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5년 만에 복직한 GM대우차 이정국씨

지역내일 2006-03-16 (수정 2006-03-17 오전 6:21:26)
“제 마음에도 봄날이 왔습니다”
정리해고 후 자영업·소기업 기웃 … 내 집 마련 때보다 더 기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 16일 오후.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화사한 햇살과 봄꽃이 만연하다.
오늘은 이정국(46·조립2부)씨가 5년간 떠나있던 GM대우 부평공장으로 돌아온 지 정확히 2개월째 되는 날이다.
유난히 을씨년스러웠던 2001년 2월의 그날이 아직도 뇌리에 서성인다. 당시 1725명의 부평공장 생산직원들은 집에서 편지한통을 받았다. 15년간 몸담아왔던 회사로부터의 ‘정리해고’ 통보였다.
이씨는 “눈앞이 캄캄했어요. 당시 80세이던 아버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만 하던 집사람, 초등학교 6학년·4학년이던 두 아들…”
“정말 열심히 일했었어요. 남들 다하는 연·월차도 몇 번 안 쓰고, 잔업·특근은 빠지지 않고 다했죠. 그런 제가 실업자가 된 겁니다”라며 “부모님이 충격으로 건강을 잃지 않으실까, 아이들 학교는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참담했었죠”라고 말끝을 흐렸다.
무슨 일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더구나 부평공장 인근 중소기업들은 대우차 직원들을 채용하기 꺼려했다. 고임금자에 강성노조 회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황상태에서 한달 여쯤 지났을 때 쯤 충북 제천에서 자영업을 하던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인근에 점포하나가 나왔는데, 내려와서 장사를 한번 해보라는 권유였다.
막막하던 차에 무작정 짐을 꾸렸다. 아파트는 전세 놓고, 당시 퇴직금으로 받았던 3500여만원을 더해 호프집을 열었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이 마저 녹녹치는 않았다.
이씨는 “장사라고는 해본적도 없고, 현장에서 일하던 재주밖에 없던 터라 제대로 될 리가 없었죠”라고 씁쓸해했다.
그러던 터에 과거 동료로부터 GM대우차 설립이후 정리해고자들이 조금씩 복직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지고 내려갔던 자금을 까먹기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좀더 세상을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부평으로 다시 올라왔죠. 당장 복직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어요.”
이씨가 최근까지 다니던 회사는 파이프 종류를 생산하는 자동차 3차 협력업체로, 하루 3만2000원의 일당을 받았고, 마이너스 통장의 부담은 늘어만 갔다. 곱기만 하던 부인도 삶의 현장에 뛰어들다보니, 옛 모습이 흐려졌다.
“대우차 동료들과는 아주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였는데, 장사를 시작한 친구들의 경우 대체로 퇴직금은 기본으로 날렸고, 소기업에 다니는 사람, 공사현장에 일하는 사람 등 뿔뿔이 흩어져 고생이 말이 아니더라고요.”
지난해 말, 2006년 1월 ‘토스카’ 출시에 이어 SUV 신차를 출시할 때쯤 되면 정리해고자 전원 복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지난 1월16일 복직이 확정됐다.
이씨는 “당시 제 마음은 결혼하고 첫 아이를 봤을 때,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했을 때보다 더 기뻤어요”라고 말했다.
정리해고 이후 자신을 위해 만 원짜리 한 장 아까워하던 아내에게 털 코트 한 벌 사주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생활비도 보냈다는 그는 비로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다시 우뚝 선 듯 보였다.
그는 솔직히 금전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이 기쁘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점점 성장하는 회사에서 다시 일하게 된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먼저 복직한 친구들이나, 조만간 들어올 동료들과도 잘 화합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열심히 일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별 탈 없이 정년퇴직 때까지 잘 다니도록 노력할 테고, GM대우가 글로벌 기업인만큼, 그에 걸맞은 제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고 보태렵니다.”
부평=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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