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펀드 체질개선하고 가자

지수대별 매수·환매 비율 설정해야…시장변동 고려한 포트폴리오 분산

지역내일 2006-01-25
펀드에도 ‘묻지마’ 투자가 있을까? 그렇다. 이른바 ‘묻지마’ 펀드의 경우 특히 조정장에서 더 도드라진다. 매순간 주가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곤두세울 뿐더러 유난히 매수 매도 시점을 찾지 못해 불안·초조해한다.
이재순 제로인 펀드분석팀장에 따르면 “시장 상황이 이런데 환매해야 하느냐 갖고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다. 묻지마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펀드는 장기투자이고 조정은 2~3년 주기로 찾아온다. 시장 분위기나 옆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매수나 매도를 결정할 게 아니라는 얘기다.
대표적인 묻지마 투자 유형은 무조건 펀드의 수익률만 따지고 따라가는 경우. 조한조 한국증권 펀드평가팀 연구원은 “펀드투자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모두 묻지마 투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도 공부가 필요하단다.
이번 조정장은 좋은 기회.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데 쉬는 김에 ‘묻지마’ 체질을 떨어버리고 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05년의 ‘대박’ 기억을 잊고 목표수익률을 하향조정한 뒤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라”고 입을 모았다.
◆안정성 높이며 분산투자 =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 A씨. 지난 12월 결혼 준비용으로 가입했던 1000만원짜리 적금을 찾았다. 결혼까지는 1년 이상이 남았기에 이 돈을 어떻게 굴릴까 궁리하다가 이달 초 ‘유명 브랜드’ 주식형 펀드에 거치식으로 넣었다.
올 한해 전문가들이 권하는 펀드 전략의 기본은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자산 배분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라’는 것. 이재순 제로인 팀장은 “시장 전망을 본다면 대형 성장주가 기대수익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고수익보다는 안정성에 치중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방어력이 뛰어난 배당주쪽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다.
이병훈 모닝스타코리아 펀드분석팀 과장은 “거치식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전문가가 운용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직접 투자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며 “이익이 많이 난 펀드를 중심으로 주식형의 비중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혼합형펀드 안에서 주식의 비중을 조절하는 형태를 권했다.
목표 수익률은 투자기간과 개인적인 위험 선호도에 따라 달라진다. 수익률 예측이 쉬운 채권형을 기준으로 투자 비율을 역산하면 된다.
펀드 스타일은 최근 시장 변동 특성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수익률을 그 자체로 볼 것이 아니라 펀드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서로 활용해야 한다. 조정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깨진 펀드라면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그만큼 하락장에서 방어력이 있다는 의미. 변동기에 위험이 적다. 평균보다 더 깨진 것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의미. 반면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높다.
◆단기자금은 예금이 낫다 = 40대 초반의 B씨. 지난 여름 은행 창구직원의 권유로 가입한 펀드 덕에 하반기가 즐거웠다. 매달 40만원씩 적립하는 계좌가 둘이었는데 연말에 신규 가입해 총 투자금액을 200만원으로 늘렸다. 내년 상반기에 아파트에 입주해야 해서 1억원 가량 현금이 필요한데 그때 모든 펀드를 해약할 계획이다.
목돈 마련과 은행금리보다 나은 수익률. 보통의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내용이다. 1년 이상 투자한다면 그 정도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지만 확정금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세진 포도에셋 상담팀장은 “펀드는 이익이 나도 손해가 나도 돈을 빼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거치식이라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순간에 큰 폭으로 깨질 수도 있으니 사전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병훈 모닝스타코리아 과장은 “수익률이 나쁠 때도 견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순 제로인 팀장은 “3년 이상 투자장기 개념이 없다면 아예 투자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3년 이상이라는 기간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그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 요즘같은 조정이 2~3년 주기로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유돈 아니라면 투자마라 = 직장인 C씨는 마이너스 통장에서 300만원을 빼내 펀드에 가입한 경우. 액수도 크지 않은데다 ‘대출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지만 현재까지 20만원 손해보고 있다. 환매 후 다시 들어갈까 고민하고 있다.
펀드는 높은 이익만큼이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투자처. 당연히 여유돈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확신이 없는 경우에는 여유자산의 10% 정도만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이병훈 모닝스타코리아 과장은 “여유돈이 아니라면 기대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제아무리 적립식이고 작은 금액이라도 마찬가지.
분할매수나 매도는 펀드에 가입할 때부터 미리 계획을 세워두어야 하는 부분. 기대 수익률 이상일 때 이익금의 일부를 환매하겠다든지 지수가 어느 정도 하락하면 최소한 얼마 만큼은 보다 안전한 투자처로 돌려야겠다는 자기만의 목표가 필요하다. 이재순 제로인 팀장은 “2004년 중국 쇼크로 시작된 펀드 소동이 4월 말부터 7월까지 갔다”며 “명확하게 자기 기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계적인 계산법의 좋은 점은 등락에 따른 마음의 흔들림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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