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패소한 사건도 항소심에서 무죄 이끌어

부실변론 인식 바꾸는 국선변호사들

지역내일 2006-03-03
대법원 제3부(주심 이규홍 대법관)는 지난해 7월 야간에 폭행을 당하다가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힌 조선족 김 모(3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2004년 4월 일행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시비를 건 정 모(23)씨 등 6명과 싸움을 벌였다. 김씨와 몸싸움을 벌이던 정씨가 깨진 맥주병에 부상을 입었고, 김씨는 상해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A법무법인에 자신의 사건을 의뢰했지만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산업연수생 신분인 김씨는 강제 추방 위기에 놓였다. 산업연수생은 200만원 이상의 처벌만 받아도 추방되기 때문이다. 1심에서 변호사 비용을 많이 썼기 때문에 더 이상 자금 여유도 없었다.
김씨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된 홍호영 변호사는 김씨의 국선변호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홍 변호사의 설득에 사건 상황을 재구성하고 적극적으로 심리에 나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다가 몸싸움 끝에 상해를 입혔더라도 피고가 순간적인 공포, 흥분 또는 당황 등으로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이 인정된다”며 김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2심의 판결 내용을 받아들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조선족 동포여성인 김 모씨는 택시기사인 박 모씨와 지난 2004년 8월 혼인신고를 했으나 위장결혼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 사건의 국선변호를 맡은 윤여진 변호사는 김씨의 휴대폰 요금이 박씨의 통장에서 인출됐고 수시로 통화한 증거를 찾아내 재판부에 제시했다. 부산지법은 지난 7일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영철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은 “일정기간마다 국선변호인들은 재판부의 평가를 받고 그 결과를 가지고 법원이 국선변호사 재임명을 판단한다”며 “과거에는 부실 변론 논란이 일었지만 대부분 국선변호사들의 사명감이 높아 변론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일선 재판부의 평가”라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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