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가진 아들이 밝게 살아가고 사회 인식도 달라졌으면
“아, 아, 청계천을 찾은 시민여러분께 알립니다. 하천 수위가 올라가고 있으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청계천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청계천을 빠져나가며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해 10월 안내방송 시험 과정에서 연습방송이 실제 나가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였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 이재성(37)씨는 CCTV가 전송해온 화면으로 24시간 청계천을 점검하고 긴급 상황시 대피 방송을 한다. 이씨의 하루는 청계천에서 시작해 청계천에서 끝난다.
2006년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 인근 청계천 광장에는 자정 무렵 50만명이 운집했다. 이씨는 폭죽과 함성,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든 인파을 바라보며 2006년을 맞았다.
이씨가 청계천에서 맞은 2006년은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24시간 청계천 CCTV를 보고 있으면 하천과 함께 저도 흘러가는 느낌이 듭니다. 2006년은 청계천처럼 국민 모두가 흘러가듯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을 맞은 이씨 가족에게는 남다른 소망이 있다.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아들 규호(9)가 올해는 혹시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이씨는 26살에 결혼했다. 젊어서 얻은 아이 때문에 주변의 부러움도 샀다. 그러나 둘째 규호가 3살 되던 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 행동에 당황했다. 청천벽력과 같이 날아온 진단은 정신지체 장애. 이씨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부인 박근영씨가 규호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학교 앞에서 하루종일 아들을 기다린 적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이씨는 비번일에 맞춰 규호와 함께 학교에 간다. 규호에게 아버지의 역할은 다른 아버지와는 다르다. 부지런히 아버지들의 모임에도 참석하고, 갖가지 교육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유치원은 장애아를 위한 특수 기관에 보냈지만 초등학교는 일반 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이씨는 “부모의 욕심이었을까요. 혹시나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실제 나아진 아이가 있다는 말에 일반학교를 보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이씨는 규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한달에 5~6일은 24시간 근무해야 한다.
청계천은 주말이나 늦은 오후에 사람들이 몰린다. 주말에는 평균 29만명이 찾는 청계천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도 안전 사고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이씨 부부는 한국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인식을 전환하고 장애인 기반시설이 확충되는 2006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씨와 부인 박근영씨 그리고 큰딸 서림이와 둘째 규호. 이들 가족은 2006년이 좀더 밝아지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씨는 “부모가 밝아야 아이들도 밝아진다고 합니다. 가정이 화목해야 사회도 밝아지지 않겠습니까. 24시간 근무도, 아들 녀석 장애도, 밝음을 뺏아갈 수는 없습니다. 새해에는 모두 밝게 사시길 기원합니다”라며 새해 인사를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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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청계천을 찾은 시민여러분께 알립니다. 하천 수위가 올라가고 있으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청계천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청계천을 빠져나가며 주변이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해 10월 안내방송 시험 과정에서 연습방송이 실제 나가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였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 이재성(37)씨는 CCTV가 전송해온 화면으로 24시간 청계천을 점검하고 긴급 상황시 대피 방송을 한다. 이씨의 하루는 청계천에서 시작해 청계천에서 끝난다.
2006년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 인근 청계천 광장에는 자정 무렵 50만명이 운집했다. 이씨는 폭죽과 함성,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든 인파을 바라보며 2006년을 맞았다.
이씨가 청계천에서 맞은 2006년은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24시간 청계천 CCTV를 보고 있으면 하천과 함께 저도 흘러가는 느낌이 듭니다. 2006년은 청계천처럼 국민 모두가 흘러가듯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을 맞은 이씨 가족에게는 남다른 소망이 있다.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아들 규호(9)가 올해는 혹시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이씨는 26살에 결혼했다. 젊어서 얻은 아이 때문에 주변의 부러움도 샀다. 그러나 둘째 규호가 3살 되던 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 행동에 당황했다. 청천벽력과 같이 날아온 진단은 정신지체 장애. 이씨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부인 박근영씨가 규호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학교 앞에서 하루종일 아들을 기다린 적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이씨는 비번일에 맞춰 규호와 함께 학교에 간다. 규호에게 아버지의 역할은 다른 아버지와는 다르다. 부지런히 아버지들의 모임에도 참석하고, 갖가지 교육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유치원은 장애아를 위한 특수 기관에 보냈지만 초등학교는 일반 학교에 보내고 싶었다. 이씨는 “부모의 욕심이었을까요. 혹시나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실제 나아진 아이가 있다는 말에 일반학교를 보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나 이씨는 규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한달에 5~6일은 24시간 근무해야 한다.
청계천은 주말이나 늦은 오후에 사람들이 몰린다. 주말에는 평균 29만명이 찾는 청계천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잠시도 안전 사고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이씨 부부는 한국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인식을 전환하고 장애인 기반시설이 확충되는 2006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씨와 부인 박근영씨 그리고 큰딸 서림이와 둘째 규호. 이들 가족은 2006년이 좀더 밝아지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씨는 “부모가 밝아야 아이들도 밝아진다고 합니다. 가정이 화목해야 사회도 밝아지지 않겠습니까. 24시간 근무도, 아들 녀석 장애도, 밝음을 뺏아갈 수는 없습니다. 새해에는 모두 밝게 사시길 기원합니다”라며 새해 인사를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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