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새해 꿈-일과 가정사랑 : 부산신항(주) 크레인기사 정수영씨 가족

(목요일자 : 일하는 사람들의 꿈-일과 가정사랑)

지역내일 2006-01-18 (수정 2006-01-18 오전 9:15:24)
“신항은 우리 가족의 희망”
세계 중심 항만으로 성장기대 …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신항이 세계 중심 항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부산신항만주식회사가 국내 최고 회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에서 컨테이너크레인기사로 일하는 정수영(37)씨는 19일 신항 개장을 앞두고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개띠’인 자신과 병술년에 첫 출발하는 신항은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것 같아 기분도 좋다.

◆ 신항만에서 꾸는 꿈 = 정수영씨는 신항만이 개장하고 나면 아이들에게 회사를 보여줄 계획이다. 수출 최전선에서 일하는 아빠와 아빠가 일하는 직장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세계 최고의 항만에서 일하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정씨는 “2007년 회사가 건설하는 9개 선석이 모두 완공되면 배를 대는 선석 길이만 일직선으로 3.2km나 된다”며 “PNC는 단일회사로는 규모에서 세계 최고일 뿐 아니라 철도가 항만에 들어와서 철송 물량도 많이 유치할 수 있고, 선사와 화주들에게 기존 항만에서 못하던 여러 가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자랑한다.
가족들도 신항만에 대한 기대가 크다. 건설 공사가 한창일 때 아빠와 함께 현장을 구경했던 딸 재윤(10)이와 아들 성용(7)이는 “아빠 회사가 이렇게 커요?”하면서 좋아했다. 1년 전부터 옷가게를 하고 있는 부인 이미향(37)씨도 이 곳에서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길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힘든 일 하는 남편이 사고 없이 일하고 아이들이 착하게 자라면 좋겠다”며 “높은 크레인에 올라 밤낮 교대로 일하면서도 어려운 내색을 하지 않는 남편이 고맙다”고 말했다.
일에 대한 열정이 많고 꾸준히 노력하는 정씨는 회사에서도 ‘멘토’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소그룹의 리더인 멘토는 신입기사들을 교육하는 역할도 맡고 있는데 이들과 함께 크레인에 타서 작업 요령도 알려주고 사고 사례와 작업 형태 등을 반복해서 가르치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회사와 노동청 그리고 동명대학 항만물류실습교육센터에서 시행한 ‘크레인기사 맞춤형 교육’을 이수할 때는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 ‘내 일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교육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정씨는 가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의 정책이 미덥다. “회사에서 교육할 때 일만 하지 말고 휴일엔 가족들과 놀러가고 가정에 충실하라고 했다”며 “가정이 즐겁고 튼튼하면 일도 잘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이 참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가정이 튼튼하려면 신항만이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선 회사가 많은 물동량을 유치하고 일을 많이 해야 한다”며 “먼저 열심히 일하고 보상은 나중에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 두 번의 결단 =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교를 마친 정수영씨는 부산항에서만 13년째 일하고 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군대를 제대하고 1994년 1월 처음 취직한 곳은 (주)한진에서 운영하던 부산항 감천터미널.
하역할 순서를 정하고 짐을 싣고 갈 컨테이너차량을 배차하는 등 내근직으로 근무하던 그는 2000년 1월부터 컨테이너크레인기사로 직종을 바꿨다. 일 하는 틈틈이 기중기자격증, 지게차자격증, 특수1종운전면허(트레일러 운전)를 딴 후 크레인기사된 것.
그가 직종변경을 결심한 이유는 가장으로서 책임감 때문이었다. 1년 6개월 연애를 한 뒤 95년에 결혼한 아내는 보육교사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했지만 외환위기로 문을 닫았다. 정씨 부부는 사원 아파트에 들어갈 돈 500만원을 겨우 마련한 뒤 98년 김해로 왔다. 빚을 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이사한 후 둘째도 임신했다.
부인 이씨는 “김해로 이사하던 무렵이 참 힘들었다”며 “남편은 어려운 내색도 하지 않고 가만히 준비하더니 크레인기사가 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직종을 바꾼 후 정씨는 연봉이 1000만원 정도 더 올랐다.
식구들을 부양하느라 잠 못 이루던 정씨가 신항에 온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부산신항의 비전 때문이다.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을 겨우 극복하고 안정을 이뤄가던 상황에서 다시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던진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항만에서 일하고 싶었던 그는 아내와 상의한 후 지난해 9월 부산신항만주식회사를 찾았다. 정씨는 ‘용돈을 줄이고 다시 1~2년 더 고생하면 점차 좋아질 것’이란 희망을 얘기했고, 이씨는 ‘성실한 남편이 나름대로 포부가 있으니까 옮기려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동의했다.
동북아 허브항만을 꿈꾸는 신항만에서 정수영 이미향씨 가족의 소박한 희망도 함께 익어가고 있다.
부산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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