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학생들도 회초리를 맞았다는데

교과서에 안나오는 옛 사람들의 ‘독창적이고 진지한’ 삶

지역내일 2006-05-01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다
아바르 리스너 지음 /김동수 옮김
솔 /1만9000원

바빌로니아의 결혼 풍습은 독창적이다. 적령기에 접어든 처녀들은 일정한 날 시장에 모인다. 집행자의 호령에 따라 처녀들이 한 사람씩 일어나면 경매가 시작된다. 가장 아름다운 처녀가 맨 처음 경매로 낙찰된다. 물론 그녀에게 대부분의 돈이 몰린다. 다음 두 번째로 예쁜 처녀가 경매에 부쳐지고 순차적으로 가장 못생긴 처녀까지 순서가 돌아간다. 경매에서 걷은 돈은 한데 모아 못생긴 처녀를 낙찰받은 남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처녀가 못생겼을 수록 그 처녀의 남편이 될 남자는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생활방식이지만 당시 바빌로니아 사람들에게 이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런 방법으로 아름다운 처녀들은 물론 못생기고 장애를 가진 처녀들도 결혼할 수 있다”고 전한다.
옛날 사람들의 삶은 역사책에서 접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 때로는 우리들의 허를 찌를 정도로 독창적이고, 요즘보다 진지한 면도 많다.
솔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다’는 우리가 잘 모르는 고대문명을 재밌게 소개하는 책이다. 지은이 이바르 리스너는 지상에서 사라진 옛 제국과 그동안 우리가 모르던 문화 시대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그는 자기가 갖고 있는 전문 지식으로 독자를 안내하고 인류의 기억에서 거의 사라진 세계를 입체적으로 재생시킨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보는 왕의 무덤, 도시의 유적지, 신전, 순례지 등에서 그는 옛날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찾아내고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한니발이 코끼리를 몰고 알프스를 넘는 모습과 성의 길이만큼이나 긴 진통을 담고 있는 만리장성과 진시황의 광기가 되살아난다. 소크라테스의 육성이 자신의 최후를 알리고 강위에 떠 있는 달을 품고 뛰어든 주선 이태백의 모습이 생생하게 소개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풍부한 상식을 제공한다.
무엇보자 이 책은 재밌다. 저자는 먼저 유적을 찾고, 거기에서 발견된 유물을 토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얘기와 고대 이집트 파라오, 로마 궁정, 이탈리아의 기원, 미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일본 아이누인의 곰 숭배, 칭기즈 칸과 티무르의 정벌 등 교과서에서 한줄로 묘사되는 역사를 저자는 각각 한편의 이야기로 되살린다.
마야인들은 손재주가 뛰어나 무명천을 만들어 쓰고, 비단옷도 해 입었다. 예술적으로도 뛰어났다. 신전을 비롯해 도시 건축물들은 당시의 뛰어난 건축술을 보여준다. 칭기즈 칸은 ‘최고의 미녀’를 뽑는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었다. 요즘 미녀 선발대회보다 더 까다로웠다.
고대 이집트 학생들의 ‘연습장’을 통해 당시 교육방식도 알 수 있다. 연습장은 파피루스 두루마리로 돼 있다. 연습장에 따르면 학교는 매우 엄했다.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은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학생이 교사에게 써 보낸 글에는 ‘선생님이 나를 회초리로 가르쳤기 때문에 가르쳐주시는 것이 귀에 쏙 들어 옵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학생이 땡땡이 칠 때 회초리를 들면 말을 듣는다’라고 적힌 글도 있다.
일본 아이누인들은 곰을 숭배한다. 아기곰을 정성스레 키우다가 때가 되면 곰 고기의 일부는 날로 먹고, 피는 마신다. 남은 고기는 익혀서 불의 여신인 후지 여신의 딸 ‘남비 아가씨’에게 대접한다. 남자들은 사냥에 효험이 있다며 자신들의 몸에 곰의 피를 바른다. 그들은 죽은 곰을 ‘앞일을 내다보는 자’, ‘수호자’라는 뜻의 ‘지누까 구루’라고 부른다.
미라는 어떻게 만들까. 죽은 육신을 보존하는 데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얼리거나 현대적으로 세균을 죽이거나 육신을 건조시켜 마른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고대 이집트 인들은 이중 마지막 방법을 사용했다. 먼저 뇌수와 내장, 위장은 제거하고 심장과 신장은 남겨뒀다. 신체 내부는 술과 약초로 닦아내고 약초로 만든 수지와 계피, 향료 등을 몸안에 넣고 헝겊, 톱밥, 모래, 중탄산소다로 채운다. 양파를 넣는 경우도 있었다. 동맥과 혈관에는 화학 물질을 주입했다. 신체 외부는 삼나무에서 추출한 기름을 바르고 약초 등으로 만든 향료로 닦았다. 향료는 몇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향기를 유지하고 있다.
라트비아공화국에서 태어난 저자 이바르 리스너는 독일 베를린, 괴팅겐, 에어랑겐 대학과 프랑스 소르본느, 리옹 대학 등에서 언어학 역사학 등을 공부하고, 17년간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을 두루 여행했다. 이를 통해 그는 이 책 외에도 서양문화에 대한 에세이집 ‘서양, 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와 ‘서양문화에 대한 궁금증’, ‘로마의 황제들’ 등의 저서를 남겼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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