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범 수배도 않고 사건 종결

도주한 문정렬씨 위증대가로 수억 뿌려 … 문씨는 호텔 3-4개 소유한 재력가

지역내일 2001-03-07 (수정 2001-03-08 오전 6:25:41)
검찰이 2억여원을 주고 위증을 교사한 사람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지어 사건을 축소했
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99년 12월 7일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주임검사 위성운)은 매수된 증인 안
종권(55)씨 등만 구속시켰을 뿐 도주한 위증교사범 문정렬(63)씨를 수배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 끝
냈다.
위 검사는 7일 문씨의 사법처리에 대해 “당시 도주해서 수사하지 못했다”며 “내사사건으로 해
서 서울지검 본청에 사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결과, 검찰은 문씨를 기소
중지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문씨 봐주기’로 사건을 종결시킨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의정부지청에서 문씨를 형사입건한 후 수배하는 게 수사의 관행”이라며
“검찰이 이렇다할 조치를 지금까지 취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처리”라고 비
판했다. 1년여가 지났는데도 문씨를 입건하지 않은 검찰의 처사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덕종합건설의 소유주였던 문씨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의 지상 9층 건물 신축공사 수주후, 건축
주 김홍기(52)씨에게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김씨를 감금 폭력한 혐의로 94년
12월 13일 서울지검에 구속기소된 바 있다.(본지 3월 7일자 참조)
이 사건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문씨는 95년 10월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근에서 2억원을 안씨에
게 제공했다. 매수된 안씨는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전봉진)에 출석, 문씨가 김씨를 폭행
협박이 아니라 합의에 의해 공사비를 증액했다고 허위로 증언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지청은 매수된 증인 안씨에게서 문씨가 여러차례 증언을 해달라고 조르자 결국
2억원을 받은 후 허위로 증언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99년 10월 15일 서 모씨가 녹취한 ‘문정렬
이 돈 줘가지고 말이야, 위증시키고 말이야’라는 안씨의 대화록을 입수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안씨 등 4명만 특경가법상 공갈죄로 구속시킨 채 문씨를 조사도 않
고 실질적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문씨는 안씨에게 2억원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 동
섭(40)씨는 이 모(51)씨 등에게 7억원을 주어 검찰 출석을 막는 등 사건을 축소시키기에 급급했다.
돈을 받고 허위증언을 한 안씨는 올 1월 16일 대법원(재판장 서 성)에서 위증죄 등으로 징역 1년6
월이 확정돼 안양교도소에 복역중이다. 반면 매수한 문씨는 수억원을 뿌리고도 사법처리를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위증교사죄의 시효 5년이 만료돼 이제는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관측마저 제
기돼 사법정의에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
문씨는 91년 신덕종합건설 실소유주로 전국 개인소득세 납부 1위를 기록했으며, 서울 캐피탈 호텔
을 비롯해 뉴삼익주택 청주캐피탈씨씨 및 호주 시드니 캐피탈 호텔 등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재력가
였다.
그는 안씨의 허위 증언 덕분에 96년 2월 29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전봉진)에서는 폭행
및 감금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99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아, 99년 4월 대법원(재판장
송진훈)에서 확정됐다. 이 무죄는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위증으로 무죄받은 죄인을 처벌하지
못하는 ‘유전무죄’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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