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지역노동계 ‘법원, 균형감각 잃은 판결’ 주장

김성현 구미민노총 사무국장, 징역 1년8월 선고 … 민주노총 ‘불끈’

지역내일 2000-10-04
구미지역 노동계가 대구지법 김천지원의 판결에 ‘불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7일 김천지원 형사단독1부(부장판사 장상균)가 김성현 구미민주노총 사무국장에 대해 징역 1년8월을 선고한데 대한 반발.

보통 검찰이 구형한 형량의 20∼50% 정도 선고되는 것이 법조계의 관례다.

김성현 국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것에 비해 너무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구미지역의 한 노동조합 간부는 “법원이 같은 2년 구형인 선거사범 재판에서는 징역형 대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 김성현 국장에게는 실형을 선고했다”면서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법원의 정치적인 모습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 도레이새한 측 합의 안 해줘

김성현 국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

도레이새한이 노조를 만들어 투쟁할 당시 회사측과 충돌, 관리자 3명이 김 국장 등에게 집단 폭행 당했다며 고발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주)보광의 노조 인정투쟁과 올해 6월 코오롱의 파업 당시 업무방해로 회사측이 각각 고소한 것이 함께 다뤄졌다.

김천지검의 한 핵심관계자는 “재판부가 이 정도로 무겁게 선고를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김 국장을 고소한 도레이새한의 관리자 3명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선고가 나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판부가 요구했던 것은 회사보다는 김 국장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는 관리자들과의 개인적인 합의가 중요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단순폭력사건 취급은 ‘안될 말’

민주노총의 배태선 교육선전부장은 “고소한 도레이새한의 관리자들이 만나주지도 않는 상황에서 합의를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통상적으로 이런 고소고발건의 경우 ‘회사의 방침’에 따라 고소고발 취하나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순한 폭력사건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재판부가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것.

법원이 노동조합의 설립과 관련된 상황에서 일어난 충돌을 단순한 폭력사건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김 국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배태선 교육선전부장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을 선고받은 것을 비롯해 (주)보광의 전·현직 노조간부 3명의 선고형량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 지금은 공안정국(?)

노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은 “통상적인 처벌 수준을 넘어서는 판결”이라며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사건이 될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노총 구미지부의 박미숙 부장은 “지금이 공안정국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역의 한 노동운동가도 “김 국장의 선고형량이 자주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앞으로 회사측이 고소고발을 절대적인 무기로 만들어준 꼴이 됐다”고 분개했다.

법원이 김 국장에 대한 선고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 판단을 분명하게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 이 비판의 핵심.

한편 지역 시민단체들은 법원의 판결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 정도가 낮은 지역사회의 보수적인 경향이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균형 잡힌 판결이 지역사회의 합리성을 높이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성조 의원 회계책임자 선고형량이 ‘의원직 박탈’이라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었다면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그러한 고려가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김 국장측은 이미 27일 항소를 신청해 논 상태.

김천지원의 판결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고등법원에서의 선고형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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