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교육 지침서 펴낸 박승안·이윤종 부부의 소신 교육

지역내일 2006-10-25
프라이비트 뱅커 아빠와 매너 강사 엄마의 부자 교육법

‘부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부동산에, 펀드에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은행 예금이나 적금통장에 차곡차곡 돈을 쌓는 개미형 성실파는 ‘구시대적’ 발상에 빠진 사람들로 치부된다. 졸부들이 큰 소리 치는 세상이지만 워렌 버핏같은 ‘아름다운 부자’도 있다. 그 아름다운 부자가 되기 위한 교육도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자녀를 위한 부자 교육 지침서를 낸 부부가 있다. 은행 PB팀장으로 재테크 고수인 아빠의 지론에 승무원 출신 매너 강사 엄마가 부자가 갖춰야 할 글로벌 매너를 위한 충고를 더했다.
취재 장헌주 기자 사진 이의종 기자

“남편은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에요. 어느 날 불쑥 자기 전문 분야와 제 분야를 아우르는 책을 한 권 내보자는 거예요. 누구한테 소개하고 교육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우리 집을 돌아보고 저희 부부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어요.”
중학교 1학년 딸 연수와 여섯 살 아들 연준을 둔 워킹 맘 이윤종 씨(38).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인 그는 현재 사내 승무원 매너 교육을 책임지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에게 책 출간을 제안한 남편 박승안 씨(41)는 우리은행 프라이빗 뱅킹센터 ‘투 체어스’의 PB 팀장으로 박찬호, 박지성 등 유명 스포츠 스타의 자산 관리로 알려진 재테크 전문가. 전문가와 전문가가 만나 결혼 15년 만에 작품 하나 만들었다. ‘행복한 부자’, ‘매너 있는 부자’ ‘현명한 부자’가 되기 위한 가정에서의 밑바탕 교육에 관한 책 <우리 아이는="" 노블레스="" 키드="">(황금나침반)이다.

돈에 대한 현명함과 도덕심, 매너 갖춰야 ‘노블레스 키드’
부부는 마음까지 진정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갖춘 아이를 ‘노블레스 키드(Nobless Kid)’라고 명명했다. 뛰어난 품성과 자질을 뜻하는 단어 ‘노블’이 함축하듯 노블레스 키드에 따뜻한 품성을 갖춘 부자라는 뜻을 담았다. 박씨의 얘기다.
“컴맹보다 무서운 게 ‘돈맹’이에요. 우리는 흔히 부자에게서 나쁜 점부터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PB 뱅커로서 부자 고객을 대하다보면 다른 측면을 보게 돼요. 성실함과 검소함을 갖춘 부자들 말이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오랜 고객의 자녀 또한 고객이 될 때가 많은데 그 자녀들이 부모의 성실함을 그대로 배웠다는 점이에요.”
그러면서 그는 어차피 ‘우등생’이라고 분류되는 집단은 전체 1퍼센트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나머지 99퍼센트에 속하는 아이들에 대해 부모가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명예나 부의 ‘보증수표’라 여겼던 의사나 변호사의 입에서 ‘대목’이라는 말이 서슴지 않고 나오는 현실에서 명문대 졸업장보다는 어릴 적부터 진정한 부자 마인드를 심어주고 그것이 아이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돈만 밝히는 아이로 키우라는 말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진정 행복하고 매너 있는 부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죠. 우리 연수는 학교 성적은 상위권은 아니지만(웃음) 인사 잘하는 아이로 소문났어요. 또 집안에 굴러다니는 500원짜리 동전 하나도 허락 없이 쓰지 않아요. 그건 엄마나 아빠의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아이에게도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돈 버는지, 형편이 어려울 땐 솔직하게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당장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성적으로 설명하고, 용돈을 쓸 때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 경제교실이나 매너 교실 등에 비싼 수업료 내고 며칠씩 위탁교육 보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주식이 뭔지, 채권이 뭔지 지식은 얻어 올 수 있지만 집에서 생활 속 경제 교육이 따르지 않으면 지식에만 그칠 뿐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자기 통장 관리하는 ‘짠순이’ 딸
부부의 자녀 경제 교육은 아이들의 세뱃돈 대신 모아주기부터 시작됐다. 큰 딸 연수가 세뱃돈이나 어른들로부터 받은 용돈을 고스란히 저축한 자기 이름의 통장을 엄마로부터 건네받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여섯 살 연준이는 아직 어려 엄마가 같은 방법으로 은행에 저축 중이다.
“처음 제 통장을 주시는데 70만 원 정도 들어있었어요. 기분이 정말 좋았죠. 그런데 지금은 10여만 원 정도 밖에 안 남아있어요.(웃음) 초등학교 때 급식비랑 어린이 신문 구독료를 제 돈에서 냈거든요. 엄마가 그러라고 하셨는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학교에서 먹는 급식 값을 제 돈으로 내는 게 당연한 것 같았어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짠순이’로 통하는 연수의 얘기다. 도보로 통학이 가능해 차비도 필요 없고 간식은 집에 와서 챙겨먹으면 되니 돈 쓸 일이 별로 없단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제가 적어 놓은 용돈기록장을 봤는데 선물 구입비 빼곤 온통 군것질에 쓴 돈 밖에 없었어요. 그게 너무 충격이었어요.(웃음) 그때 어찌나 부끄러운지 용돈기록장 중간 부분을 찢어버렸어요. 다 찢고 난 다음부터 짠순이가 된 거죠. 하하하…. 매일처럼 5천 원씩 가져와서 쉬는 시간 마다 매점 가는 친구들 있는데 쓸데없이 간식 자주 먹으면 그거 다 살로 가잖아요.”
연수의 용돈은 매달 2만 원씩 통장으로 입금된다. 가장 큰 지출 항목은 가족과 친척, 친구들의 생일 선물 구입비. 그래선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한 용돈기입장 내역을 보면 ‘선물 사기’란 말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현금카드를 들고 다니면 씀씀이가 절약돼 한 달 2만 원 용돈도 남는 경우가 많단다.다른 아이들은 부보님이 내주는 급식비나 신문 구독료를 자신의 돈으로 지불하다보니 돈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급식비 등은 학교를 다니며 꼭 필요한 일로 쓰는 돈이니까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여긴다. 꼭 필요한 돈을 다시 마련하려면 평소 절약이 필수. 돈이 떨어졌다고 부모님이 대신 내주신 경우도 없었다. 그렇게 연수는 돈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달아온 것이다.
중학생이 되면서 연수는 아빠에게 물어보는 것이 많아졌다. 유가가 오르면 환율은 어떻게 되는지, 그것이 왜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지, 아이스크림 가격은 왜 공장에서와 가게에서 살 때 차이가 나는지 등등 TV 뉴스를 보다 궁금한 것들을 그때그때 물어본다.
“한번은 돈의 흐름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재밌었어요. 아빠의 월급이 삥 돌아서 다시 아빠에게 돌아온다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돈을 써야 다른 사람도 돈을 벌 수 있고 또 아빠도 벌 수 있다고 하셨어요.”

가장 현명한 투자는 아이의 재능에 투자하는 것
그렇다면 이 부부가 생각하는 ‘부자 교육법’의 정체는 무엇일까? 박승안 씨는 자신의 고객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그의 고객 중에 30대 젊은 부자가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뒷전이고 장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처음 장사를 한 건 중학교 때. 지하철 입구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했다. 투자는 아버지에게 받았다. 물론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장사에 필요한 기자재 값만 투자를 요청했다. 이에 아버지가 수락, 이익의 60퍼센트를 아버지에게 준다는 조건으로였다. 이후 그는 꽃, 아이스크림 장사 등 아이템을 바꿔가며 장사를 벌였고 그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아버지를 설득해 자본금을 구했다. 현재 그 고객은 대형 커피전문점 2곳과 동대문 의류사업체를 가진 수완 있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지금도 아버지께 드리는 배당금은 계속되고 있단다.
박승안 씨는 이 경우를 두고 ‘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투자의 원래 의미는 수익이 확실한 것에 돈을 쓰는 것.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다면 아이가 잘 하는 것, 다시 말해 재능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투자라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고객의 아버지는 아들의 성패와 상관없이 경험을 쌓도록 지원해 아들을 수완 있는 사업가로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모든 아이가 상위 1퍼센트 내에 들 수는 없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부모들의 마인드도 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과연 무엇이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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