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없는 세상 만들어 주세요”

지역내일 2006-03-13
어릴 적부터 몸의 소중함 교육, 피해 시 상담소 적극 활용

현재 30세인 영이(가명)씨는 만 10세 때 지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고 20년을 살아왔다. 그러나 결혼 후 그 후유증이 심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번 입은 옷은 절대 다시 입지 못하고 바지 입을 때 분비물이 걱정되어 화장실에 자주 간다. 그리고 부부관계 후에는 침구 확인 등 정서적으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5세 때 놀이방 운전기사가 수차례 질에 손가락을 넣는 행위와 이물질을 삽입하는 성학대를 당했던 지윤(가명)이는 질 손상·염증·악몽에 시달렸다. 다행히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나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한 덕분에 상태가 호전됐다.

어릴 적부터 몸의 소중함 알 수 있도록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어린이 성 피해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불안과 공포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성적으로 왜곡된 이상 현상을 보이거나 비행청소년이 되기도 한다.
피해자는 물론 부모 특히 어머니들은 불안감과 분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전 YWCA 성폭행 상담소 권부남 소장은 “어린이 성폭행의 70~80%가 친족이나 지인에 의한 경우다”며 “특히 같이 거주하는 친척이 성폭행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흔히 부모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마라’, ‘큰 길로 다녀라’ 등의 조언을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자기 몸의 소중함과 싫은 느낌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아 또는 어린이들이 불편함을 ‘싫다’ 또는 ‘아니다’고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자 아이들도 성폭행 피해에서 안전할 수 없어 같은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성학대 의도를 가진 범죄자의 접근방식은 다양하다. 폭력이나 물리적인 힘으로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폭력적인 방법도 많이 사용된다. 놀이나 칭찬, 벌, 금품, 질문, 사칭 및 위장으로 피해 어린이를 유인한다. 간혹 어린이 중에는 이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인지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각별한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 성폭행 피해 증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퇴행적 행동을 보이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또 특정한 사람이나 장소를 두려워하거나 신경질적인 반응 악몽 자위행위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권 소장은 “어린이 성폭행 피해l 발생했을 때는 가족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 간에는 쉬쉬 감추기보다는 쉽지 않겠지만 담담한 모습으로 자녀를 지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웃 어린이에 대한 관심도 필요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의 성폭행 피해를 감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부모들이 적극 나서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권 소장은 “실제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각종 매체에 많이 보도되면서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늘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적극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 어린이에 대해 가장 먼저 알고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가장 많다”며 “문제는 엄마가 없는 어린이의 경우 장기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길애경 리포터
대정에 살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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