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소득 불평등과 영어 격차(김희호 2006.11.27)

지역내일 2006-11-21
소득 불평등과 영어 격차
김희호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온 나라가 영어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학원, 도서관, 고시촌, 기업체에서 모두 영어공부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원어강의가 대학의 국제화 정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2008년부터는 초등학교에 영어가 정식과목으로 도입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생의 말에서 버터가 묻혀진 영어발음과 문체가 나타날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어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부족하다던 초등학교 영어교사를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실력이 아시아 12개 국가에서 가장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사교육비로 소요되는 비용이 15조원에 달한다고 산정하였다. 영어가 공교육에서 차지하고 있는 교과 비중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 것 같다.
우연히 만난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는 한 네덜란드 상인은 한국만큼 장사를 하기 쉬운 곳도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들에게 한국만큼 높은 신용점수를 주고, 잘 대접해 주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사람의 팔자를 변화시킬 수도 있고 부를 창출시키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의 영어성적이 대학입시에서 중요하며, 좋은 대학이 괜찮은 직업을 가지게 하는 지름길이라면, 영어는 한 사람의 운명과 소득을 결정할 수도 있다. 문제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영어격차 현상(english divide)이다. 영어격차란 영어를 통해 소득계층이 나누어지고 소득이 불평등하게 배분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소득불평등이 세대를 통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소득을 결정하는 요인이 영어소통능력일 때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증가하고 그 소득이 대물림되는 선순환을 가지지만, 반대의 경우 빈곤해서 영어를 배울 수 없는 사람들은 가난 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가난이 다음 세대에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어는 사회구조적인 현상을 띄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영어교육은 국어교육에 대한 반발심리로 감상적으로 평가되는 측면이 많았다. 영어사용을 사대주의의 발상으로 보거나, 영어를 자주 섞어 쓰거나 미국식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이 그렇다. 우리식 이름 짓기가 유행하고, 영어를 서투른 우리 글로 표시하면 아름답다는 칭호를 주는 분위기도 그렇다. 그리고 돌아서서 영어공부에 온 나라가 목숨을 거는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고비용, 저효율의 영어 배우기는 이제 경제학적으로 검토해야 될 것 같다.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효율적인 영어공부는 외국유학이다. 외국에서 생활하고 학교에 다니면 가장 확실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외국유학에는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고, 유학 자체를 돈 가진 사람들의 매국노적 행위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그것은 초등과 중등교육에서 한국인으로서 가져야할 문화, 사고, 전통, 역사 등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영어를 공용화하는 것이다. 학교와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공식 언어로서 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영어 공용화는 국어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어를 죽이거나 한국의 정신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단지 국제화시대에서 표준화된 언어수단을 배우자는 것이다. 선비정신이 있었고 전통이 존재했던 조선에서 사대부 사람들은 그 당시 국제무대였던 중국에서 표준적으로 사용되던 한자를 즐겨 사용했다. 조선에서 되었는데 지금 안 된다는 법이 없다. 영어공부에서 고비용과 저효율을 없애고 국가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의 전달수단인 영어를 하나의 의사소통기술로 바라보아야 한다. 영어를 잘 구사할수록 국어를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어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언어기술이 사람의 소득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영어공용화를 통해 더 이상 영어가 사람의 소득과 운명을 결정하는 어리석음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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