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시련, 당파적 파워게임

지역내일 2001-02-14
퇴임이후에도 뉴스의 관심속에 각종 구설수에 올랐던 클린턴 전대통령이 호화판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뉴욕 맨하튼 사무실을 포기하는 등 데미지 컨트롤에 나섰으나 탄핵몰이에 버금가는 공화당 진영의 클린턴 압박전략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뉴욕 매머드 사무실 포기=국민 혈세로 초호화 사무실을 임대하려 한다는 비난여론에 밀려 클린턴 전대통령은 맨하튼에서 할렘으로 발길을 옮겼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13일 뉴욕 맨해튼 중심가 카네기 홀 타워 사무실을 포기하고 할렘 재개발 지역에 새로 사무실을 마련키로 했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이미 연간 임대료가 80만달러에 달하는 카네기홀타워 56층 사무실임대를 포기하는 서한을 연방총무처에 발송했으며 할렘 초입인 125가에 있는 14층짜리 건물 맨위층에 사무실을 정하기로 결심했음을 밝혔다.
클린턴의 새 할렘가 사무실은 대통령 첫 번째 임기중이었던 지난 95년 자신이 도심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한 곳에 신축된 부동산회사 소유 건물에 위치해 있으며 연간 임대료는 맨하튼의 4분의 1에 불과한 21만 달러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건물의 경우 이미 다른 사람에게 임대돼 있어 협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클린턴과 다시 계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클린턴 전대통령이 55번지 레녹스와 휘브스 애브뉴 건물 사이에 있는 이 14층짜리 건물은 미 해병대 모병소와 국세청 지부 사무실 등과 인접해 계획대로 맨 윗층에 새 둥지를 틀 경우 자신을 감싸 안아온 블랙 커뮤니티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는 것은 물론 일반 대중속으로 돌아가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에앞서 클린턴 전대통령은 연방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사무실을 카네기홀 타워 56층에 두기로 했으나 임대료가 다른 전직 대통령 사무실의 임대료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또 이같은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사무실 임대료 가운데 30만 달러를 클린턴 자선재단 기금에서 충당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국민의 정서를 돌리지는 못했다.
◇공화당진영의 압박=이러한 데미지 콘트롤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전대통령은 20년전부터 스위스에 도피중인 금융재벌이자 사기탈세범인 마크 리치에 대해 임기 만료 2시간전에 사면을 단행한 것과 관련, 의회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사상유례없는 퇴임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에까지 부딪혀 있다.
이미 마크 리치 사면논란과 관련해 의회조사와 청문회를 시작한 하원정부개혁감시위원회는 마크 리치의 전부인 드니스 리치에 대한 의회증언에서 면책특권을 부여, 클린턴-마크 리치 커넥션을 파헤치고야 말겠다고 벼르며 연방법무부에 면책특권 부여 승인을 요청했다.
더욱이 격렬한 인준투쟁을 겪었던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이 전날 취임이후 첫 회견에서 "의회가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면책특권 부여권한을 존중하고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드니스 리치의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면책특권부여에 찬성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하원정부개혁감시위원회는 이날 드니스 리치와 클린턴 기념도서관 재단측의 은행기록 등에 대해 문서소환장을 발부, 드니스 리치가 클린턴도서관측에 기부한 45만달러의 내역 등을 확인하고 이기부금이 드니스가 아닌 마크 리치로부터 불법적으로 나온 돈이 아닌지, 사면을 위한 대가는 아닌지 여부 등을 파헤치려 하고 있다.
◇'전직대통령도 탄핵하겠다'=1주일 연기 끝에 14일부터 청문회를 열 상원법사위원회 소속 공화당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은 2년전 상원탄핵재판에선 반대표를 던져놓고도 퇴임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까지 추진, 연금과 경비지원 경호 등 전직대통령 예우를 박탈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선언해 놓고 있다.
대다수 법률전문가들은 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공화당 진영이 형사상 문제를 파헤쳐 클린턴의 연금과 경비, 경호지원을 중지 또는 축소시킬 여지는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 상원의 2인자인 돈 니콜스 상원 원내부총무 등 일부 보수강경파의원들은 퇴임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가능할지 몰라도 다른 방법으로 전직대통령 예우를 중단, 또는 축소시키는 방법을 찾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파워게임=공화당진영의 이런 클린턴압박에 뉴욕주 출신 척 슈머 상원의원 등 상당수 민주당의원들은 "사면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더이상 클린턴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그러나 탐 대쉴 상원 원내총무,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또다시 탄핵몰이의 재현이냐"며 우려와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2년전 현직시절 탄핵몰이에 버금가는 공화당진영의 클린턴 압박과 발목 잡기는 의회다수당자리가 바뀔지 모르는 내년 중간선거와 4년후 부시의 재선이 걸린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영향력을 미리 차단, 민주당진영의 단합을 봉쇄하려는 파워게임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요언론들은 지금 당장 클린턴구설수를 민주당진영의 총체적 도덕성문제로 공격, 주요 정책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여론몰이에서 부시대통령과 공화당이 우위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개입돼 있는 것으로 해석, 관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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