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룡옹 별세

지역내일 2001-02-20 (수정 2001-02-21 오후 3:52:09)
일제 치하였던 36년 8월 9일 베를린올림픽에서 동갑내기 손기정옹과 함께 마라톤 메달을 따내 한
민족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남승룡옹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남승룡옹은 지난달 심부전증으로 서울 경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생명을
연장해왔다.
1912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손기정옹과 함께 달려온 우리 나라 마라톤의 1세대. 일제
치하였던 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3위를 차지한 고인은 식민지로 신음하던 한민족의 희
망을 복돋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한다’는 말처럼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옹의 그늘에 가
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36세에 출전한 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는 해방된 조국의 태극기를 달고 당당히 10위에
랭크, 우승자인 서윤복씨와 함께 ‘살아있는 역사’를 창조했다.
47년 1월부터 63년 9월까지 대한육상연맹 이사로 활동하고 전남대 교수로도 활동하며 후진양성
에 일생을 바친 고인은 보통학교 6학년때 이미 전남대표로 조선신궁대회에 나가 10,000m 4위, 마
라톤 2위를 차지하는 등 신동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빈소는 서울강남시립병원 영안실 12호(02-3430-0456)이며 발인은 22일 오전이다.
/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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