. ‘레버리지’는 영어로 ‘지렛대’다. ‘레버리지 효과’는 지렛대를 이용하면 자신의 힘보다 훨씬 무거운 돌을 들어올릴 수 있는 것처럼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서 많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레버리지 효과를 노려서다. 집값만 올라준다면 이렇게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부채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부채의 과잉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너무 심각하다. 빚은 빚이다. 빚은 남의 돈이고 남의 돈을 쓸 때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빚진 죄인’이라고 한다. 빚을 지게 되면 어쩔 수없이 돈에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돈을 빌리면 마음이 불편하고 눈치를 보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벤자민 프랭클린은 “빚을 지고 내일 일어나기 보다는 오늘 밤 먹지 말고 잠들어라. 돈을 빌리러 가는 것은 자유를 팔러 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빚을 안 지고 살수는 없지만 빚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빚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빚을 너무 여유로운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빚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한번쯤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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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아빠,>글로벌>
요즘 가계 살림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계 빚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년 3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13조3,217억원이나 증가했다. 신용카드나 백화점 외상매출을 뜻하는 ‘판매신용’도 5,306억원 늘어났다. 결국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 열풍과 헤퍼진 씀씀이가 가계 빚 증가의 주원인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9월 말 현재 전체 가계 부채 규모가 558조원에 달했다. 지난 2001년 말 341조원 정도였으니 5년 여 사이 2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가구 당 평균 3,470만원 정도의 빚더미에 깔려있는 셈이다.
빚이 늘더라도 갚을 능력이 있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8년간 개인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평균 4.7%였다. 외환위기 이전 8년간 평균 14.7%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소득이 느는 속도보다 빚이 느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근 11.15 부동산 종합대책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을 ‘저금리’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빚진 입장에서는 언제나 ‘저금리’란 없다. 이자는 늘 비싸게 느껴지고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한숨소리는 높아져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은행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의 카드대출 이용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양산과 카드회사의 부실이라는 악순환이 다시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실제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지나친 가계부채가 국가금융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2002년 한국의 신용카드 사태를 꼭 꼬집어 가계부채 급증의 폐단을 경고한 사실이 우리로서는 영 씁쓸한 대목이다.
사람들의 기억력은 형편없다. 그래서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지금부터 불과 몇 년 전에도 우리경제는 가계부채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었다. 월드컵 4강의 기쁨에 온 나라가 들떠있던 지난 2002년 여름으로 돌아가보자. 정부의 경기부양정책과 맞물려 신용카드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거품소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여기에 사상최초로 주택담보대출이 5조원을 돌파하면서 2002년 한해에만 가계부채가 약 100조원이 늘어났다. 이렇게 과도한 가계부채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을 사이에 두고 또 다시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살다 보면 누구나 빚을 져야 할 때가 있다. 집을 사고 자동차를 바꾸기 위해 그리고 꿈꿔왔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 모두 어느 정도의 빚을 지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이렇게까지 큰 규모로 늘어난 데는 빚을 바라보는 우리 시각에도 문제가 있는 듯하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한달 수입보다 많은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신용’을 정확히 표현하면 ‘빚’이다. 보통 ‘신용’은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 사용하는 말이고, 신용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신용을 통해 제공받은 ‘빚’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카드의 정확한 이름은 ‘빚 카드’다. 그러나 ‘신용카드’라는 그럴싸한 이름에 현혹된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소득인양 거리낌없이 소비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빚을 부추겨서 자연스러운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있는지 모른다.
물론 ‘빚’을 무조건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는 “‘좋은 빚’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고 ‘나쁜 빚’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고 했다. 사실 무리 없이 상환이 가능한 빚, 갚아야 할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빚은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활동과 사회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라는 말이 있다. ‘레버리지’는 영어로 ‘지렛대’다. ‘레버리지 효과’는 지렛대를 이용하면 자신의 힘보다 훨씬 무거운 돌을 들어올릴 수 있는 것처럼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서 많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레버리지 효과를 노려서다. 집값만 올라준다면 이렇게 ‘레버리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부채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부채의 과잉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너무 심각하다. 빚은 빚이다. 빚은 남의 돈이고 남의 돈을 쓸 때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빚진 죄인’이라고 한다. 빚을 지게 되면 어쩔 수없이 돈에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돈을 빌리면 마음이 불편하고 눈치를 보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벤자민 프랭클린은 “빚을 지고 내일 일어나기 보다는 오늘 밤 먹지 말고 잠들어라. 돈을 빌리러 가는 것은 자유를 팔러 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빚을 안 지고 살수는 없지만 빚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빚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빚을 너무 여유로운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빚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한번쯤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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