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지역내일 2005-12-27
연말정산용 연금저축·보험, ‘애물단지’
소득공제만 바라고 가입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
재테크 효과 적고 중도해지땐 해지부담금 커


초등학교 교사 2년차인 A(26)씨는 최근 3회분까지 납입한 연금보험을 해약했다. 지난 9월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받을 만한 항목이 없다고 울상이던 그에게 주변에서 하나같이 가입을 권했던 터였다. 내년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그로서는 20년 앞날을 대비해 매달 20만원씩 저축하기보다는 당장이 급했던 것. A씨는 이미 납입한 60만원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결혼자금 저축액을 2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늘렸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의 연금저축`신탁`보험은 가입후 7년까지 연말정산때 240만원 한도 내에서 불입액 전부를 되돌려주는 소득공제 혜택이 있어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그러나 노후대비와 소득공제라는 이 일석이조 상품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단순히 연말정산 효과만을 노리고 가입했다가 해지가산세에 추가 소득세까지 내가면서 해약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질적인 절세 효과가 미미한데다 장기간 돈을 묶어두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B(37)씨도 연말정산을 코앞에 두고 4년 가까이 유지해오던 연금보험을 접었다. 맞벌이 부부로 월평균 500만원 정도 수입이 됐기에 그동안은 매달 20만원 정도 납입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두 아이를 위해 몇 년 안에 직장을 그만둘 계획이지만 소득공제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비상용 저축으로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소득은 반으로 준 상태에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교육비 부담이 배 이상 되면 생활비도 빠듯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연금저축이나 보험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근로자층이 따로 있다. 연간 24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되는 만큼 그 이상 세금을 내는 근로자여야 한다. 면세점이 연소득 1100만원이기 때문에 입사한지 몇 개월 안되는 신참의 경우에는 세금을 낼 일이 없으니 당연히 소득공제 혜택도 없다. 연봉이 1500~2000만원인 근로자라도 실질적인 혜택은 미미하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최근 언론을 비롯해 곳곳에서 연금저축이나 보험에 가입하기만 하면 곧 세금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무분별하게 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다보니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대신 비과세 혜택이 있는 ‘비적격 연금상품’에 가입해놓고 소득공제용 영수증을 요구하는 촌극도 벌어진다. 보험은 7년까지는 사업비를 받기 때문에 중도 해지할 경우 원금도 못 찾는다거나 은행이나 증권사 상품은 ‘종신’ 보장이 안된다는 점도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김 회장은 “중도 해지했을 경우 소득공제 금액 이상을 토해내게 돼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을 기타소득으로 보아 22%의 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가입한지 5년 이내라면 가입금의 2%를 해지가산세로 내야 한다. 게다가 돌려받는 금액이 300만원이 넘으면 다음해 종합소득세를 그만큼 더 내야 한다.
실제 납세자연맹에는 연금보험을 해약했는데 세금을 너무 많이 뗐다는 항의성 상담이 빈번하게 접수된다. 지난해 납세자연맹을 찾았던 김선영(33·서울 서초구)씨도 그런 경우. 전자부품 회사에 다니는 그는 4년 전 회사에서 직원 복지 차원에서 연금 불입액의 절반을 부담해주겠다는 말에 “이런저런 설명도 안듣고 덜컥 가입했다”. 김씨는 “회사 사정상 본인이 모두 부담하게 되면서 유지가 어려워져 해약했는데 불입한 금액의 1/2 정도만 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그의 동기 6명 가운데 4명이 연금을 해약했다. 그나마 두명도 해지할 경우의 불이익 때문에 마지못해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최종일 보험소비자연맹 소비자팀장은 “당장 연말정산 효과를 노리고 가입하지만 1~2년이 지난 뒤에야 실제 자신이 받을 혜택과 연금을 유지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을 비교해보고 후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금 상품의 경우 재테크 효과는 거의 없기 때문에 잘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년간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대신 중도해지뿐 아니라 연금을 일시에 지급받을 때도 22%의 기타소득세를 내야한다. 나눠서 받더라도 매번 5.5%의 연금소득세를 낸다. 한 재무설계사는 “3~4년 안에 목돈을 쓸 경우라면 연금보다 일반 저축이 낫다”며 “20만원씩 매번 낼만한 여유가 있는지, 언제쯤 은퇴할 건지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여와 납세액이 가장 많은 시점에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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