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준비금 날리고 신용불량자 전락”

1억5천만원 투자한 회사 문 닫아

지역내일 2006-02-07
다단계업체로 인해 억대의 금전피해는 물론 모녀관계도 깨졌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안티다단계사이트에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희주(여·28·가명)씨는 3년 전 국내 다단계업체 J사 판매원이 된 어머니 김씨(53)로 인해 지난해 7월 신용불량자가 됐다.
모친이 결혼 준비를 위해 회사에 다니며 악착같이 모은 돈 5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박씨는 흔쾌히 빌려줬다.
박씨는 당시 ‘엄마가 긴히 쓸 일이 있거니’ 하고 말았지만 다단계회사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김씨는 “원금의 250%를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며 박씨의 카드를 빌려갔고 결국 박씨는 카드대금 결제일을 지키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박씨는 모친에게 다단계의 위험성을 알리고 활동을 그만두라고 다그치기도 했지만 모친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딸에게 “우리도 곧 부자가 될 수 있다”며 권유를 동참하기도 해 말다툼이 끊어지는 날이 없었다.
그러나 모친이 호언장담했던 수당은 처음 몇 개월간은 잘 나오다가 결국 원금의 30% 정도에서 멈춘 상태다. 어머니 김씨가 다단계업체에 투자한 돈만 1억5000만원. 그러나 최근 해당 회사가 문을 닫고 다른 회사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박씨는 ‘이제 엄마가 다단계에서 해방되겠구나’ 생각했지만 판단착오였다. 변경된 회사에서 또 새로운 투자를 요구하는 마케팅을 펼쳐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친 김씨는 지금도 매일 J사로 출근하며 교육을 받는다. 세상 둘도 없을 만큼 사이가 좋았던 모녀지간. 그러나 지금은 생면부지 남보다 더 냉랭한 사이가 됐다.
박씨는 “먹는 것 입는 것 줄여가며 평생 고생만 한 엄마인데, 한순간 다단계에 빠져 사람이 달라졌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서민을 등치는 불법 다단계업체에 대해 정부는 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절규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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