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해 뭉친 ‘안동 아줌마의 힘’

아줌마닷컴의 ‘안동주부 파이팅’

지역내일 2001-03-12
아줌마! 최근 MBC에서 방영하는 아줌마 드라마가 인기다.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한 후 한동안은 시청자들이 “요즘 저런 바보같은 아줌마가 어딨냐”는 실망과 질타를 보내더니, 드디어 삼숙(원미경)이 정신을 차리고 남편 장진구(강석우)에게 반격을 가하자, 바보같은 아줌마를 답답해하던 시청자들이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다. ‘바보같은 아줌마’들이 우리 주변엔 많다. 그러나 그런 일상의 탈출을 꿈꾸며 조금씩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아줌마들이 우리 주변에 늘고 있다.

삼숙이처럼 개인의 의지로 당당한 아줌마로 거듭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 공동체를
만들어 아줌마의 삶을 변화시키는 이들이 있다. 주부들을 위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아줌
마닷컴(http://www.azoomma.com)’안에 ‘안동 아줌마 파이팅’이라는 아지트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아줌마들. 20대 후반 새내기 아줌마에서 40대의 노련한 아줌마까지 줄잡아
40여명의 회원들이 있다.

이들이 모여 나누는 얘기는, “애들 고집이 세서” “밥을 안먹어서” 같은 육아나 자녀교
육문제, 육아나 집안일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애들이 어느정도 컸으니 내시간을 가져보고싶
은데 뭐가 좋을까?”하는 자기계발이나 여가문화에 대한 얘기도 많다.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소홀해서는 안되니까 환절기때는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줌마닷컴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을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며, 공통의 관
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아줌마들에게 가르쳐주면서, 내아이 내
집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하나의 지식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아줌마닷컴의 안동지역 모임 짱을 맡고 있는 이위정(33세)씨. 결혼전 가구디자이너를 하고
주부가 된지 7년째, 유치원에 다니는 두아이의 엄마다. 위정씨가 인터넷을 사용한지는 이제
1년 정도되며, 접속전과 접속후의 인생이 참 달라졌다고 한다. “인터넷 하기 전에는 집안일
하고 아이보며 이웃아줌마들과 수다떠는 게 고작이었는데, 아줌마닷컴 활동하고부터는 새로
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아요” 그러나 한편으론, 주부들이 채팅 등 소모적인 쪽으로만 인터
넷을 사용한다는 편견도 많다. 이에 대해 위정씨는 “채팅하다 냄비 태워먹기도 하지만, 그
건 사소한 문제인 것 같다”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대
인관계의 범위도 넓히고, 유익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한다.
요즘은 아줌마닷컴에 남편들도 들어와서 여성들의 문화를 공유하기도 한다.

아줌마닷컴의 안동주부 파이팅 모임이, 현실공간에서 수다를 떨면서, 돈을 쓰면서, 또는 집
안일을 하면서 날려보냈던 아줌마들의 에너지가 인터넷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아
줌마문화를 만드는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길 바라며, 우리 사회가 남녀평등으로 가는 통로
가 되었으면 한다.

이향미 리포터 hm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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