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실질금리 제로에 우는 서민
김영호/시사평론가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다. 40, 50대를 겨냥한 정리해고의 돌풍이 몰아쳐 직장에서는 흰머리 난 사람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한창 일할 나이에 늙은이 취급을 당해 직장에서 무더기로 쫓겨났다. 자녀교육-결혼으로 돈이 잔뜩 들어갈 연령임에도 돈나올 구멍이 없다. 그런데 20~30년은 더 살아야 하니 앞날이 캄캄하다. 사회구조는 고령화하는데 고용구조는 조로(早老)화하여 미래를 잃은 성장시대의 주역들이 절망에 빠져있다.
평생직장이라는 소리는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 때는 인생의 이모작(二毛作)이라고 해서 퇴직후에도 새 일터를 찾기도 했다. IMF 사태가 난 지도 3년이 지났지만 구조조정이니 뭐니해서 일자리를 조직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그러니 새 삶에 도전할 엄두가 안난다. 하던 장사도 털어먹는 판이니 장사는 더욱 어렵다. 퇴직금에다 있는 재산을 다 털어서 은행에 맡겨 놓고 몇푼이지만 이자를 쪼개서 살아가는 도리밖에 없다.
가계부채 총 320조에 가구당 307만원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은행의 예금이자가 5%대로 떨어졌다. 그 중에서 이자소득세가 1/4이나 되니 그것을 빼고 물가상승률을 제하면 실질이자율은 0%에 가깝다. 원금을 까먹지 않고는 살아갈 길이 없다. 퇴직자-은퇴자들이 저금리의 직격탄을 맞고 가계가 파탄날 지경이다. 제집이라도 없다면 먹고 산다는 게 참으로 힘겹고 참담하다.
금리가 내리자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바뀌고 있다. 집주인들도 보증금을 은행에 맡겨봤자 남는 게 없으니 월세로 내라고 한다. 월세이율은 정기예금이자율의 곱절이 넘는다. 생돈을 물어야 하니 저축은 커녕 생계를 꾸리기도 어려워 빈곤가계가 속출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큰손들이 돈벌 일 생겨 신났단다. 아파트단지를 통채로 사서 임대사업을 하려고 한다니 말이다. 저금리가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이전시켜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
가계의 금융부채가 작년 9월말로 32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99년 1월에 비해 50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란다. 9달동안 생긴 이자만도 43조원이 넘어 가구당 307만원 꼴이라고 한다. 실업사태에다 소득감소로 중산층이 급속히 붕괴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채도 엄청나게 늘었을 것같다. 파이낸스, 캐피탈, 크레디트니 하는 영어간판을 단 유사금융업이 판을 치니 말이다.
금융회사들은 기업대출보다는 위험부담이 덜한 가계대출을 선호한다. 가계대출은 채권회수가 용이하고 이자율도 높다. 연체하면 월급을 차압하거나 재산을 압류하여 경매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니 은행을 비롯하여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인대출에 주력한다. 대출한도를 폐지하고 카드발급을 남발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IMF 사태이후 법정최고이자율을 연25%로 묶던 이자제한법을 폐지했다. 그러니 돈장사들이 살판났다. 은행의 수신금리는 폭락했지만 IMF 사태이후 폭등했던 연체금리는 꼼짝도 않는다. 은행 19%, 생명보험 19%, 카드사 29%로 폭리를 취한다. 제때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몰아 사회생활에서 퇴출시킨다. 64만명이나 된다는 주민등록말소자 중에는 빚에 쫓겨 무적자가 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채업자가 기업화하면서 그 수법도 지능화-조직화하고 있다. 이자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회수수법이 살인적이다. ‘무보증’이니 ‘신용대출’이니 하는 데 걸렸다간 신세를 망치고 만다. 월이자율이 공금리의 10배나 되고 제때 못갚으면 전재산을 날리고 만다. 집은 물론이고 전세, 자동차, 유가증권과 같이 돈이 될 만한 것은 포기각서를 공증까지 거쳐 받아 놓았다 가로챈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이 따로 없을 법하다.
샤일록 뺨치는 사채업에 걸리면 신세망쳐
정부가 경기를 부양한다고, 증시를 살린다고 금리인하를 유도한다. 그런데 증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설비투자도 여전히 부진하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자 금융시장의 불안이 시중자금을 우량은행으로 몰고간다. 그곳에 돈이 넘쳐나니 예금금리가 내려간다. 은행은 예대마진이 커져 수지개선의 효과가 크고 기업은 금융비용이 경감되어 즐겁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금리의 양극화 그늘 아래 눈물의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정부는 못본 척한다. 개혁파 의원들이 이자제한법을 부활하려고 움직인다더니 그마저 감감 무소식이다. 일생을 빚만 지고 살았던 율리우스 시저가 이 땅에 환생하더라도 기다리는 것은 파산 뿐일 듯하다. 그가 살았던 기원전 1세기 로마에는 이자제한법이 있었고 최고법정이자율도 25%였다.
김영호/시사평론가신문로>
김영호/시사평론가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다. 40, 50대를 겨냥한 정리해고의 돌풍이 몰아쳐 직장에서는 흰머리 난 사람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한창 일할 나이에 늙은이 취급을 당해 직장에서 무더기로 쫓겨났다. 자녀교육-결혼으로 돈이 잔뜩 들어갈 연령임에도 돈나올 구멍이 없다. 그런데 20~30년은 더 살아야 하니 앞날이 캄캄하다. 사회구조는 고령화하는데 고용구조는 조로(早老)화하여 미래를 잃은 성장시대의 주역들이 절망에 빠져있다.
평생직장이라는 소리는 먼 옛날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 때는 인생의 이모작(二毛作)이라고 해서 퇴직후에도 새 일터를 찾기도 했다. IMF 사태가 난 지도 3년이 지났지만 구조조정이니 뭐니해서 일자리를 조직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그러니 새 삶에 도전할 엄두가 안난다. 하던 장사도 털어먹는 판이니 장사는 더욱 어렵다. 퇴직금에다 있는 재산을 다 털어서 은행에 맡겨 놓고 몇푼이지만 이자를 쪼개서 살아가는 도리밖에 없다.
가계부채 총 320조에 가구당 307만원
그런데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은행의 예금이자가 5%대로 떨어졌다. 그 중에서 이자소득세가 1/4이나 되니 그것을 빼고 물가상승률을 제하면 실질이자율은 0%에 가깝다. 원금을 까먹지 않고는 살아갈 길이 없다. 퇴직자-은퇴자들이 저금리의 직격탄을 맞고 가계가 파탄날 지경이다. 제집이라도 없다면 먹고 산다는 게 참으로 힘겹고 참담하다.
금리가 내리자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바뀌고 있다. 집주인들도 보증금을 은행에 맡겨봤자 남는 게 없으니 월세로 내라고 한다. 월세이율은 정기예금이자율의 곱절이 넘는다. 생돈을 물어야 하니 저축은 커녕 생계를 꾸리기도 어려워 빈곤가계가 속출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큰손들이 돈벌 일 생겨 신났단다. 아파트단지를 통채로 사서 임대사업을 하려고 한다니 말이다. 저금리가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이전시켜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
가계의 금융부채가 작년 9월말로 320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99년 1월에 비해 50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란다. 9달동안 생긴 이자만도 43조원이 넘어 가구당 307만원 꼴이라고 한다. 실업사태에다 소득감소로 중산층이 급속히 붕괴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사채도 엄청나게 늘었을 것같다. 파이낸스, 캐피탈, 크레디트니 하는 영어간판을 단 유사금융업이 판을 치니 말이다.
금융회사들은 기업대출보다는 위험부담이 덜한 가계대출을 선호한다. 가계대출은 채권회수가 용이하고 이자율도 높다. 연체하면 월급을 차압하거나 재산을 압류하여 경매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니 은행을 비롯하여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인대출에 주력한다. 대출한도를 폐지하고 카드발급을 남발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IMF 사태이후 법정최고이자율을 연25%로 묶던 이자제한법을 폐지했다. 그러니 돈장사들이 살판났다. 은행의 수신금리는 폭락했지만 IMF 사태이후 폭등했던 연체금리는 꼼짝도 않는다. 은행 19%, 생명보험 19%, 카드사 29%로 폭리를 취한다. 제때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몰아 사회생활에서 퇴출시킨다. 64만명이나 된다는 주민등록말소자 중에는 빚에 쫓겨 무적자가 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채업자가 기업화하면서 그 수법도 지능화-조직화하고 있다. 이자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회수수법이 살인적이다. ‘무보증’이니 ‘신용대출’이니 하는 데 걸렸다간 신세를 망치고 만다. 월이자율이 공금리의 10배나 되고 제때 못갚으면 전재산을 날리고 만다. 집은 물론이고 전세, 자동차, 유가증권과 같이 돈이 될 만한 것은 포기각서를 공증까지 거쳐 받아 놓았다 가로챈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이 따로 없을 법하다.
샤일록 뺨치는 사채업에 걸리면 신세망쳐
정부가 경기를 부양한다고, 증시를 살린다고 금리인하를 유도한다. 그런데 증시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설비투자도 여전히 부진하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자 금융시장의 불안이 시중자금을 우량은행으로 몰고간다. 그곳에 돈이 넘쳐나니 예금금리가 내려간다. 은행은 예대마진이 커져 수지개선의 효과가 크고 기업은 금융비용이 경감되어 즐겁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금리의 양극화 그늘 아래 눈물의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정부는 못본 척한다. 개혁파 의원들이 이자제한법을 부활하려고 움직인다더니 그마저 감감 무소식이다. 일생을 빚만 지고 살았던 율리우스 시저가 이 땅에 환생하더라도 기다리는 것은 파산 뿐일 듯하다. 그가 살았던 기원전 1세기 로마에는 이자제한법이 있었고 최고법정이자율도 25%였다.
김영호/시사평론가신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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