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글학당
현장스케치-동안여성회관 외국인 한글학당
“한글이요? 여성회관에서 배워요”
아이들 교육은 물론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 위해 신청한 사람까지 사연도 가지각색
국내로 시집온 외국인 주부나 안양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글과 문화를 가르치는 동안여성회관 한글학당이 인기다. 지난 2월 15일부터 시작된 동안여성회관 강의는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누어져 교육을 하고 매주1회 수요일에 수업이 진행된다. 교육생 대다수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 여성들이 많은 탓에 한글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어 호응도가 매우 높다.
지난 5일 동안여성회관 2층 교양실. 강의실 문을 열자 10명 남짓한 교육생들이 수업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주에 내어준 숙제는 다 해왔나요? 연습문제까지 풀어오라고 했지요?”
선생님의 말에 교육생들이 일제히 “네”라고 대답하며 ‘말이 트이는 한국어’교재를 꺼낸다.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초급반과는 달리 중급반 수업은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해 한결 가르치기가 쉽지만 한글은 초보 수준이나 마찬가지. 강사 김미경 씨는 교육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람들보다 오히려 숙제나 과제물을 더 열심히 해 와요. 일기는 물론 드라마나 뉴스를 보고 줄거리를 요약하는 과제물도 척척 해오고 한글도 곧잘 쓰는 사람도 있지요. 남편이나 자녀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합니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교육생들의 한국어 수준은 각양각색이라는 것. 한국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한국인으로 귀화해 국적까지 취득한 사람까지 우리 말 수준은 다양하다. 또 한국어를 배우게 된 이유도 시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를 위해 신청했다는 사람도 있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신청한 사연까지 여러 가지이다.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누어진 강좌에는 현재 35명의 외국인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국적은 일본, 중국, 인도, 필리핀, 모로코,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받아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는 엘리사(필리핀). “한국에 온지 7년이 되었지만 의사소통 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엄마가 도와줘야 할 과제물이 너무 많아 한글을 배울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두 아이의 엄마 도모코 씨는 “한국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며 “애썼다, 욕봤다 등 한 가지 뜻에 여러 낱말이 있어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몰라 난감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한글을 배우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동화책도 읽어 주고 간단한 편지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글학당을 다니게 된 외국인들에게는 무엇보다 학당에서 한국문화를 배우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회관 관계자는 “낯선 곳에 시집온 외국 여성이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 ”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글학당은 한글교육은 물론 한국무용이나 사물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을 비롯해 김치, 불고기 등 한국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전통 음식 만들기, 유적지 견학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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