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80’ 계층간 소득격차 악화

소수 ‘와인족’, 100만 ‘실업자’ 혼재…사회 양극화 부채질

지역내일 2001-02-26 (수정 2001-02-26 오전 7:58:54)
김대중 정부 취임 3주년이 되는 최근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도래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10월 76
만명이던 실업자들이 가파르게 상승 직선을 타더니 이달 들어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등 여파로 실업
자가 100만명이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사회가 극상층과 극빈층으로 양분되는 ‘20대 80 사회’로 계층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계층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표 참조="">가 그것
을 증명하고 있다. 지니계수는 ‘1 ’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해짐을 의미하는데 외환위기 이전인
96년에는 0.291, 97년에는 0.283이었다. 그러나 98년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0.315를 훌쩍 넘어섰고 99
년에는 0.32까지 치솟았다. 그후 정부가 각종 복지시책을 내놓았음에도 지난해 3/4분기에는 0.317를 기
록, 좀체 계층간 소득불균형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 IMF와 함께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3년 성적표에
‘20’과‘80’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삶의 풍경을 대조해본다.
◇와인 바로 명성높은 청담동 거리= 주말인 24일 강남의 청담동 한 거리. 도로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전문 와인 바 엘비노에서 30대 초반의 와인족 김 모씨가 즐기는 와인은 프랑스산 샤토 팔머다. 프랑
스 와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샤토 팔머의 병당 가격은 24만원. 김씨는 그러나 결코 비싼 게 아니
라고 말한다. “와인을 단순히 마시는 술로 보지 않고 돈과 여유가 있는 특정계층의 문화 정도로 봐
야죠.”
서울의 부유층이 몰려있는 청담, 압구정, 신사동 등 강남 일대에 2∼3년전부터 이른바 와인족들이 몰
려들고 있다. 이들은 주로 미국 유학파나 대기업 사원들로 비싼 와인을 즐기며 또래 집단끼리 사교
가 주목적이다. 엘비노 지배인 문 모(33)씨는 “주로 유학을 다녀온 부유층 자녀들이 단골들이죠. 폭
음과는 거리가 멀고 고급 와인을 마시며 자기들끼리만 모이려는 속성이 강합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한국산 와인은 절대 사양한다는 것. 한 병당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을 넘나
드는 프랑스, 칠레, 미국, 이탈리아산을 특히 선호한다. 이들을 주고객으로 삼는 와인 바도 청담동에
서만 70∼80여개가 성업중이다. 때문에 청담동 와인 바가 밀집된 도로를 신귀족(Neo-Nobbles) 거리라고
도 부른다.
◇ 정리해고 당한 대우차 부평공장= 23일 오전 대우자동차 인천 부평공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2만2000
여 직원들에게 꿈의 일터였던 이곳은 일주일째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지금까지 6884명이 정리해
고 통보를 받고 일자리를 떠났으며 지난주 마지막 통보를 받은 700여명의 시위가 경찰에 의해 무참
히 진압된 후 공장문은 굳게 닫혀 있다. 관리부서 한 직원은 “동료들이 사라지고 전경들과 보안요원
들만 공장을 지키고 있다. 수천명의 목이 잘렸는데 오는 3월 공장 문을 다시 연다해도 예전의 그 활
기를 찾지는 못할 것”이라고 침울해했다. 같은 날 오후 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김우중 전 대우그
룹 회장 체포결사대 소속 노동자 3명은 “수십만 대우 가족들을 해고의 수렁에 몰아넣은 김 전 회장
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하겠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폭력으로 진압한 김대중 정권
의 만행을 온 세계에 고발하겠다”며 프랑스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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