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기업 노무관리 어려워졌다

인건비 상승, 고급 기술자 부족, 공회설립 의무화 등

지역내일 2006-04-20
‘중국 광동성에서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인력난과 채산성 악화의 2중고를 겪고 있다. 기숙사 제공이 안되는 데 불만을 품은 직공들이 단체이직을 했기 때문. 결국 A사는 기숙사 설립을 위해 은행대출을 받았고, 이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수익도 급격히 줄었다.
안후이성 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Y사는 얼마 전 담당공무원으로부터 공회(工會) 설립을 요구받고 고민에 빠졌다. 한국측 파견직원 4명이 중국인 직원 200여명을 합리적으로 노무관리하려면 공회가 필요하다는 노골적인 압력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인건비 상승, 고급 기술인력 및 단순 근로자 부족, 과중한 사회보험료, 공회설립 의무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는 20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중국경제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중국 노무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탁세령 책임연구원은 “중국 진출기업의 노무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동부 연안지역에서 시작된 단순노무직 인력난이 고급 기술인력 부족으로 확대됐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정부가 고용안정 및 근로자 권익을 위해 최저임금 규정을 강화하고, 외자기업에 노동조합 성격의 공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국 사회노동보장부가 113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중급 기능공은 수요가 공급에 비해 1.5배 높으며, 고급기사는 2.4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례로 강소성 무석시의 경우 올 2분기 중 기사 및 고급기사 인력수요는 275명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단 1명도 채용하지 못했으며, 소주시는 기업수요의 10% 정도만 충당했다. 상해시는 향후 3년간 5만명의 전문 기술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외자기업 진출이 늘어나면서 농민공들의 선택권이 넓어지자 인건비도 지속적으로 뛰고 있다. 중국의 임금상승률은 2000년 12.3%를 시작으로 2001년 16%, 2002년 14.3%, 2003년 15.7% 등 매년 두 자리 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정부가 외자기업에게 요구하는 사회보험 수준도 4대 보험(양로·의료·실업·산재) 및 육아보험 등으로, 급여대비 30% 이상을 보험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
또 중국공회의 전국조직인 중화전국총공회는 자국정부 방침에 맞춰 외자기업 가운데 공회가 설립돼 있지 않은 기업명단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탁 연구원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고급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교육비 지출을 높이고, 승진기회 보장 등 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박사는 “중국 투자기업의 70% 이상이 의류·전기전자·조립금속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이지만 노무관리 전담인력을 두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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