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는 계층 세대 지역 구도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그 중 세대 요소는 지난 대선 이후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돼 왔다. 그러나 세대별 유권자 성향 분석에 기존 틀로는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은 듯하다. 정치권의 ‘세대공식’과는 색다른 개념으로 접근해볼만한 새로운 유권자층은 없는 걸까. 이후 주목해봐야 할 흐름을 갖고 있는 ‘새로운’ 세대를 찾아봤다.
◆정치적 무관심은 옛말 = 올해 초 제일기획은 현재 25세에서 35세의 ‘X세대’의 문화적 성향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X세대는 과거 같은 나이 대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의식성향을 보였다. 이들 중 과반수는 아이 양육을 위해 처가집 근처로 집을 옮길 의향이 있다고 하는가 하면, “하나만 낳을 거면 딸이 낫다”고 답했다.
이들은 인터넷 1세대로 가수 서태지의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이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한창 일할’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제일기획의 보고서처럼 마치 ‘섬’처럼 문화적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들을 주목하는 것도 이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애초 ‘정치적 무관심’을 X세대의 특징으로 꼽을 정도로 이들과 정치는 거리가 있었지만, IMF라는 기억을 공유하게 되면서 정치참여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성 X세대’의 정치적 관심도가 특히 두드러진다.
◆X세대 문화와 IMF 충격 공유 = X세대 여성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대 총선 부터다. 정치 참여도가 같은 세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실시된 17대 총선의 여성 투표율은 59.2%로, 남성 투표율(63%)에 비해 3.8%P 낮다. 그러나 성별 투표율은 25∼34세 연령층으로 가면 역전된다. 25∼29세 여성의 투표율(45.6%)은 같은 연령대 남성의 투표율(41.1%)보다 4.5%P 높다. 30∼34세 여성의 투표율도 54.9%를 기록해 같은 연령대 남성에 비해 3.4%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남성들의 투표율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2534세대 여성투표율의 역전은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첫 충격이 왔던 것은 97년도 IMF 때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 때를 전후해 대학을 다녔던 이른바 90년대 학번들, 특히 그 중에서도 이중의 피해를 봐야 했던 여성들이 정치적 사회화 과정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때를 어렵게 통과한 만큼 사회적 문제에 대해 좀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곧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여성 X세대 중에서도 결혼한 이들을 일컫는 소위 ‘키티맘’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더욱 많다. 이들은 대부분 높은 학력을 갖고 있어 맞벌이를 하고 있어 출산문제와 자녀양육, 직장 내 여성 차별에 대해 민감하다. 그들이 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자 각 정당들은 키티맘을 사로잡을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형준 교수는 “이 세대 여성들은 과거와 달리 남성평등 인식이 강하고, 여성들이 자기도 독자적으로 뭔가 이루어낼 수 있다는 효능감이 많아져서 정치참여도도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방선거에도 ‘법칙’이 작용할까? = 그러면 이들 2534세대의 정치참여의식은 이번 5·31 지방선거에도 반영될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대비 여성 30% 공천 등을 내놓는 것도, 이들의 생활상의 요구를 정책으로 반영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이들 눈높이에 맞춘 고민이라 볼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여성 X세대’의 잠재된 참여의식을 자극하는 정당이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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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무관심은 옛말 = 올해 초 제일기획은 현재 25세에서 35세의 ‘X세대’의 문화적 성향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X세대는 과거 같은 나이 대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의식성향을 보였다. 이들 중 과반수는 아이 양육을 위해 처가집 근처로 집을 옮길 의향이 있다고 하는가 하면, “하나만 낳을 거면 딸이 낫다”고 답했다.
이들은 인터넷 1세대로 가수 서태지의 벙거지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이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한창 일할’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제일기획의 보고서처럼 마치 ‘섬’처럼 문화적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들을 주목하는 것도 이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애초 ‘정치적 무관심’을 X세대의 특징으로 꼽을 정도로 이들과 정치는 거리가 있었지만, IMF라는 기억을 공유하게 되면서 정치참여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성 X세대’의 정치적 관심도가 특히 두드러진다.
◆X세대 문화와 IMF 충격 공유 = X세대 여성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7대 총선 부터다. 정치 참여도가 같은 세대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 실시된 17대 총선의 여성 투표율은 59.2%로, 남성 투표율(63%)에 비해 3.8%P 낮다. 그러나 성별 투표율은 25∼34세 연령층으로 가면 역전된다. 25∼29세 여성의 투표율(45.6%)은 같은 연령대 남성의 투표율(41.1%)보다 4.5%P 높다. 30∼34세 여성의 투표율도 54.9%를 기록해 같은 연령대 남성에 비해 3.4%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남성들의 투표율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2534세대 여성투표율의 역전은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첫 충격이 왔던 것은 97년도 IMF 때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 때를 전후해 대학을 다녔던 이른바 90년대 학번들, 특히 그 중에서도 이중의 피해를 봐야 했던 여성들이 정치적 사회화 과정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때를 어렵게 통과한 만큼 사회적 문제에 대해 좀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곧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여성 X세대 중에서도 결혼한 이들을 일컫는 소위 ‘키티맘’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더욱 많다. 이들은 대부분 높은 학력을 갖고 있어 맞벌이를 하고 있어 출산문제와 자녀양육, 직장 내 여성 차별에 대해 민감하다. 그들이 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자 각 정당들은 키티맘을 사로잡을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형준 교수는 “이 세대 여성들은 과거와 달리 남성평등 인식이 강하고, 여성들이 자기도 독자적으로 뭔가 이루어낼 수 있다는 효능감이 많아져서 정치참여도도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방선거에도 ‘법칙’이 작용할까? = 그러면 이들 2534세대의 정치참여의식은 이번 5·31 지방선거에도 반영될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대비 여성 30% 공천 등을 내놓는 것도, 이들의 생활상의 요구를 정책으로 반영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이들 눈높이에 맞춘 고민이라 볼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여성 X세대’의 잠재된 참여의식을 자극하는 정당이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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