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기본은 ‘독서’

열세살 대학생 이성직군

지역내일 2006-04-07
한남대 린튼 글로벌 컬리지 재학 중

‘타고난 머리’도 공부벌레도 아니었다. 외국유학을 다녀온 것도 심지어 영어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그런데 열세 살 나이에 영어로 교육하는 한남대 린튼 글로벌 컬리지 학생이 된 소년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성직 군.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생이 된 성직 군 뒤에는 어릴 적부터 책을 읽게 한 아버지 이병구 씨가 있다.

육아를 맡은 목사 아빠
이군의 집은 대전시 서구 월평동 상가주택 3층에 자리잡고 있다. 화려한 가구도, 가전제품도, 시쳇말로 ‘돈이 될 만한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 방을 들여다봐도 책이 가득했다.
이병구 씨(48·대전한길중앙교회)는 목회자다. 그가 애초부터 성직자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먹고살기’에 바빴던 그는 사업실패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돈과 얽힌 인간관계, 믿음과 의리도 재처럼 가볍게 날아갔다. 좌절을 겪으며 삶의 회의에 빠져 헤매던 시기에 성경을 만났다. 그리고 신학공부를 해 목사가 되었고 결혼해 두 아이를 얻었다.
맏아들의 이름은 성직자의 길을 걷게 해달라는 바람에서 ‘성직’이라 지었다. 직장에 다닌 아내 대신 육아를 맡은 아빠. 아내가 젖을 짜놓고 출근하면 시간에 맞춰 수유하고, 책을 보며 이유식도 만들고, 아이가 보채면 자장가 대신 찬송가를 불러주었다. 자녀 양육에 관한 한 책 한 권은 낼 수 있을만큼 많이 배웠다며 웃는 이 아빠는 그래서 아들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각별했던 것 같다.
성직이는 아기 때부터 목사님의 설교와 찬송가를 들어서인지 말도, 한글도 빨리 깨우쳤다. 집엔 TV도 없었다. 대신 늘 책을 곁에 두는 아빠의 영향으로 성직이는 자연스레 책과 친구가 됐다.
그런데 다섯 살이 되면서 친구 집에 가서 TV를 보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TV를 구입해 장롱 속에 넣어두고 토·일요일에만 좋은 프로그램만 선별해 보여주었다.
“시간을 정해놓으니까 커서도 자율적으로 조절하면서 TV를 시청하는 능력이 생기더군요. 그러면서도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여전했지요 .”
생활비에서 도서구입비가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할 정도로 성직이의 독서력이 왕성해지자 인터넷 헌책방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한계에 달하자 아예 도서관으로 갔다.
대전의 한밭 도서관에 가족실이 있어 주말에는 온 가족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성직이가 읽은 책은 2000여 권.
“어린 자녀에게 영어·수학·국어·한문 같은 복잡한 공부를 시키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기 쉽다. 열 살까지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는 게 좋다.”
그는 어릴 때 바른 독서 습관을 익힌 것이 오늘의 성직이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학습의 기초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며, 책을 읽지 않고는 결코 공부를 잘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미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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