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만 좇는 무계획한 투자, 대부분 실패
과도한 사교육비와 주택비 가계 위기의 주범
합리적 소비와 투자 이끄는 재무설계가 대안
우리 사회가 재테크 몸살을 앓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와 저금리, 교육비와 주택비용의 상승으로 불안해진 중산층과 서민은 너도나도 재테크에 뛰어들었다. 시중에 쏟아져나온 재테크 서적이나 주변의 소문에 기대 이름도 생소한 코스닥종목에 투자하거나 아파트 분양시장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그런 재테크 광풍 뒤 손에 남은 건 빈 통장 뿐이었다. 무분별한 재테크는 상대적으로 투자지식과 정보가 열세인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패배만을 안겨줬다. 재테크의 벽 앞에서 무력해진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에도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층은 교육비와 주택마련에 지출의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노후설계는 뒷전이다. 보험이나 적금가입, 대출상환 등에서도 무심코 새는 돈이 만만찮다. 내일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부를 늘리는데만 급급한 재테크 를 넘어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을 지향하는 재무설계를 고민해볼 것을 제안한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30대 맞벌이 부부 김 모(남·35)씨와 안 모(여·34)씨. 이들 부부는 월평균 500만원을 번다. 우리나라 가구 평균 월소득이 306만원(2006년 1분기 기준)인 점에 비춰보면 상당한 고소득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달 50만원씩 불어나는 마이너스 통장을 보며 한숨만 짓고 있다. 김씨 부부의 가계부를 잠시 들여다보자.
김씨 부부는 지난해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매입금의 절반이상을 은행 대출에 의존했다.
매달 대출금 상환에만 120만원이 들어간다. 유치원에 다니는 외동딸의 각종 사교육비는 88만원에 달한다. 내년엔 1년 계획으로 안씨와 딸이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갈 생각이다. 예상예산은 4000만원.
이를 위해 매달 150만원의 은행적금을 붓고 있다. 부부는 이밖에 생활비와 부모님 용돈으로 각각 150만원과 40만원을 지출한다. 소득보다 소비가 커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빚만 늘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부채만 느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아내 몰래 재테크에 나섰다. 결혼전 마련한 2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코스닥시장에 투자한 것. 지난해엔 수익률이 괜찮았다. 수개월만에 50%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오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뒤늦게 추격매수한 테마주가 추락하면서 3만원에 산 종목이 3개월만에 수천원짜리로 전락했다. 부랴부랴 손을 털었지만 남은건 원금에도 못미치는 1200만원 뿐이었다.
▶관련기사 10면
한국 가정의 재무상태가 심각하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꾸준히 늘고(2005년1분기 293만원→2006년1분기 306만원) 있지만, 가구당 부채는 더 빠르게 증가(2005년말 3055만원→2006년3월말 3349만원)하고 있다.
김씨 부부의 경우처럼 상당부분의 가정이 교육비와 주택마련에 수입의 대부분을 쏟아붓는데다, 이를 메꾸기위해 나선 재테크가 열에 아홉은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가계의 교육비와 주택비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무설계 전문기관인 포도에셋이 전국 758가구의 재정상태를 상담해본 결과, 평균 50만636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공교육비 17만5000원(2004년 기준)을 합치면 자녀 교육에만 가구당 68만원을 쓰고 있다. 월평균 소득이 306만원인 점에 비춰보면 소득의 20%를 넘는 돈을 교육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포도에셋의 상담사례를 보면 극단적인 경우는 흔하다. 40대후반의 중견기업 임원은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에게 월급의 80%인 400만원을 쏟아붓는다. 나머지 100만원으론 생활이 어려워 빚을 내 살고 있다.
30대 초반의 맞벌이 부부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매달 180만원의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 집장만이나 노후준비는 먼나라 얘기다.
포도에셋이 집을 산 1871가구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담보대출 상환비용은 가구 소득의 10%에 육박했다. 전월세에 살고 있는 631가구는 소득의 20% 가까이를 주택마련을 위한 준비자금으로 모으고 있었다.
실제 사례는 더 극심하다. 30대 초반의 대기업 사원 김 모씨는 2억원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 매달 월급의 절반을 이자로 물고 있다. 욕심만큼 아파트 값은 뛰지 않았고 정부의 부동산대책 탓인지 매물조차 끊긴지 오래다.
한국의 가정은 무분별한 재테크로 위태로운 가계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대부분 가정은 단기간내 고수익과 세간의 인기에만 솔깃해 투자에 나선다. 주가가 뜬다는 소식이 들리면 은행적금을 깨고 대출까지 받아 증권사로 달려가는 식이다.
코스닥시장의 95%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백만명의 가장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을 노리고 쌈짓돈을 털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리는 투자자는 가뭄의 콩나듯한다. 올초 700대중반이었던 코스닥지수는 반년만에 500대까지 내려앉았다. 반토막난 종목도 속출했다.
포도에셋 라의형 대표는 “과거 증시활황기에 울산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앞다퉈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훗날 조사결과 4500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돈을 번 사람은 단 두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가정이 애용하는 은행적금과 간접투자(펀드), 보험 등에서도 문제점은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목표와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은채 투자에 나서다보니 중도포기나 중복투자가 흔하게 벌어진다는 것. 보상내용이 비슷한 보험상품을 주위 사람의 권유에 몇 개씩 중복 가입하는 경우는 흔하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재테크와 왜곡된 소비에서 벗어나야만 가정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포도에셋 이기수 서울지점장은 “대한민국 가정의 99%는 저축과 보험, 투자, 대출 등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잘못된 길을 걷고 있으며 교육비와 주택마련에 지나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노후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점장은 “이 와중에 재테크란 미명 아래 횡행하는 투기는 가정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며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분석해 잘못된 점을 짚어내고,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대안을 찾는 재무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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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사교육비와 주택비 가계 위기의 주범
합리적 소비와 투자 이끄는 재무설계가 대안
우리 사회가 재테크 몸살을 앓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와 저금리, 교육비와 주택비용의 상승으로 불안해진 중산층과 서민은 너도나도 재테크에 뛰어들었다. 시중에 쏟아져나온 재테크 서적이나 주변의 소문에 기대 이름도 생소한 코스닥종목에 투자하거나 아파트 분양시장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그런 재테크 광풍 뒤 손에 남은 건 빈 통장 뿐이었다. 무분별한 재테크는 상대적으로 투자지식과 정보가 열세인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패배만을 안겨줬다. 재테크의 벽 앞에서 무력해진 이들은 합리적인 소비에도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층은 교육비와 주택마련에 지출의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노후설계는 뒷전이다. 보험이나 적금가입, 대출상환 등에서도 무심코 새는 돈이 만만찮다. 내일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부를 늘리는데만 급급한 재테크 를 넘어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을 지향하는 재무설계를 고민해볼 것을 제안한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30대 맞벌이 부부 김 모(남·35)씨와 안 모(여·34)씨. 이들 부부는 월평균 500만원을 번다. 우리나라 가구 평균 월소득이 306만원(2006년 1분기 기준)인 점에 비춰보면 상당한 고소득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달 50만원씩 불어나는 마이너스 통장을 보며 한숨만 짓고 있다. 김씨 부부의 가계부를 잠시 들여다보자.
김씨 부부는 지난해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매입금의 절반이상을 은행 대출에 의존했다.
매달 대출금 상환에만 120만원이 들어간다. 유치원에 다니는 외동딸의 각종 사교육비는 88만원에 달한다. 내년엔 1년 계획으로 안씨와 딸이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갈 생각이다. 예상예산은 4000만원.
이를 위해 매달 150만원의 은행적금을 붓고 있다. 부부는 이밖에 생활비와 부모님 용돈으로 각각 150만원과 40만원을 지출한다. 소득보다 소비가 커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빚만 늘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부채만 느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아내 몰래 재테크에 나섰다. 결혼전 마련한 2000만원을 종잣돈으로 코스닥시장에 투자한 것. 지난해엔 수익률이 괜찮았다. 수개월만에 50%가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오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뒤늦게 추격매수한 테마주가 추락하면서 3만원에 산 종목이 3개월만에 수천원짜리로 전락했다. 부랴부랴 손을 털었지만 남은건 원금에도 못미치는 1200만원 뿐이었다.
▶관련기사 10면
한국 가정의 재무상태가 심각하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꾸준히 늘고(2005년1분기 293만원→2006년1분기 306만원) 있지만, 가구당 부채는 더 빠르게 증가(2005년말 3055만원→2006년3월말 3349만원)하고 있다.
김씨 부부의 경우처럼 상당부분의 가정이 교육비와 주택마련에 수입의 대부분을 쏟아붓는데다, 이를 메꾸기위해 나선 재테크가 열에 아홉은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가계의 교육비와 주택비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무설계 전문기관인 포도에셋이 전국 758가구의 재정상태를 상담해본 결과, 평균 50만636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공교육비 17만5000원(2004년 기준)을 합치면 자녀 교육에만 가구당 68만원을 쓰고 있다. 월평균 소득이 306만원인 점에 비춰보면 소득의 20%를 넘는 돈을 교육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포도에셋의 상담사례를 보면 극단적인 경우는 흔하다. 40대후반의 중견기업 임원은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에게 월급의 80%인 400만원을 쏟아붓는다. 나머지 100만원으론 생활이 어려워 빚을 내 살고 있다.
30대 초반의 맞벌이 부부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매달 180만원의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 집장만이나 노후준비는 먼나라 얘기다.
포도에셋이 집을 산 1871가구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담보대출 상환비용은 가구 소득의 10%에 육박했다. 전월세에 살고 있는 631가구는 소득의 20% 가까이를 주택마련을 위한 준비자금으로 모으고 있었다.
실제 사례는 더 극심하다. 30대 초반의 대기업 사원 김 모씨는 2억원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 매달 월급의 절반을 이자로 물고 있다. 욕심만큼 아파트 값은 뛰지 않았고 정부의 부동산대책 탓인지 매물조차 끊긴지 오래다.
한국의 가정은 무분별한 재테크로 위태로운 가계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대부분 가정은 단기간내 고수익과 세간의 인기에만 솔깃해 투자에 나선다. 주가가 뜬다는 소식이 들리면 은행적금을 깨고 대출까지 받아 증권사로 달려가는 식이다.
코스닥시장의 95%를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백만명의 가장들이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을 노리고 쌈짓돈을 털어넣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코스닥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리는 투자자는 가뭄의 콩나듯한다. 올초 700대중반이었던 코스닥지수는 반년만에 500대까지 내려앉았다. 반토막난 종목도 속출했다.
포도에셋 라의형 대표는 “과거 증시활황기에 울산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앞다퉈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훗날 조사결과 4500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돈을 번 사람은 단 두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가정이 애용하는 은행적금과 간접투자(펀드), 보험 등에서도 문제점은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목표와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은채 투자에 나서다보니 중도포기나 중복투자가 흔하게 벌어진다는 것. 보상내용이 비슷한 보험상품을 주위 사람의 권유에 몇 개씩 중복 가입하는 경우는 흔하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재테크와 왜곡된 소비에서 벗어나야만 가정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포도에셋 이기수 서울지점장은 “대한민국 가정의 99%는 저축과 보험, 투자, 대출 등에서 전문성 부족으로 잘못된 길을 걷고 있으며 교육비와 주택마련에 지나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노후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점장은 “이 와중에 재테크란 미명 아래 횡행하는 투기는 가정경제를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며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분석해 잘못된 점을 짚어내고,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대안을 찾는 재무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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