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신 부도사태 정부당국 책임회피‘급급’, 대책마련‘난항’

민주당, 건교부... 워크아웃 지속 제안, 재경부 채권단 난색표명

지역내일 2001-02-06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부도처리로 시공사, 분양계약자, 입주자 등 많은 사람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관계부처는 서로 책임회피에 급급한 채 대책마련에서는 아직도 이견
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자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 책임회피 = 한국부동산신탁이 부도처리되면서 방만한 운영에 대한 책임논란이 일고 있
는 가운데 관계기관들은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현재 한부신 부도사태와 관련, 직·간접으로 책임이 있는 정부부처는 금감위와 건설교통부,
한국감정원, 기획예산처 등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부동산신탁업체를 인가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금감위
는 신탁법상 수익자보호 등을 위한 대책마련과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 주무기관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98년 4월부터 재경부로부터 한부신에 대한 업무를 위임
받은 이후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며 “현재 문제가 된 부실은 그 이전에 생
긴 것으로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한부신의 모회사인 한국감정원은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그러나 감정원측은 모회
사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자율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발뺌하고 있다. 감정원측은 한부신으로
인해 99년 한부신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220억원의 신규출자와 220억원의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기업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건설교통부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감정원의 주무부처이고 부동산개발업
무는 건교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3차례의 부도에도 불구하고 방관하고 있던 건교부는
지난 1월 16일 삼성중공업이 어음을 돌려 최종부도가 임박하자 그때서야 채권단과 한부신
관계자 등을 불러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부도가 나자 건교부는 토지국장
을 단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 아파트 입주자들과 건설업체의 피해를 줄이는데 고심하고
있다. 결국‘소읽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신탁업법상 부동산신탁은 금감위 관리책임이기 때문에 건교부로서는 별다
른 대책을 내놓을 수 없고 금감위와 채권단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관할하는 부서로서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한부
신은 98년부터 워크아웃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기타금융업
으로 분류된 부동산신탁회사는 관리감독을 금감원에서 하도록 역할을 조정했다”며 “우리
는 단지 워크아웃 일정에 맞게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고만 받았는데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책마련 이견 = 한부신이 부도가 난지 4일이 지났음에도 정부에서는 아직 별다른 대책
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오후 갖기로 했던 당정협의도 대안없이 회의를 개최할 경우
각 부처의 이견만 표출할 뿐이라며 회의를 연기했다.
현재 정치권과 건교부 및 토지감정원 등은 한부신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채권단과 재경부는 시장원리에 따른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한부신의 부도로 여파가 큰 만큼 일단 워크아웃을 지속시킨 다음 문제를 해결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공기업이라도 경영을 잘못하면 시장의 힘에 의해 퇴출될 수밖에
없지만 피해는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연
장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위는 어떤 형식으로든 각 이해당사자가 서로 양보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의견만 제시하고 있다.
반면 재경부는 한부신이 공적자금 투입의 근거가 되는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니라며 파산
절차를 밟는다면 과거 부실투신사 퇴출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주간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미 부도처리된 회사에 추가자금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원
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출자전환을 통한 워크아웃지속에 대해서도 삼성중공업
이 반대할 것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정부의 대응에 대해 애타는 것은 피해자들이다.
한부신 부도로 입주지연이 불가피해진 영풍아파트의 한 입주예정자는“공기업인 만큼 국가
에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며 빠른 대책마련을 촉구
했다. 테마폴리스 입주예정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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