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지난 3일은‘납세자의 날’이었다.
‘세금’이라면 누구나 할 말이 많은 주제이지만 미국 독립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은 단연 압권이다. 그는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단 두 가지 뿐이다. 그것은‘죽음’과‘세금’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미국인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너무나 잘 함축하고 있다. 즉 그들은 세금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 그러니 미국사회에서‘탈세’가 가장 비난 받는 범죄행위의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얼마 전 미 국세청(IRS)의 조사에 따르면 “주변의 탈세 행위를 고발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는 말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이 62%에 달한다.
그러나 세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너무도 다르다.
일전에 어느 기업 총수의 유가족들이 국내 상속세로는 사상 최대 액수인 1355억원을 자진 신고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자녀에게는 승용차 한 대만을 물려주는 야박함(?)을 보이면서까지 그 많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낸 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갖가지 편법을 통해 세금을 피하기에 바빴던 그간의 관행 탓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세금을 따뜻한 눈으로 봐주지 않는다. 아니 온갖 불법을 동원해서 탈세하는 것은‘능력’이고 오히려‘유리봉투’니 해서 성실히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자괴감에 빠지게 되거나 바보 취급을 당하기까지 한다.
얼마 전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아까운 지출이 무엇인가?”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세금’이 남자에게는 가장 아까운 지출로, 여자에게는‘술값’다음으로 아까운 지출로 뽑혔다고 한다.
이렇게 젊은층일수록 세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외국의 조사결과를 보면 세금의 중요성을 알고 올바른 납세의식을 갖는 데는 어릴 때부터의 인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세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데 열심이다.
실제 미국의 각급 학교에서는‘세금’을 다루는 수업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학생들에게 정부가 왜 세금을 걷는지, 또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세금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서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금을 가르치는 데 너무 인색하다. 학교에서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전해주기 바쁘고 가정에서도 세금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부모들도 가르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세금은 받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을 빼고서는 우리 생활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가 누리는 거의 모든 것들이 결국 세금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금융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돈을 버는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돈 쓰기’가 교육적인 차원에서나 실제 생활에서 훨씬 의미가 있다.
돈을 잘 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이 바로 내가 가진 돈을 남과 나누는 방법이다. 바로 ‘세금’과 ‘기부’다.
기부를 자발적인 나눔이라고 한다면 세금은 의무적인 돈 나누기가 될 것이다. ‘기부’의 중요성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성실히 세금을 내는 일도 나눔을 실천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아이의 금융교육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세금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세금이 부모도 쉽지 않은 주제라는 생각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는 세금을 가르칠 수 있는 교재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넘쳐 나는 세금영수증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영수증들을 함께 정리하면서 아이에게 다양한 세금의 종류며 각각의 쓰임새에 대해 말해주자. 또 아이가 먹는 아이스크림, 과자 한 봉지에도 세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자. 이렇게 하면 아이에게 세금은 어른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생활 속의 친근한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성실한 납세의 출발점은 영수증을 받는 일이다. 왜 영수증을 꼭 챙겨야 하는지, 또 각각의 영수증이 세금과는 어떻게 관련되는지 등을 말해주는 것이 곧 교육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물건을 살 때마다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는 부모의 모습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세금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산 교육이 될 것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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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라면 누구나 할 말이 많은 주제이지만 미국 독립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은 단연 압권이다. 그는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단 두 가지 뿐이다. 그것은‘죽음’과‘세금’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미국인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너무나 잘 함축하고 있다. 즉 그들은 세금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당연한 존재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 그러니 미국사회에서‘탈세’가 가장 비난 받는 범죄행위의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얼마 전 미 국세청(IRS)의 조사에 따르면 “주변의 탈세 행위를 고발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당연한 의무”라는 말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이 62%에 달한다.
그러나 세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너무도 다르다.
일전에 어느 기업 총수의 유가족들이 국내 상속세로는 사상 최대 액수인 1355억원을 자진 신고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자녀에게는 승용차 한 대만을 물려주는 야박함(?)을 보이면서까지 그 많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낸 일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갖가지 편법을 통해 세금을 피하기에 바빴던 그간의 관행 탓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세금을 따뜻한 눈으로 봐주지 않는다. 아니 온갖 불법을 동원해서 탈세하는 것은‘능력’이고 오히려‘유리봉투’니 해서 성실히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자괴감에 빠지게 되거나 바보 취급을 당하기까지 한다.
얼마 전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아까운 지출이 무엇인가?”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결과‘세금’이 남자에게는 가장 아까운 지출로, 여자에게는‘술값’다음으로 아까운 지출로 뽑혔다고 한다.
이렇게 젊은층일수록 세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외국의 조사결과를 보면 세금의 중요성을 알고 올바른 납세의식을 갖는 데는 어릴 때부터의 인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세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데 열심이다.
실제 미국의 각급 학교에서는‘세금’을 다루는 수업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학생들에게 정부가 왜 세금을 걷는지, 또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세금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서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금을 가르치는 데 너무 인색하다. 학교에서는 단편적인 지식만을 전해주기 바쁘고 가정에서도 세금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부모들도 가르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세금은 받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을 빼고서는 우리 생활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가 누리는 거의 모든 것들이 결국 세금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금융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돈을 버는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돈 쓰기’가 교육적인 차원에서나 실제 생활에서 훨씬 의미가 있다.
돈을 잘 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이 바로 내가 가진 돈을 남과 나누는 방법이다. 바로 ‘세금’과 ‘기부’다.
기부를 자발적인 나눔이라고 한다면 세금은 의무적인 돈 나누기가 될 것이다. ‘기부’의 중요성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성실히 세금을 내는 일도 나눔을 실천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아이의 금융교육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세금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세금이 부모도 쉽지 않은 주제라는 생각에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는 세금을 가르칠 수 있는 교재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집안에 넘쳐 나는 세금영수증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영수증들을 함께 정리하면서 아이에게 다양한 세금의 종류며 각각의 쓰임새에 대해 말해주자. 또 아이가 먹는 아이스크림, 과자 한 봉지에도 세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자. 이렇게 하면 아이에게 세금은 어른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생활 속의 친근한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성실한 납세의 출발점은 영수증을 받는 일이다. 왜 영수증을 꼭 챙겨야 하는지, 또 각각의 영수증이 세금과는 어떻게 관련되는지 등을 말해주는 것이 곧 교육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물건을 살 때마다 영수증을 꼼꼼히 챙기는 부모의 모습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세금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산 교육이 될 것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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