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亞)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시급

오너전횡 막을 안전장치 없어

지역내일 2000-09-28
아시아의 가장 치명적이 약점이 기업지배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혁이 연고주의에 대한 비판에 치중하면서 소홀히 취급되어 왔다.
대부분의 아시아국가들에서 기업과 은행 그리고 정부의 핵심관계자들이 서로 결탁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 연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개혁과제를 소홀하게 했다.
중국대학의 래리 랭 교수는 아시아에서 재벌 오너가 어떻게 기업의 이익을 독식하면서 위험을 일반 국민에게 전가시켰는지를 최근의 논문에서 증명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기업들은 복잡한 소유구조를 가진 대그룹의 계열사들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여전히 오너 일가가 이 그룹들을 소유하고 있는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기업소유는 서유럽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문제는 아시아가 서구유럽과는 달리 오너의 전횡을 막을 법적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한 점에 있다. 유럽국가들은 오너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소액주주들을 착취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갖고 있지만 아시아는 이런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 래리 교수에 따르면 아시아의 오너들은 사업확충과정에서 지배력을 잃지 안으면서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이중 하나가 피라미드구조의 채택이다. 즉 오너일가 소유의 조직이 상장 모기업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이 기업이 다른 자회사 지분의 51%이상을 소유하는 형태다.
재벌오너 일가는 소액주주들의 희생속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들은 상장회사들의 막대한 이익을 그룹내의 오너조직으로 돌리면서도 주주들에게 적은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내부거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하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아시아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주주들은 돈을(오너일가에)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상장회사들은 (금융권에서) 대규모의 자금을 빌리고 있는데 이 차입금은 오너일가의 사적인 부분으로 흘러 들어가고 주주들에게는 채무부담을 안길 수 있다. 아시아 은행들은 엄격한 신용평가를 하지 않는다. 유한책임(회사)은 상장기업은 파산하더라도 오너일가는 가장 좋은 자산을 개인소유로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금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룹이 계열은행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 기업이 투기성 투자를 위해 고객의 자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만일 투자가 잘못되었더라도 정부가 금융기관보호에 나서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위험은 사회전체에 전가된다. 이것은 이익이 생기면 오너일가에게 돌아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문제가 터지면 계열사인 은행이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것은 연고주의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랭 교수는 “아시아적 가치는 오랜 (정-관)유착관계 속에서 기업을 발전시켰지만 소액주주, 예금주, 납세자, 외국은행 등 제3자에 대한 착취를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제3자에 대한 착취에 예는 방콕의 부동산 위기에서 알 수 있다.
금융위기이후 아시아에서는 금융권 정비 및 부채조정에 주력했으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성과는 거의 없다. 물론 한국은 재벌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고 자금지원을 중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기업들의 거래소 상장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정부들은 구식경영관행으로 돌아가려는 시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
제2의 아시아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 금융시스템의 재건 및 연고주의 근절 등과 같은 개혁보다는 내부거래 규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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