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 넘나들며 해외시장 개척했다

⑥ 방성석 (주)이글코리아 대표이사

지역내일 2006-03-24
52개국 국제입찰 전문가 … 오지·분쟁지역 누벼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습니다. 비행기 타기 전 먼저 유서를 작성해 책상서랍에 넣어두죠. 남들이 외면한 틈새시장을 찾아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이제 이글코리아하면 알아줍니다.”
방성석 (주)이글코리아(www. eaglekorea.com) 대표이사는 52개국을 누비며 국제입찰시장을 개척해온 국내 유일한 군수물자 국제입찰전문가로 23년째 개발도상국에 방탄복을 수출하고 있다.
그의 해외 출장은 항상 위험이 따랐다. 방탄복이 필요한 지역은 항상 군사적 긴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품자체가 군수품이다보니 전쟁터인 중동과 분쟁지역인 남미, 그리고 내전이 많은 아프리카 등이 주무대였다. 주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칸 요르단 아프리카 남미 등을 누비고 다녔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준전시 상태인 곳이 많아 해외 출장을 갈 때면 항상 유서를 미리 준비했다.
방 대표는 실제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긴 경험이 있다.
“1999년 중국 특수경찰에 방탄복을 판매하기 위해 방탄실험을 하는 도중 오발탄이 눈앞을 스쳤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죠.”
그가 내전이 한창이던 스리랑카 정부입찰을 위해 콜롬보시를 방문했을 때다. 그동안 묵었던 호텔을 나온 지 한시간 후에 그 호텔 로비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국제무역 사기단에 걸렸다가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건진 일도 있다. 바로 옆 건물이 미사일에 폭격돼 반쯤 사라진 상태에서 밤잠을 자기도 했다.
방 대표는 그야말로 홀홀단신 전쟁터와 오지, 분쟁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방 대표가 이렇게 위험국가를 상대로 수출에 나서는 이유는 이들 지역이 틈새시장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정부조달시장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어는 각국의 정부입니다. 이중 개발도상국은 미개척지로 국내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죠.”
현재 전 세계 정부조달시장 규모는 2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2844억달러의 7.4배에 이른다.
이중 OECD 국가가 86.1%인 1조7953억달러이다. 시장이 큰 만큼 치열한 입찰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정부조달시장은 다르다. 한 예로 중동 이슬람 국가의 조달규모만 하더라도 연간 1006억달러에 달한다. 중소기업에게는 충분히 큰 시장인 것이다. 그는 1999년도 한해 1000만달러 넘게 수주를 했다.
방 대표가 위험한 군수물자 정부조달시장에 뛰어든 것은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효성그룹에서 국방부 군납을 담당하던 그는 최초 국제입찰에서 1000만달러를 수주하는 등 승승장구, 군납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이후 이스라엘 이글사와 5대5 합작으로 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군수물자 국제입찰에 나섰다. 국방부 군납업무에 진저리가 난 그는 아예 처음부터 국제입찰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방탄복 이글아이(EagleEye)는 미국 NIJ의 총격실험 결과 완벽한 방탄성을 공인받았다. 초경량으로 활동성을 증가시킨 인체공학적 방탄복은 세계에 900만달러(약 100억원)를 수출했다.
뛰어난 품질과 납기를 철저히 지키는 방 사장의 비즈니스에 싱가포르정부는 크게 신뢰했다. 방 사장은 7년간 싱가포르 정부에 위장군복을 독점적으로 납품했다. 이때 회사 생존기반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제품에 몰려들자 그는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눈을 돌렸다. 이때부터 방 대표의 52개국 시장개척기는 시작됐다.
“남들이 가기 싫은 곳, 기피하는 것에 도전해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남과 다르게 하지 않으면 남과 다를수 없죠.” 방 대표는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세계를 누볐다.
그는 또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신뢰를 해외시장 개척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방 대표는 해외 파트너의 대소사를 직접 챙겼다. 이스라엘 파트너 동생 결혼식을 참석하기 위해 이틀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영국 파트너 찰스가 사망하자 찰스의 친동생을 가르쳐 일을 하도록 했다.
그는 오랜 세월 사업을 하면서 배운 비즈니스 파트너의 마음을 읽고 먼저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실천했다.
방 대표는 2000년 이후 방탄복과 방검복 중심의 안전용품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청와대 경호실를 비롯해 경비회사 경호 교도소 사격장 특수부대 등에 방탄복을 납품하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군수용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로비자금, 이전투구가 싫어 지금도 국내 입찰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최근 국내 모대학과 공동으로 방탄복 신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핵심소재를 수입에 의존해서는 차별화한 방탄복을 개발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방탄복은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 방탄복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쟁은 없어야 합니다. 전쟁의 참상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평화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국력낭비가 심하잖아요.”
전쟁과 살육의 폐해를 직접 본 방 대표의 평화애호론은 절실하다.
맨주먹으로 군수용품 국제정부조달시장에 이름을 떨친 방 대표. 그의 이유있는 변신이 주목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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