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성매매 수천만원 배상판결

법원 “인간 존엄성 침해하는 불법 행위” … 성매매 업주 범죄이익 환수 주장도

지역내일 2006-05-09
지난 2001년 10월 A(여·32)씨는 8살짜리 딸이 있었지만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신 모(48)씨에게 선불금 300만원을 받고 속칭 서울 성북구 ‘미아리텍사스’에 고용돼 성매매에 나섰다.
신씨는 A씨가 몸이 아프거나 생리일때도 진통제를 억지로 먹이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자신의 요구에 A씨가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게 했고 벌어들인 수입도 독차지 하다시피 했다.
A씨는 2003년 한 남성이 신씨에게 3000만원이 넘는 돈을 주면서 성매매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이 남성과 결혼 해 딸을 낳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행복도 잠시, A씨는 지난 2004년 12월 자궁경부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A씨는 너무 억울해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 신씨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그러나 소송 도중인 지난 3월 결국 A씨는 병으로 사망했고 소송은 딸과 남편이 이어받아 진행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판사 성기문)는 지난달 28일 “원고는 피고의 협박과 부당한 영업방식으로 성매매업에 계속 종사했고 피고의 감금으로 인해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는 원고의 딸에게 위자료 3000만원 배상하라”고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 뒤늦은 권리 찾기에 손들어줘 = A씨와 같은 경우는 흔치 않지만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사회적 인식 변화에 용기를 얻어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 또한 이 같은 소송에서 “업주들의 행위는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불법 ”이라며 성매매 여성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의 모 판사는 “사건 수는 많지 않지만 지난 2003년 이후 성매매특별법 이후 성매매 여성의 민사소송이 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여성들이 점차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고 판사들도 이를 대체로 인정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지법은 지난 3월 성매매 여성 B(30)씨가 자신의 업주인 이 모(70)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서 부당이득금과 위자료 등 22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금전적 이득을 추구하며 원고를 감시·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했다”며 “원고의 인격권 및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도 지난해 10월 수도권의 한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한 C(28)씨가 유흥주점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강압적으로 차용증을 작성하게 했고 원고는 성매매 강요, 폭행, 협받 등으로 1년 이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대여금과 위자료 등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업주 정 모(35)씨는 C씨의 선불금 명목으로 차용서류를 작성하게 한 뒤 1500만원을 대출받아 자신이 모두 사용했다. 성매매 강요를 못 이긴 C씨는 도주했으나 정씨에게 붙잡혀 뒤 다시 성매매를 시작했다.

◆국가 배상시스템 마련해야 = 1000만원 이상의 위자료를 받는 여성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직장인의 1~2개월 급여 수준의 위자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성매매 여성의 재활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월 성매매 여성 E(28)씨가 성매매 업주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각각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와 피고간 채무관계에 대해서는 형식과 관계없이 무효”라고 밝혔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는 성매매 알선 행위를 하거나 알선, 인신매매를 한자가 가지는 채권은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성계에서는 정부가 근본적인 치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의 재활을 돕고 있는 자립지지공동체 김미령 소장은 “성매매로 인한 업주의 수익은 범죄행위를 통한 부당이득이라며 전액 몰수 추징해야 한다”며 “형식적인 손해배상이 아닌 범죄수익 환수와 국가가 여성들에게 배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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