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상 교제 ‘위험 수위’

온라인데이트 알선업체 규제 움직임 … “위험 알고 있어 문제 없다” 반박도

지역내일 2006-06-07
서로를 직접 확인하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누구든 날씬한 미인 혹은 재벌 2세가 될 수 있다.
사이버 상에서 이뤄지는 위장술과 허풍. 이것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가 성행할 수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이혼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전문 변호사를 찾기도 하고, 상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고소하는 사례가 미국에서 늘고 있다고 <슬레이트>지가 보도했다.

◆사이버 공간의 사기사건 급증 = 미국의 변호사 사무실엔 “외국에 있는 사람 혹은 다른 지방에 사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이혼을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의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상당수가 “본 적은 없지만 내 천생연분임을 확신하다”고 말한다고 ‘로이어 유에스에이’를 통해 말했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는 ‘허풍’과 ‘사기’가 난무한다.
애틀랜틱에 사는 한 남자는 10명의 여성에게 “그쪽으로 이사 하겠다”며 비용을 요구해 받은 돈을 모두 도박에 탕진하기도 했다.
애리조나에 사는 한 남자는 온라인 데이트 상대인 ‘러시아 미녀’에게 미국행 비행기 값 2000달러를 보냈지만 돈만 받고 나타나지 않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기 사건이 급증하자 미국의 정책 당국자와 변호사들은 이를 예방하고 처벌할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현행법상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만난 상대방에게 사기를 당해도 알선회사를 상대로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1996년 제정된 미국 연방통신법 ‘통신품위’ 규정에 따르면 온라인 데이트 알선업자에게는 3자(데이트 상대)가 한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은 데이트의 최적 장소 = 하지만 최근 알선업자를 상대로 한 고소사건은 상황이 좀 다르다. 온라인 데이트 회사들이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직접 ‘가짜 데이트 상대’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치닷컴’이란 회사는 ‘가짜 데이트 미끼’를 이용해 회원을 유지한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이 계류 중이다.
이 회사는 고객을 꼬드기는 이메일을 계속 보냈는가 하면 회사직원을 오프라인 데이트에 내 보내 고객을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서치사이트가 운영하는 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도 회원의 ‘흥미’를 돋구고 사이트의 ‘신뢰도’와 ‘매력’을 높이고 위해 가짜 회원의 신상명세서를 만들어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이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렇게 사이버 공간에서 폐해가 심해지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은 별로 없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성행하고 있는 결혼 중개업을 단속하기 위해 ‘신부 우편주문 사업에 관한 법(Mail-Order Bride Business Act)’을 제정했다. 이 법은 인터넷 중매 등으로 미국에 온 외국 신부들을 사기·학대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이 법은 인터넷과 중매 등을 통해 신붓감을 구하려는 미국 남성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법에 따르면 외국에서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에 자신의 과거 결혼경력, 가족사항, 알코올 관련 범죄 전과 등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해야 한다. 이 법은 전과가 있는 사람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회원의 범죄전과를 공개하지 않는 데이트 알선 업체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술집보다 온라인상 데이트가 건전하다” = 이렇게 사기당할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온라인 데이트가 성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비영리단체인 ‘퓨 인터넷 아메리카 라이프 프로젝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 중 17%가 온라인 데이트를 통해 안정적 교재 경험이 있고, 15%는 장기간으로 사귀었거나 혹은 결혼을 했다고 대답했다. 심각한 피해를 경험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즉,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짝을 만난 성공률이 사기를 당할 위험성을 앞질렀다.
인터넷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독신자들이 모이는 술집보다 사이버 데이트가 훨씬 더 건전하다”고 말한다.
온라인 데이트에서 먼저 ‘대화’로 상대를 파악할 수 있고 메시지를 교환하는 등 ‘고전적이면서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폭스 밀러는 “남녀는 인터넷을 통해 더 잘 이해하고, 직접 만나 육체적인 관계로 발전되기 전에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데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사생활을 침해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데이트족들은 “미 연방정부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신상정보공개를 의무화한다면 온라인 데이트의 매력·환상이 없어질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업체들은 “회원들이 이미 온라인 데이트의 ‘위험과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데이트가 성행하면 할수록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최진성 리포터 1004jinny5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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