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급등 배경과 전망…단기 호재, 장기 악재 수두룩

금융구조조정, 예금부분보장제 등 연말 연초 초대형 악재 산적

지역내일 2000-09-20 (수정 2000-09-20 오후 8:51:08)
지난 20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세를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9일간 지
속됐던 하락세에서 급반전해 전날보다 34.91포인트(6.11)나 급등한 606.08을 기록했다. 사흘
만에 600선을 회복한 것. 코스닥도 전날보다 3.01포인트(3.57%) 상승한 87.23%를 기록했
다.
이날 주가 급등 이유는 세가지로 모아지고 있다. 첫째는 그동안 남북문제에 전념하던 김 대
통령이 증시를 비롯한 경제 현안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단기 낙폭이 너
무 커 반발매수세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셋째는 오늘 새벽 마감한 미국증시가 한국증시
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관련주, 금융주, 닷컴주 등이 급등해 한국
증시에서 그동안 하락세를 거듭하던 이들 종목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가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일금융컨설팅 김재우 사장
은 "시중 부동자금이 100조원 가까이 돼 주가가 단기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초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될 금융시장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시장에 엄
청난 충격을 줄만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10월말 본격화할 은행구조조정,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새로운 여신제도(FLC), 부실펀드는 문
닫게 한 시가평가제,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을 촉진하는 예금부분보장제(내년초 시행), 자금
의 부동화를 부추기는 금융종합과세(내년초 시행) 등 혁명적인 조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
다.
문제는 시장이 정부의 상황대처능력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들 제도를 당위론 차원에서 추진할 뿐 세부일정을 갖고 얽힌 실타래를 풀 가능성
이 높지 않다는 불신이 시장에 팽배해 있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100조원 이상 떠돌고 있지만 이들 자금이 다시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블랙먼데이를 부른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문제도 정부가 장담하는 것처럼 한달
만에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가 보다 투명하고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
는 또다시 폭락세를 보이거나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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