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심리 마케팅’으로 고객 유혹

지역내일 2006-06-19
미끼금리·상품경쟁 이면에 전략 숨어있어
최근 잠재·부자고객 잡기에 총력 기울여
“일단 유치하고 보자” 과열경쟁 부작용 우려

고객을 유혹하려는 은행들의 심리전이 강해지고 있다. 미끼금리를 던지고 각종 혜택을 주겠다며 현혹하는 것은 기본이다. 학교와 회사에 각종 발전기금과 금리혜택 등을 제공하며 학생들과 회사원들의 주거래 통장을 확보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요즘엔 부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자녀들의 결혼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전략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잠재고객 선점하라 = 가장 먼저 거래를 튼 은행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카드와 통장을 쓰기 시작하는 대학생은 당연히 은행들이 노리는 ‘좋은 고객’이다.
은행들의 대학입점경쟁이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 은행은 만료된 입점계약을 이어가기 위해 100억원 이상의 학교발전기금을 내기도 했다.
대규모 발전기금이나 등록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많아 이익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매력포인트는 ‘학생’이다. 학생들은 학생증과 결합돼 있는 은행카드를 사용해 해당 은행에 매우 익숙해지고 결국 졸업 이후에도 주거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인연을 맺은 은행과 평생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요즘들어 특히 어린이,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이나 관련 상품을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도망 못 가게 잡아라 = 월급 통장 유치전도 ‘주거래 통장은 일단 가입하면 바꾸기 어렵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 주거래통장으로 활용되는 월급통장은 대부분의 공과금, 각종 회비 등을 자동이체토록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개 카드의 이용액이 빠져 나가는 것도 주거래통장이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잡아두기’전략이다. 특히 모바일뱅킹에 가입하면 휴대폰으로 해당 은행과 곧바로 은행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칩’이 핸드폰에 내장한다.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면 매우 불편하게 돼 있다.

◆대출금리는 변동금리로 ‘싸게’ = 은행들은 고객에게 미끼를 던진다. 동백지구 등 분양지역에 가면 은행마다 천막이나 콘테이너 안에서 고객유치에 혈안이다. 개인들의 주택담보대출 미끼금리는 금감원의 지도로 없어졌지만 집단대출 미끼금리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은행마다 미끼금리를 감안한 최저금리가 적힌 현수막을 내 걸고 있다. 대부분 4%대 금리다. 미끼금리는 6개월간 0.5%포인트 금리를 깎아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고객은 미끼금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은행에서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일단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미끼금리를 활용하고 있다”며 “대부분 고객들이 자동이체로 이자를 내기 때문에 미끼금리 적용기간이 지나 금리가 높아져도 이자부담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예금이자는 고정금리로 ‘높게’ = 높아 보이게 책정한 예금이자는 ‘특판예금’이 대표적이다. 특판예금은 대부분 정기예금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이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예금이다. 1억원을 유치하면 10만원 이익을 낼 정도다. 5%초반까지 올라와 있는 특판예금 금리는 그러나 고정돼 있다. 최근과 같은 금리상승기엔 고액에게 돌아가는 이자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최소 1년이상 묶이는 특판예금에서 나오는 은행의 이익규모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특판예금에 가입한 고객은 펀드 보험 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비용 적게 드는 각종 혜택은 ‘많이’ = 은행들이 주로 주는 혜택 중 하나가 ‘전자금융수수료 무제한 면제’다. 요즘 대부분 인터넷뱅킹이나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전자금융수수료나 이용 횟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 창구 이용 송금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일반인들의 전자금융이용횟수가 매월 10회를 넘지 않아 통계상 ‘매월 10회’나 ‘무제한’은 동일한 말이나 다름 없다. 특히 주거래고객은 대부분 전자금융수수료는 무료다.

◆특별한 대우를 원한다 = 자신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 주는 은행을 고객은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은행 영업점 안에 설치된 VIP코너는 우량고객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아이디어다. 일반 고객들은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고 있는 중에도 VIP고객은 별도의 공간에서 곧바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을 지나 다른 출입구를 통해 금융거래 하는 것을 우량고객들이 선호한다”며 “별도의 PB센터보다 영업점 안에 따로 설치된 PB룸이 더 각광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리 우대보다 특별한 대접을 받기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PB전문가는 “우리나라 고액고객들은 미국 등과 달리 나이도 많고 직업도 대부분 없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자나 자산 부풀리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같이 술을 마시는 게 가장 훌륭한 마케팅”이라고 소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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